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 언어를 사용하면 (Bilingual)

                                                                                                                    이희숙

 

 

  우리 학교에 다니는 어린이가 형이 되었다며 기뻐했다. 볼이 뽀얀 갓난아기가 찾아왔다. 나는 반가워 큰소리로 환영했다. 아가는 놀랐는지 큰 소리로 울었다. 울음으로 감정과 의사를 표현하는 듯. 6개월이 지나니 아가는 옹알이하며 눈을 맞추었다. 한 돌이 되어 "엄마, 맘마" 필요한 쉬운 단어를 말하기 시작하는 게 아닌가. 언어 능력이 발달했다.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단어가 폭넓어졌을 터. 엄마가 읽어주는 동화책이나 이야기를 들으며 어휘력이 신장했다. 18개월 후 프리스쿨에 입학하여 친구와 놀면서 자연스럽게 구체적인 언어 구사력이 발달했다.

 

  언어는 뇌에 큰 영향을 끼치는 도구와 기술로써 기억의 사고를 형상화해 의사소통하고 사회적 상호작용을 한다. 간혹 청각장애, 자폐증(Autism)이나 여러 이유로 인해 언어 발달이 늦는 어린이도 있다. 그 원인을 찾아 치료해주면 언어 발달을 돕는다. 물론 언어 발달이 빠르다고 다른 부분의 발달이 빠른 것은 아니다. 전반적으로 균형 있는 발달을 돕는 것이 프리스쿨의 교육목표이다. 인지능력과 사회성을 높여주며 광범위한 소통 능력을 길러준다.

 

  딸의 언어 발달 과정을 살펴보며 이중 언어와의 관계를 생각해 본다.

 

 

  나는 13 역할을 하며 바빴다. 두 살배기 딸에게 내가 직접 못 읽어주는 대신 녹음테이프가 들어 있는 동화책을 펴주곤 했다. 녹음기를 통해 흘러나오는 이야기를 들으며 아이는 동화책을 읽어 내려갔다. 진지하게 감정까지 마음에 담아 읽었다. 그러던 중 세 살 때 책 속에서 한글을 익혔다. 정확한 장면에서 책장을 넘기는 것이 아닌가.

 

  그 후 나는 한글 지도를 의도적으로 시도했다. 아이가 처음으로 익힌 글자는 자신의 이름이 들어간 '우유'였다. 집의 문짝, 벽에 자기가 좋아하는 글자를 마구 적었다. 맞춤법이 틀린 '하라버지 방'이라는 글자는 미국으로 이주할 때까지 방문에 남아 있었다. 감사하게도 한글을 다 깨우친 후 미국으로 이사 올 수 있었다. 몇 달 후 영어 알파벳도 다 배우지 못한 채 아이는 킨더가든에 입학했다. 입학 후 자기 반에서 첫 영어 우수상을 받아와 놀라웠다. 영어 때문에 학교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은 전혀 없었다고 할까.

 

  언어는 모국어와 외국어가 함께 발달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중 언어 발달이 병행함을 알았다. 그 아이는 책상과 침대에 동화책을 늘어놓는 독서광이 되었다. 일기를 꼬박꼬박 적어 자물통이 달린 책상 서랍 속에 보관했다. 말하고 읽고 쓰는 훈련을 일상에서 한 셈이다. 엄마는 의도적으로 한국말로 대화하고 한글을 가르쳐 유지하도록 했다. 시간이 있을 땐 한글로 쓰인 시도 읽어주곤 했다. 이중 언어를 사용하면 다양한 언어적 자극으로 집중력의 이동 능력을 길러주고 인지적 융통성을 강화해준다. 또한 두 언어의 갈등과 대치 상황을 경험함으로 다양한 문제 해결 능력을 높여준다.

 

  사춘기 시절에 엄마와 종종 견해 차이가 있었다. 그때 엄마는 한글로, 딸은 영어로 편지를 써서 상대방의 문에 붙여놓곤 했다. 편지를 읽으면서 서로 의견 차이를 좁혀 갔다. 고교 입학 때 시험을 치러 영어 우수반 (Honor class)에 들어갔다. 고교 때 프랑스어를 제2외국어로 선택해 언어 영역을 넓혀갔다. SAT 시험에서 한국어를 외국어로 택하여 만점을 받는 좋은 결과를 얻기도 했다. 모국어에 대한 자긍심과 자신감을 얻어 안정된 정체성까지 찾았다. 일거양득이랄까.

 

  여름방학 단기선교를 하러 갈 때 고등학생인데도 학생을 인솔하는 교사로 선출됐다. 영어를 한국어로 통역하는 교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통역 선교할 기회를 얻었다. 자연스레 인종차별 없이 타민족을 사랑하는 자세를 길렀다.

 

 

   할아버지 회고록을 2년에 걸쳐 출간했다. 자료를 모으기 위해 한국 방문 때 딸과 함께 현장을 찾았다. 할아버지께서 살아오신 자취와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서였다. 엄마가 한글로 적은 글을 딸이 영어로 번역했다. 먼저 한자어가 섞여 있는 글을 읽는 데 시간이 많이 소요됐다. 사전을 이용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다음 그 내용을 문법에 맞게 영작했다. 마지막으로 글의 표현을 문학적으로 다듬었다. 세 단계를 거쳐 번역이 이뤄졌다. 이중 언어로 책이 만들어졌다. 역사와 문화를 이해한 바탕에서 시작하여 썼는데도 힘든 작업이었다. 타국에서 성장하는 후세에게 남겨 줄 값진 유산을 정리할 수 있었다.

 

  다문화 속에서 여러 언어를 사용하면 타 역사와 문화를 접하고 포용하며 살아갈 수 있다. 폭넓은 눈과 태도로 기량을 펴며 살아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