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의 소리

 

                                                                                                                                                                       이희숙

 

  '으앙!' 울음소리가 공기를 흔든다. 한 생명이 세상에 자신의 존재를 알리며 터지는 소리다. 손자가 태어나는 날에 나는 딸을 걱정하며 병실 안을 안절부절 서성였다. 의사와 간호사는 아기의 숨쉬기를 확인한 후 바쁘게 가위로 아기의 탯줄을 자른다. 탯줄은 잉태한 생명체가 태반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엄마와 아기의 배를 연결했던 줄인 것을. 영양분을 공급받던 아기의 가느다란 통로가 엄마의 몸으로부터 독립하는 날이다. 이제 그 길을 통하지 않고 스스로 영양을 섭취해야 한다. 연결의 중요성을 느끼게 하는 탄생의 비밀이다. 대견하고 애틋한 마음으로 손자를 가슴에 안았다.

 

  딸은 대학교 1학년 때 기숙사에서 사위를 만났다. 대가족과 함께 살던 딸이 처음 집을 떠나 외로워하며 타인종과 교우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친구를 사귀었나 보다. 그 후 서로를 진정으로 알아가는 것이 연결의 과정이 되었다. 기본적인 인적사항을 공유하고 자신이 걸어온 길, 음식, 성격, 습성, 가정환경 등을 알아가며 상대방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전체적인 그림이 그려질 때 비로소 둘은 하나로 연결되어 새로운 가정을 이루었다. 그 울타리에서 내가 어머니에게 받았던 사랑이 딸에게 또 손주로 내려가 맺어진 것임을.

 

  어느 날 중학교 2학년 외국 소녀가 우리 센터를 방문하여 한국어를 배우고 싶다고 했다. 왜 배우고 싶으냐고 물으니 K.Pop의 엑소, 빅뱅, 방탄소년단의 노래를 부르고 싶어서라고 했다. 과거엔 상상할 수 없던 일이 아닌가. K.Pop의 인기가 어떻게 세계를 휩쓸 수 있었는지 자못 궁금했다. 한국에서도 알려지지 않았던 이름도 생소한 아이돌이 어떻게? 나는 호기심이 발동하여 그 그룹을 인터넷에서 찾아보았다. 방탄소년단은 유튜브, 페이스북을 타고 빌보드 차트에 1위에 올랐다고 한다. 누가 한국 예능의 역사를 새롭게 쓸 줄 알았으랴. 온라인 매체를 통해 타 문화권 소녀와 연결된 것임을 알았다.

 

  나는 외국 학생에게 한글을 쉽게 가르치기 위한 교재와 교수 방법을 궁리했다. 한글이 만들어진 목적과 원리에 관해 이야기하고 ', , , '터 소개했다. 마지막 단계에서 방탄소년단의 노래 가사를 찾아 읽게 했는데 그녀에게 친밀한 접근을 시도하기 위해서였다. '이 세상이 뭐라건 넌 내게 최고. 너 그대로. 누가 뭐래도 넌 괜찮아. 21세기 소녀들아 넌 충분히 아름다워.' 노래 가사 내용은 10대가 거부감 없이 수용하여 자존감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가 팬들에게 전달되어 사랑받는 이유라는 걸 알았다.

 

  방탄소년단은 한국 가수로서 유엔에서 처음으로 연설했다. '진정한 사랑은 자신을 사랑하는 것, 내 몸의 목소리를 들어보자. 실수하고 단점이 있지만 제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며 자기의 목소리를 내라.'라는 감동의 메시지는 세계의 젊은이들을 하나로 이어준 것이다. 그들은 개성과 보편성을 가진 채 트위터를 통해 끊임없이 해외 팬들과 소통하며 맺어지는 관계를 유지하려 했다. 전 세계를 관통하며 연결하는 예술 문화적 현상이 되었다. 나이, 지역, 성별, 인종에 따른 어떤 차별도 없이 아티스트를 매개로 모여 오랜 친구처럼 대화하고 공감하다니 놀랍다.

 

  나도 SNS를 통해 글을 나누고 공감하며 의사소통을 한다. 댓글을 통해 독자의 마음을 읽을 수 있어 글쓰기에 반영하는데 내 사고의 범위를 넓혀 주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읽고 쓰는 주체와 관점의 스타일을 알게 해 준다고 할까. 정보를 공유하며 사회적 관계망을 만들고 유지하고 있다. 넷 워크가 그들과 가까이 접하는 긴요한 연결체가 된다. 또한, 친밀성을 높여주고 갈등 해결을 위한 소리임을. 연결은 서로 이어져 맺게 하여 각기 다른 상황에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작가와 독자는 하나가 된다.

 

  연결이라는 의미 속에 가족, 친구, 사회, 모든 인종이 보편화 되는 고리가 만들어지길 바란다. 디지털시대, 영상산업 시대, 생명공학 시대로 일컬어지는 이 21세기에서 미움으로 분열되고, 사상으로 나뉘고, 물질의 소유로 계급화되는 현상을 무엇으로 연결하면 하나가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