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은 촛불이다.
촛불은 제 몸을 녹여 방안을 밝히고
눈은 제 몸을 녹여
이끼를 먹인다.
촛불은 어둔 밤을 밝혀주고
눈은 이끼에게 봄의 푸름을 선사한다.
하지만, 한 가지 다른 것은
촛불은 타다 남은 제 흔적을 남기지만
눈은 흔적조차 남기지 않는다.
완전한 사랑이란 가진 것 다 주고,
이제 더 이상 내게 없는 것을 말한다.
불완전 연소와 완전한 해빙.
미진한 사랑과 완전한 사랑을
한번 생각해 보는 시간이다.
지금 창 밖엔 눈이 오고 있다.
(사진:김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