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구멍에 볕들 날

 

                                                                                                          이희숙

 

 

  올해는 경자년 쥐띠이다. 우리 가족 중에도 쥐띠가 여러 명 있어 친근한 동물이다.

  옛날 설화에 하느님이 열두 동물의 순서를 정하기 위해 경주를 시켰다. 소가 맨 처음 들어왔는데, 쥐가 꾀를 피워 소뿔에 매달려 있다가 약삭빠르게 뛰어 들어와 1등을 했다고 한다. 사실 십이지 간의 순서는 중국 은나라에서 시작되어 방위나 시간에 대응하는 의미로 사용됐고, 발가락 수에 의해 정해졌다는 등 여러 가지 설화가 있다. 쥐는 영리하고 재빠른 동물로 예지와 근면, 재물, 다산, 풍요를 상징한다. 그중 경자년의 은 백색으로 하얀 쥐를 말하고 우두머리 쥐다. 그들은 지혜롭고 생존 적응력이 뛰어나고 새끼를 많이 낳기 때문에 번식률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며칠 전 현관 불이 꺼져 집안이 어두컴컴해지는 불편을 겪었다. 남편이 등 안의 전구를 새것으로 바꾸었지만, 여전히 불이 들어오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기술자를 불러 도움을 청한 결과 등 위의 전기선이 끊겨 있는 것을 발견했다. 쥐 때문임을 직감했다. 집 뒤에 야산이 있기에 우리는 야생동물과 동거하는지도 모른다. , 다람쥐, 토끼, 코요테까지 출현해 긴장감을 주기 때문이다. 정원에 멋들어진 잎을 자랑하는 야자수가 있어 집의 풍미를 더 해준다. 그 나무는 늘어지는 멋진 잎만큼이나 보기에도 먹음직한 열매가 열린다. 게다가 포도알처럼 큰 알갱이가 바닥에 떨어지면 맛있는 먹잇감 사냥에 야생동물들은 기승을 부린다. 물론 그중에서 쥐가 터줏대감처럼 행세한다고 할까.

  언젠가 밖에 세워 두었던 내 차의 시동을 켰는데 엔진에 빨간 불이 들어왔다. 정비소를 찾았는데 어이가 없게도 범인은 바로 쥐었다. 그 녀석이 차 아래쪽 안으로 들어가 엔진과 연결된 줄을 끊은 것이다. 날카로운 이가 공로를 세웠을 터이다. 야자열매를 쌓아 놓고 먹은 배설물까지 남긴 흔적이 있는 게 아닌가.

  나는 쥐에 대해 나쁜 기억이 있다. 초등학교 시절엔 집안에 쥐가 흔하게 눈에 띄어 징그럽다고 질색했다. 60~70년대에 대한민국 지역사회 개발을 위해 새마을 운동을 했다. 절대빈곤에서 벗어나 잘 살기 위한 운동으로 모든 국민이 참여했다. 풍요한 새 시대를 열기 위한 의지와 노력으로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

  그중 하나로 농림부가 주관하여 쥐잡기 운동을 했다. 날짜를 정하고 밥 속에 약을 섞어 쥐구멍 앞에 놓아 전국에서 동시에 쥐를 잡았다. 초등학생도 그 운동에 참여해야 했다. 그 과정에서 쥐꼬리를 잘라서 학교에 가지고 가는 것이 숙제였다. 나는 아버지께 도움을 청했고, 겁이 많으셨던 분이 딸을 위해 안간힘을 다해 준비해 주셨던 기억이 있다. 그뿐인가 쥐를 잡지 못한 어린이가 쥐꼬리 대신 오징어 다리를 잘라서 가져오는 웃지 못할 해프닝까지.

  더욱이 그 쥐약을 우리 귀여운 강아지가 먹고 죽어서 슬피 울었던 아픔도 있다. 이렇듯 쥐는 더러운 곳에 살면서 무서운 전염병 유행성 출혈열, 페스트 등을 전파하고 곡물을 해치는 부정적인 점을 가지고 있다.

  반면, 남을 위하거나 이롭게 하는 동물이기도 하다. 또한, 사람과 유전적으로 비슷하여 인간 질병 연구에 실험물로 사용된다. 쥐의 일종인 햄스터는 집에서 사람과 동거하는 애완동물로 사랑을 많이 받는다.

  쥐가 주인공이 되는 톰과 제리, 시골 쥐와 서울 쥐, 미키 마우스등 많은 우화가 있다. 쥐는 가난하지만 꿈이 많던 청년 월트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의 심볼이다. 캐릭터인 미키, 미니 마우스는 긍정적인 사고를 하고 있어 무슨 일을 당해도 다시 일어나며 남도 배려할 줄 아는 장난꾸러기로 많은 센세이션을 일으킨다. , 가방, 신발, 시계에도 디자인되어 인기를 독차지한다. 우리 손녀도 미니 마우스 치마에 헤어밴드를 하고 캐럭터가 있는 물건에 푹 빠져 좋아한다. 서로 앙숙인 톰과 제리는 애증의 친구 관계이다. 꾀가 많고 날쌘 제리는 톰을 괴롭히지만, 어려움에 빠지면 그를 걱정하며 돕는다.

  미키 마우스와 제리가 사랑받듯이 어두운 쥐구멍에도 볕이 들 날이 올 것이다. 사회의 어둡고 그늘진 곳에 밝은 빛이 비치길 기대한다.

  올 쥐띠 해에 남을 유익하게 하는 훈훈한 이야기가 많았으면 좋겠다.

 

 1. 2.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