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ver Enough

박진희

 요즘 부쩍 ‘Never Enough’의 가사가 사무친다. 이 곡을 듣는 사람마다 해석을 달리할 수 있겠지만 쉽게 공감이 간다. 모든 것을 가졌지만 원하는 사랑을 얻지 못하거나, 사랑을 가졌지만 충만함과 동떨어져 있거나, 정상에 올라도 허기를 느끼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대부분 사람들은 끝없는 욕심과 욕망을 채우기 위해 허덕이며 살아간다. 지혜롭게 절제하고 어디에 우선순위를 두느냐에 따라서 인생이 달라진다. 만일 영국의 다이애나 비가 살아서 이 노래를 들었다면 어떤 심정이었을까. 남편의 사랑 없이 공허했지만 나름 자신의 무대를 지킬 수 있지 않았을까.

숨을 참으려 노력하고 있어요/ 지금 이대로 머무르도록 해요/ 이 순간이 끝나게 둘 수 없어요/ 당신은 나와 함께 꿈을 꾸기 시작했죠/ 꿈이 점점 커져가고 있어요/ 그 꿈이 메아리 치는 소리가 들리나요?/ 내 손을 잡아요/ 나와 이 꿈을 함께해 줄래요?/ 왜냐면 내 사랑 당신 없이는// 천 개의 조명이 비춰 주는 빛도/ 밤하늘에서 훔쳐온 이 모든 별도/ 절대 충분할 수 없어요/ 절대 충분할 수 없죠/ 금으로 만든 탑을 줘도 부족해요/ 이 두 손으로 세상을 쥘 수 있죠 하지만/ 충분할 수 없어요/ 충분할 수 없어요// 나에게는/ 절대로, 절대로/ 절대로 내게는…

  ‘Never Enough’란 노래는 불과 몇 년 전에 상영했던 영화 <위대한 쇼맨 (The Greatest Showman)> 에서 레베카 퍼거슨이 불렀다. 완벽한 공연처럼 보였지만 사실 감쪽같은 립싱크였다. 실제 노래는 레베카의 보컬 선생이던 로렌 얼레드 (Loren Allred)가 불렀다. 내용은 무대에선 모든 것을 가진 듯 하지만 사랑 없이는 결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여배우나 무대 뒤에서 부른 가수 둘 다 최선을 다한 최고의 예술품이다. 하얀 드레스에 빨간 립스틱이 잘 어울리는 레베카의  우아하고 정교한 모습은 아름다움의 극치 그 자체다. 영화가 히트한 후 마침내 이름이 알려진 로렌도 여배우 못지 않은 인물이다. 날씬하고 큰 키, 독특한 카리스마, 세련된 무대매너로 수천, 수만명이 관람하는 공간을 울리는 쩌렁쩌렁한 성량, 감정표현이 절제되어 클래식 뿐아니라 왠만한 장르도 모두 소화한다. 로렌은 안드레아 보첼리와 미국 순회공연도 마치고 Britain's Got Talent에서 본선진출을 한 번에 따내는 등 스타의 길을 당당히 걷고 있다.

 로렌이 노래하는 모습을 유튜브로 처음 보고 나는 깜짝 놀랐다. 내가 아는 사람이라서. 그녀의 유아기부터 유치원 시절을 지켜봤었다. 그 때도 키가 크고 자신감 있는 얼굴이었는데 지금도 여전하다. 그녀의 가족이 피츠버그에 몇 년 거주하는 동안  알게 되었다. 부모는 둘 다 Eastman 음악학교 박사학위를 가진 학구적이고 연예인 기질이 보이는 예술인이다. 로렌 엄마인 캐롤은 유태인 출신의 성악가로 주로 오래된 교회당이나  수백명이 넘는 Concert Hall에서 클래식을 불렀다. 아버지는 합창지휘, 피아노, 오르간, 플롯 연주가로 음대 교수였다. 내가 만난 커플 중에 가장 이상적이고 눈을 떼기 어려울 정도로 잘생기고 매력이 넘치는 선남선녀였다. 그들의 집에 초대된 적이 있었는데 검소한 분위기에 나이 든 그랜드 피아노가 인상적이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캐롤의 음량이 크지 않아서 장소의 공연에 제약을 받는다는 것이었다. 노래를 충분히 잘하는데 성량이 부족하다니, 왠만해선 알아챌 수 없는 일이 아닌가. 아마도 캐롤은 임신 중에도 끊임없이 공연하며 조금 더 큰 목소리를 갖고 싶은 열망이 가득했을 것이다. 그런 어머니의 온 소망과 DNA가 합해져 출생한 로렌이기에 세계를 주름잡는 것은 당연한 걸까. 그녀의 꾸준한 공부와 자기관리를 더해 결코 충분하지 않다는 겸손함으로 어느 무대에 서든 그녀만의 기법으로 아낌없이 청중 앞에서 열정을 표출하리라. 그런 예술가이기에 강한 인상을 주고 감동으로 사람들에게 가까이 다가선다.

 다이애나 비와 찰스 황태자의 꿈 같은 결혼식 전부터 나와 동갑인 19살 그녀가 햇살처럼 반짝거리며 행복하길 바랬다. 35살은 세상을 등지기에 너무 이른 나이였다. 그녀는 어느 꽃보다 아름다운 우리의 프린세스다. 서른을 넘긴 성숙한 로렌의 “Never never never, enough for me…” 끝머리 절규에  다이애나가 “That is true.” 라며 특유의 그윽한 미소를 지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