
나는 누구인가?
헬레나 배
어느 날 이었다. 문득 한순간, 내가 분명 어떠한 소리를 듣고 있되 내 귀로 듣는 것이 아니라, 내 안의 어떠한 또 하나의 의식이 듣고 있다는 놀라운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 그 체험은 곧 내가 눈으로 보지 않고도 볼 수 있고, 뇌가 없어도 생각할 수 있고, 발이 없어도 걸어갈 수 있는 그런 존재, 바로 영적인 존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만약 그것이 진정한 나의 모습이라면, 지금 나의 모습은 껍데기에 불과하다는 말이다. 지금 늙어가고 있는 나의 육신은 헌 옷에 불과할 뿐, 누에가 고치를 뚫고 나와 나비가 되어 나르듯이, 인간으로서 나의 생명 또한 그러한 것이 아닐까? 하느님은 이러한 자연의 현상을 통하여, 말없이 인생의 비밀을 보여주시는 것 같다.
어렸을 때 가끔 나는 신비로운 경험을 해본 적이 있다. 내가 어떤 장소를 분명히 난생처음 갔는데 기이하게도, 그곳이 전혀 낯설지 않고, 내가 언젠가 전에 와봤던 것 같은 느낌 말이다. 혹은 이집트의 벽화 그림이나 어떤 고대 설화를 처음 접하게 되었을 때도 나는 내가 너무나 잘 아는 이야기와 배경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나는 내가 언제 거기에 가보았을까 생각하며 혼자 고개를 갸우뚱거리곤 하였다.
그것은 마치 무의식적인 나의 기억이 어느 순간 현실로 떠오르는 것 같았는데, 불교에서 말하는 일종의 “윤회” 같다고 할까? 나는 그럴 때마다 마치 “나의 잃어버린 전설” 같은 것을 다시 찾고 싶은 갈망을 느끼며, 내 기억의 파편들을 주워 모아보려 하지만 잘되지 않았다. 아직도 나의 무의식이 어떠한 거대한 의식의 세계와 연결이 되어 있음을 어슴푸레 느끼곤 한다.
지금 나의 의식이나 삶이, 한순간 바다 표면에 부서지며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파도와 같은 현상에 불과하더라도, 어차피 나는 거대한 바다와 한 몸이 아니겠는가? 심연의 바닷속에, 바람도 자고 지극히 평화로운, 그 깊은 무풍지대에, 우주의 모든 의식의 본향이 자리 잡은 것은 아닐지? 전에도 있었고, 지금도 있고, 앞으로도 계속될 모든 빛과 아름다움과 선함 자체로서, 전지전능한 역동성이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는, 크고 진실한 “존재”, 그대로의 그 무엇.
하나의 태극 속에 음과 양이 완전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정적 상태에 도달하는 순간, 곧바로 더 큰 성장을 위하여 창조적 활동이 펼쳐져, 음과 양이 함께 움직이며 변화와 생성을 거듭해 오는 원리 (유시찬, 한 영신 수련) 처럼, 우리 각자는 하나의 “소우주”로서, 서로 맞물려 존재하면서 상호작용을 하는 가운데 전체적으로 “대우주”의 생명을 키워나가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우리나라에도 “인간이 곧 하늘(人乃天)”이라는 동학사상이 전해 내려오고 있으며, 인간인 우리는 그토록 고귀한 존재이며, 우주의 완성을 위하여, 어느 하나도 절대 잃어버릴 수 없는 퍼즐의 조각과 같은 소중한 존재가 아니겠는가? 바로 이것이 하늘의 섭리이며, 그 이름이 바로 “사랑”이 아닐는지?
“그날이 오면 너희는 내가 아버지 안에 있다는 것과 너희가 내 안에 있고 , 내가 너희 안에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내가 너희에게 이 말을 하는 이유는
내 기쁨이 너희 안에 있고, 또 너희 기쁨이 충만하게 하려는 것이다.
이것이 나의 계명이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요한 14:20- 15:17 요약)
자신이 누구인지 정확히 찾아내기는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
선생님의 깊은 사유와 하나님의 사랑으로 거룩하게 인도받는 것이 확실히 느껴집니다.
누구에게나 거울을 들여다보는 듯한 자신의 자화상이 아닐까 싶어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