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리의 동생이 된 두비

                                                                                                                    이희숙

 

 

새 가족이 또 생겼다. 두 살 된 작은 마티스다. Petco 쇼핑몰 울타리 안 많은 유기견 틈에서 조용히 앉아 있는 모습이 눈에 띄어 그를 입양했다. 새 식구의 이름은 이미 우리 집에서 귀여움을 받고 있는 강아지 월리 Wall-E의 끝 글자와 둘째라는 의미를 합성하여 두비 DooB-E로 지었다. 두비를 양자로 들이는 것은 첫째 강아지 월리를 위해 내린 결정이었다.

 

월리는 12년 전에 우리 가족이 되었다. 산에서 주인을 잃고 헤매던 것을 딸의 친구가 하이킹을 하다가 발견했고, 우리가 입양 절차를 밟아 집으로 데리고 왔다. 월리는 그동안 산속에서 혼자 겪은 아픈 경험 때문인지 예민하고 불안해했지만 곧 적응했다. 성격이 밝고 사람을 좋아해서 사랑을 받았다. 내가 손주를 안아주면 곁에서 질투하며 자신이 사람인 줄 착각하는 영리한 강아지였다. 막내 자리를 차지했기에 하이킹이나 여행할 적엔 개를 허용하는 장소와 호텔을 택해 동행했다.

 

  월리는 딸이 퇴근할 시간이면 현관에 서서 기다렸다. 두 귀를 쫑긋 세우고 주의를 기울여 오직 주인에게만 관심을 쏟았다. 딸이 출장을 가면 밖을 향해 밤을 지새우는 모습이 얼마나 놀라웠던지. '너의 충성심은 사람보다 낫다'라며 감탄하며 주인을 구하려고 자신의 목숨을 희생했던 충견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월리는 호기심이 많고 활동적이어서 가출한 적도 있었다. 골목 집마다 문을 두드리며 찾았지만, 행방을 알 수 없었다. 하필이면 그날 밤에는 비까지 왔다. 빗속에서 어딘가를 헤매며 떨고 있지는 않을까? 걱정 때문에 우리는 잠을 이루지 못한 채 'Lost Dog' 포스터를 만들었다. 날이 밝는 대로 길거리에 광고를 붙이고 소식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아침에 포스터를 봤다는 분이 전화했다. 자기 집으로 데리고 가서 하룻밤을 돌보았다고 했다. 마침 그 집에도 개가 있어서 새 동무와 천진난만하게 하룻밤을 지내고 온 모양이었다. 주인의 마음도 모른 채. 잃어버린 한 마리 양을 애타게 찾은 후 기뻐하는 양치기의 마음이 이해되었다. 나 또한 사춘기 시절에 부모님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다른 길에서 방황하지 않았던가.

 

그동안 막내로서 많은 추억을 쌓은 지 올해로 열두 해다. 사람의 나이로 약 70세인 할아버지가 된 탓일까? 숨이 가쁘고 가슴 부위가 뚱뚱해지며 힘겹게 움직여 병원을 찾았고, 의사로부터 슬픈 사실을 들었다. 심장이 커지고 신장에 이상이 생겨 6개월에서 1년밖에 살 수 없다고 했다. 치료 방법으로 하루에 두 번씩 약 세 알을 먹어야 하는데 약을 먹은 후 입맛을 잃었는지 밥을 먹지 않았다. 시중에서 파는 개 음식 대신 신장에 좋은 음식으로 직접 만들어 먹이며 정성을 기울였다. 심장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개가 쉬는 소파 밑에 헝겊 계단을 만들어 놓았다. 집 안 구석구석에 CCTV를 달아 핸드폰으로 그를 모니터링했다. 숨소리가 이상하면 밤에도 병원 응급실로 달려가야 했다.

 

  가족회의 끝에 월리를 위해 새 강아지를 데려오기로 했다. 외로움을 덜어주어 수명을 연장하고 정서적 안정감을 주기 위해서였다. 두비가 오는 날에 월리도 입양 장소에 데리고 가서 동생의 처음 모습을 눈으로 익히게 했다. 드디어 두비가 우리 가족이 되었고, 거실은 개 놀이터인 양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돌보는 나의 손길이 바빠지고 두 마리가 같이 짖어대면 집안이 전쟁터인 것 같다. '손주도 다 자랐는데 늦은 나이에 이게 무슨 고생이람!' 푸념하다가도 꼬리를 흔들며 다가오는 두 녀석을 보면 웃음을 터뜨린다.

 

  두 마리를 앞세워 공원을 걸으면 앞서던 형이 걸음을 멈추고 뒤에 오는 동생을 기다린다. 서로를 바라보는 눈길이 내 마음을 흐뭇하게 해준다. 동반자가 되어 서로 의지하며 오래도록 우리 곁에 있길 바랄 뿐이다. 사랑의 끈으로 묶인 가족 때문에 우리는 외롭지 않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