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과 한계를 극복한 올림픽 정신

 

 

  애초부터 그리 기대할 상황은 아니었다. 다양성을 인정하면서도 서로 화합하여 하나 되길 바라는 지구촌 축제에 불이 붙었지만, '다 같이 더 강하게! Together Stronger!'라는 슬로건조차 가슴에 와 닿지 않고 시큰둥했다.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관객의 환호성이 없이 개막된 올림픽 마당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웬걸! 첫 금메달을 안겨준 양궁의 경기를 보며 예상치 못한 감동이 밀려왔. 열일곱 살 나이에 뇌졸중으로 쓰러진 아버지를 간호했던 가장(家長). 그는 자신의 위치와 책임을 다지며 양궁에 전력을 쏟아부어 2관왕을 거머쥐었다. 할머니에게 메달을 안겨주고 싶다는 간절한 바람이 공()을 쌓았다. 어려운 환경에서 의지와 노력으로 이루어낸 눈물과 땀방울을 보며 내 편견은 무너지기 시작했다. 목표를 향해 뛰어온 선수들에게 올림픽 마당은 생명줄과 같은 필수의 무대라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올림픽의 주역은 선수들이라는 것을. 메달의 가치를 무엇에 비교할 수 있으랴. 그것은 얼마나 긴 시간 동안 흘린 땀방울의 결실일까.

 

  선수들은 열악한 조건에서도 단련을 통해 멋진 경기를 만들어냈다.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고 최고 기록까지 말이다. 승부에 관계없이 경기를 즐기며 날아올라 신기록을 쓴 선수도 있었다. 암을 극복하고 도전한 선수, 신체적으로 불리할 것이라는 사람들의 편견을 떨쳐내고 기대치를 올린 여고생, 출산 후 육아를 병행하면서도 지치지 않고 도전하여 우리의 무더위를 식혀준 엄마 선수, 부상인데도 투혼을 다 한 선수. 간절함으로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지향하는 그 의지에 고귀한 가치를 둔다. 그들은 메달보다 더 빛나는 비상을 이루었다.

  '후회 없이 해보자!'라고 외치며 실수한 선수의 손을 잡고 높은 벽을 넘어 여자 배구 선수들은 단체전에서 역전승의 쾌거를 맛보았다. 수와 국민이 하나가 되었다. 아나운서와 해설위원의 목소리조차 떨리게 했던 기적의 반전 드라마는 한민족의 가슴을 벅차게 했다. 경기 후 패배한 팀 주장을 부둥켜안으며 위로해 주고, 승리한 자에게 진정한 축하를 전하는 선수의 모습이야말로 월계관의 정신이 아닌가 싶다.

 

  올림픽의 정신을 읊조리며 할머니의 동시를 손자에게 읽어준다.

<동그라미 다섯>

파랑 검정 하양 노랑 초록 / 다섯 동그라미 색깔이 동글동글 굴러와 /

팔짱을 끼더니 하나가 되었어요 //

네모난 세상 속 사람들도 덩달아 구르며 / 모서리를 깎아내더니 /

둥그런 올림픽 마당을 동그랗게 채웠어요 //

서로가 서로에게 / 같은 눈짓 같은 손짓하면서 /

같이 달리고 같이 뛰고 / 같이 던지고 같이 쏘고 / 같이 차고 같이 젓고 같이 겨루며 /

같이 흘린 땀 / 동 은 금 동그란 메달을 목에 걸어주었어요 //

동그란 마음으로 / 동글동글 더 큰 동그라미 만들자 하네요 

 

  5년을 기다렸던 올림픽은 206개국이 참가해 최선을 다한 선수들과 의료 및 자원봉사자의 숨은 수고가 어우러져 올림픽 정신이라는 울림을 남기고 마침표를 찍었다. 폐회식은 어둠 속에서 불빛을 폭포처럼 쏟아내며 오륜을 완성한 후 파리로 옮겨져 다른 시작을 알렸다.

  나의 이번 도쿄 올림픽에 대한 선입견은 공정하지 않고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이었음을 깨닫는다. 코로나를 대처하는 안전성 결핍과 특정한 나라에 대한 편견이 만든 오류였다는 것도 인정한다. 그동안 인종, 장애인, 성별, 성 소수자의 차별은 올림픽 정신에 결정적인 장애 요인이 되어 왔던 것처럼.

 

  한계를 극복했던 선수의 반대편에서 약점투성이인 나를 본다. 능력이 없는 자신을 잘 알고 있기에 인생의 경기에서 '난 할 수 없어!, 나의 능력은 여기까지야. 이건 내 영역이 아니야.'라고 선을 긋거나 지레 포기하기도 했다. 능력이 다다를 수 있는 범위를 미리 정한 채 머뭇거리기도 했다. 앞에 놓인 장해물이 너무 커 보였기 때문에 맞서기보다 돌아가려고 할 때도 있었다. 무능과 한계를 뛰어넘는 나와의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이제는 고달픈 도전을 계속하려고 한다. 더불어 부단한 훈련을 통해 목표에 다다르는 삶을 사는 내가 되기를 바란다.  

  도쿄 올림픽 성화는 꺼졌지만 나는 매일 매일 경기장에 서 있다. 값진 실패를 통해 더 가치 있는 미래를 만들기 위한 경기는 계속되어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