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눈물 / 이정호

  준모가 버클리를 졸업하고 집으로 내려왔다.  졸업하기 전에 쉽게 샌프란시스코 근처에 직장을 잡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경제학을 전공하고 컴퓨터를 부전공으로 했는데 컴퓨터 쪽으로 일을 잡는다고 한다.  학교에서 esports 클럽을 만들고 2년 연속 전국대학 esports 경연 대회에서 우승을 하여 그쪽 분야에서 일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꼭 그렇지 만은 않은 것 같다.

  몇 개월이 지나도 직장을 잡지 못했다.  이력서를 여러 군데 제출했다. 회사에서 관심이 있으면 화상으로 인터뷰를 한다.  인터뷰를 하는 것을 보니 간단하게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반나절 이상을 한다.  한 사람하고 하는 것도 아니고 회사의 여러 사람과 인터뷰를 한다.  회사에서 일할 수 있는 충분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가를  테스트 한다.  인터뷰를 끝낸 후 잘했냐고 물으면 그런대로 했다고 한다. 그러나 채용 통지가 오지 않았다.

  그러는 와중에 Covid-19이 터졌다.  많은 회사들이 재택근무  체재로 바뀌게 되고 새로운 신입사원을 뽑는 것을 동결했다. 이제 회사에 취업하는 것은 더욱 더 힘들게 되었다.  그 힘든 상황 속에서도 준모는 열심히 해 나갔다.  취업하는데 도움이 되는 project 도 완성하였다. 기존에 사람들이 리뷰를 보고 식당이나 가게를 찾아가는 Yelp는 SNS기능이 약하다고 한다. 그래서 그 기능을 보완한 새로운 application을 만들었다고 한다.  인터뷰를 볼 때 그 Project를 보여 준다고 한다.

  다시 또 인터뷰가 잡혔다고 한다.  이번에는 누구나 다 아는 Amazon회사이다.  오랫동안 인터뷰를 했다.  회사의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나와서 진행한다.  아침에 시작해서 점심 휴식시간을 가진 다음에 계속해서 하였다.  드디어 인터뷰가 끝난 다음에 어떻게 보았냐고 물어보니 잘 했다고 한다.  모든 질문에 완벽하게 대답을 하였다고 한다.  느낌이 좋았다.  며칠 지나면 그 결과를 안다고 했다. 

  그런데 발표날짜보다 훨씬 전에 연락이 왔다. 취업이 됐다고 한다.  Amazon에 soft engineer로 취직이 된 것이다. 그동안 걱정은 해왔다.  이 Pandemic 시기에 계속 취직이 되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하고 은근히 걱정을 했었다.  당분간 재택근무를 한다고 한다.  아들 얼굴이 활짝 피었다.  말을 하지 않아서 그렇지 그동안 마음 고생은 있었을 것이다.

  준모가 Pandemic전에는 체육관에 가서 틈틈이 운동을 했었다.  그러나 Pandemic후로는 체육관이 문을 닫아서 갈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제 다시 운동을 시작하려는 것 같았다.  Burbank에 야외에서 할 수 있는 체육관을 갖다 왔다.  그런데 하기에 마땅치 않은 가 보다.  집에 있는 거라지에  운동기구를 설치해서 운동을 하려고 한단다.  아마존에서 물품들이 도착하기 시작했다.  아령과 많은 종류의 역도들이었다.  가벼운 것도 있었고 하나 들기에도 꽤 무거운 것도 있었다.  그리고 누워서 역도를 들 수 있는 기구도 도착하였다.  하나 하나씩 조립하여 거라지에 설치하였다.  거라지에 있는 물건을 치우니 거라지 반 정도는 활용할 수 있었다.

  또한 혼자서 운동을 하는 것이 아니었다. 친구들 두 명과 같이 부담해서 운동기구를 구입했고 시간별 대로  나눠서 운동을 하기로 했다고 한다.   벽에 화이트보드를 붙여 놓았다.  그곳에 누가 운동을 하는지 이름을 쓰고 또 중요한 메모를 적어 놓았다.  세탁기 위에 알렉사를 올려 놓고 편리하게 말로만 주문해서 음악을 틀며 즐겁게 운동을 하였다.  번갈아 가면서 친구들이 왔고 때로는 같이 운동을 하기도 하였다.

  어떤 날은 웃통을 벗어 제치고 골목길을 뛰었다.  역기를 해서 단련된 근육의 윤곽이 가슴에 보이기 시작했다.  골목을 몇 번이고 돌면서 오랬 동안 달렸다.  집으로 돌아올 때에는 온 몸에 땀이 흠뻑 젖었다.  준모는 자기 관리를 잘 했다.  적당히 먹고 계속해서 운동을 해 건강한 몸 상태를 유지하였다.

  아버지가 살아 계실 때 나는 매년 아버지를 방문했었다. 보통 2주일 정도 머물렀다.  친구들도 만났고 고등학교 동기들이 야유회나 1 박 2일 정도 여행을 갔을 때도 같이 갔었다.  아침은 거의 아버지와 같이 식사를 하였고 때로는 점심을 같이 했다. 어떨 때에는 누나와 형 모든 식구들이 같이 모여 맛있는 식당으로 가기도 하였다.  아버지와 같이 아침 식사를 할 때에는 1시간에서 2시간 까지 걸렸다.  식사하실 때 아버지는 이야기를 하셨고 다 드신 후에도 이야기 꽃으로 가득 채웠다.  비교적 아버지가 말을 주로 하시고 나는 듣는 편이지만 때때로 내가 말을 많이 할 때도 있었다.  아버지는 달변가이시다.  연세가 드셔도 고전문학의 내용을 많이 기억하고 계셨다.  때로는 소설의 이야기를 인용하면서 때로는 역사이야기도 곁 들으시면서  대화를 이어 나가셨다.

  일정을 마치고 미국으로 떠나갈 때마다 아버지는 많이 울으셨다고 한다.  아들과 헤어지는 것이 그렇게 아쉽고 허전하셨나 보다.

  준모가 재택근무를 마치고 본사가 있는 시애틀로 가게 되었다.  마침 대학교 친한 친구가  시애틀 가까운 곳에 친척이 사는데 그곳을 방문한다고 한다.  그래서 가는 김에 준모도 같이 가기로 하였다.  그 친구의 차가 도착하였다.  많은 짐을 실을 수는 없었다.  꼭 필요한 것만 가져가고 나머지는 시애틀에서 살 것이다.   드라이브 길에 차를 세우고 짐을 다 실었다.   작별 포옹을 하고  아들은 떠나갔다.

  아들이 떠난 간 후에 허전함이 나에게로 밀려 들어왔다. 아들이 있던 빈 방을 내려다보면 그곳엔 아무도 없다.  아쉬움이 그 공간을 채우고 있다. 한국에서 아버지를 떠나 갈 때에 아버지가 그토록 우셨던 그 마음을 이제는 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