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숙자 수필가의 <서나 가든의 촛불>을 읽고서
신순희
유숙자 수필가를 처음 뵌 것은 2013년 11월 엘에이 로텍스 호텔에서 열린 재미수필문학가협회 문학세미나에서였다. 그 세미나에서 바로 내 뒤편에 앉아계신 선생은 마침 출간된 수필집을 갖고 있었다. 욕심이 난 나는 염치불고하고 돌아서서 저도 한 권 주세요, 했다. 선생은 내 이름을 물으셨고 난 2012년 재미수필 신인상을 받은 시애틀에서 온 신순희라고 말씀드렸다. 그럼 드려야지요, 하시며 저자 서명을 해서 내게 주셨다. 그 책이 바로 <서나 가든의 촛불>이다.
서나 가든, 그곳은 런던 근교이다. 작가가 영국에 머물던 시절이다. 작가는 저물녘 런던 근교의 강변길 ‘서나 가든’을 따라 산책하다 우연히 창가에서 식사하는 노부부를 보게 된다. 평화롭고 행복한 모습이 영화 같았는데 노부부에게 그것은 일상이다. 작가는 그때부터 촛불 밝힌 식탁을 꿈꾼다. 작가에게 촛불은 따뜻한 일상의 축복이다. 외로운 이국 생활에서 노부부의 촛불 밝힌 식탁은 작가의 마음을 위로해 주는 정경이다. 작가는 그 모습을 닮고 싶어 촛불을 밝히기 시작한다. <서나 가든의 촛불>은 행복한 촛불이다. [2008년 작]
이 글을 읽으면서 박완서 소설가의 단편 <촛불 밝힌 식탁>이 떠올랐다. 은퇴한 노부부가 아들 내외가 사는 아파트 창이 보이는 건너편 아파트에 살게 된다. 아들 집에 자꾸 음식을 만들어 전해주던 어머니는, 어느 날부터 아들네 불 꺼진 창을 보고 빈집이라 가지 못한다. 저녁마다 건너편 어두컴컴한 창을 보던 아버지는 무언가 이상하게 희미한 불빛이 비치는 것을 알게 되는데, 그것은 아들 내외가 불을 끄고 식탁에 촛불을 켜둔 것이다. 빈집처럼 보이게 촛불을 켠 식탁. 박완서 소설가의 촛불은 쓸쓸한 촛불이다. [2007년 작]
왜 박완서 작품이 떠올랐는지 생각해 보니 대조되는 두 가정의 촛불 밝힌 식탁이기 때문이다. 유숙자 수필가의 촛불 밝힌 식탁은 따뜻한 촛불이고 박완서 소설가의 촛불 밝힌 식탁은 가슴 시린 촛불이다. 밝은 촛불 바로 밑의 어두운 그림자, 촛불의 양면이다.
2021년 2월 20일 오후 4시 온라인 화상 미팅 프로그램 줌Zoom으로 재미수필문학가협회 온동네방 모임을 가졌다. 유숙자 수필가의 수필 <서나 가든의 촛불>을 읽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진 후, 작가의 수필론에 대해 들었다.
1) 수필은 나만의 체험담을 쓰되 차별화된 글을 예리한 눈으로 써야 한다. 양주동 박사의 ‘안광이 지배를 철한다’ 즉 ‘눈빛이 종이를 뚫는다’는 명언은 책읽기에 집중하라는 뜻이다. 좋은 글을 많이 읽어야 좋은 글을 쓸 수 있다. 박양근 교수의 ‘프리즘으로 보라’는 말처럼 프리즘같이 다양한 안목을 길러야 한다.
2) 수필 한 편을 쓰고나서 묵히고 삭혀서 매일 퇴고하라. 지속해서 재고하여 묵은지같이 숙성된 글을 발표하라. 작품은 일 년에 삼십 편 정도 다작하며 실력을 향상하고 그것이 어렵다면 적어도 한 달에 두 편은 쓰는 게 좋다. 평소 비공개 수필 열 편 정도는 기본으로 가지고 있어라. 많이 읽고 많이 써라.
알고 있어도 실천하기 쉽지 않다. 글 쓰면서 자기만족에 빠지지 않도록 좋은 작품 꾸준히 읽고 써가며 공부해야겠다. 줌을 통해 만나기 힘든 재미수필협회 온동네방 회원들과 함께 유숙자 수필가의 강의를 들으니 마음 뿌듯하다. 귀한 자리 마련해 준 협회에 감사한다.
[2021년 2월 ]
신순희 선생님
문학 세미나에서 앞 뒤에 앉아 연이 닿았습니다.
열심히 창작활동 하시는 모습 보기 좋습니다.
많이 읽고 많이 쓰셔서
보람의 열매를 걷우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