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인가?

 

                                                                                                                                                              헬레나

 

 

 

 나는 누구인가? 나는 지금 물음을 스스로 던지며, 새삼 자신이 이제까지 참으로 물질적인 것들에 눈이 소경과 같은 사람이었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고 있다. 만약에 같은 물음을 연대별로 자신에게 물어보았다면, 반평생을 살아온 나의 대답을 모두 합치면 아마도 수십 가지도 넘을 같다. 이름이 무엇이며, 어느 집안의 누구의 딸이며, 어느 학교 학생이며 등등에서 시작하여 어른이 후에는 나의 직업이나 사회적 지위와 신분, 혹은 누구의 아내이며 엄마인가 하는 것들 말이다. 하지만, 이제와 생각하니, 그러한 것들은 모두 세상이 주는 타이틀일 진실한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지금 나는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는가? 나는 내가 죽는다 해서 정녕 죽는 것이 아닐 것이라는 소신이다. 그렇다면 나는 분명히 육체적인 존재만이 아니라, 또한 적인 존재라는 결론이 나온다.

 

 나는 어느 문득 한순간, 내가 어떠한 소리를 듣고 있되 귀로 듣는 것이 아니라, 안의 어떠한 하나의 의식이 듣고 있다는 놀라운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 체험은 내가 눈으로 보지 않고도 있고, 뇌가 없어도 생각할 있고, 발이 없어도 걸어갈 있는 그런 존재, 바로 영적인 존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만약 그것이 진정한 나의 모습이라면, 지금의 나의 모습은 껍데기에 불과하다는 말이다. 지금 늙어가고 있는 나의 육신은 옷에 불과할 , 누에가 고치를 뚫고 나와 나방이 되어 나르듯, 인간으로서의 나의 생명 또한 그러한 것이 아닐까?

 

 누에가 나방이 되기 위하여 스스로 고치를 짓는 수행을 해야 하고, 고독한 고치집에서 홀로 기도와 명상의 시간을 가진 후에야 비로소 그의 한계를 뛰어넘어, 나방으로 변신하여 자유의 세계를 훨훨 날아다닐 있듯이, 우리 또한 그런 존재가 아닐까? 하느님은 이러한 자연의 현상을 통하여,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사랑하시는 당신의 자손들에게, 말없이 보여주시며 가르쳐주시는 같다.

 

 요즈음은 나의 의식이 혼탁하고 무디어져서 더는 그러하지 않지만, 내가 어렸을 가끔 나는 신비로운 경험을 해본 적이 있다. 내가 어떤 장소를 분명히 난생처음 갔는데 기이하게도, 그곳이 전혀 낯설지 않고, 내가 언젠가 전에 와봤던 같은 느낌말이다. 혹은 이집트의 벽화 그림이나 어떤 고대 설화를 처음 접하게 되었을 때도 나는 내가 너무나 아는 이야기와 배경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나는 내가 언제 꿈속에서 거기에 가보았을까 생각하며 하며 혼자 고개를 갸우뚱거리곤 하였었다

 

 그것은 마치 무의식적인 나의 기억이 어느 순간 현실로 떠오르는 같았는데, 불교에서 말하는 일종의 윤회라는 같다고 할까? 나는 그럴 때마다 마치 나의 잃어버린 전설같은 것을 다시 찾고 싶은 갈망을 느끼며, 기억의 파편들을 주워 모아보려 하지만 잘되지 않았다. 어쨌든 나는 아직도 나의 무의식이 어떠한 거대한 의식의 세계와 연결이 되어 있음을 어슴푸레 느끼곤 한다.

 

 지금 나의 의식이나 삶이, 한순간 바다 표면에서 부서지며 나타났다 사라지는 파도와 같은 현상에 불과하다 하더라도, 어차피 나는 거대한 바다와 몸이 아니겠는가? 심연의 바닷속에, 바람도 자고 지극히 평화로운, 깊은 무풍지대에, 우주의 모든 의식의 본향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은 아닐지? 전에도 있었고, 지금도 있고,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될 모든 빛과 아름다움과 선함 자체로서, 전지전능한 힘이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는, 크고 진실한 “존재” 그대로의 천국이.    

 

 하나의 태극 속에 음과 양이 완전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정적 상태에 도달하는 순간, 곧바로 성장을 위하여 창조적 활동이 펼쳐져, 음과 양이 함께 움직이며 변화와 생성을 거듭해오는 원리처럼( 유시찬/한 영신수련)우리 각자는 하나의 소우주로서, 서로 맞물려 존재하면서 상호작용하는 가운데 전체적으로 대우주의 생명을 키워나가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우리나라에도 “인간이 하늘(人乃天)”이라는 동학사상이 전해 내려오고 있으며, 인간인 우리는 그토록 고귀한 존재이며, 우주의 완성을 위하여, 하느님의 왕국의 도래를 위하여, 어느 하나도 절대 잃어버릴 없는 퍼즐의 조각과 같은 소중한 존재가 아니겠는가? 바로 이것이 하느님의 섭리이며, 이름이 바로  사랑이 아닐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