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과 연잎을 본다.
수학 방정식을 풀 때처럼 같은 글자 '연'을 빼내면 ( ) 속에 (꽃+잎)이 남는다.
잠시 꽃과 잎에 생각이 머문다.
누군들 '꽃'이 되고 싶지 않으랴.
하지만, 우리 모두 '꽃'이 될 수는 없다.
잎이 없는 꽃은 하나의 정물일 뿐, 아름다운 풍경화가 될 수 없듯이.
나도 그대에게 '잎'이 되고 싶다.
아니, 보이지 않는 꽃대궁이 되어도 좋다.
당신을 빛내고, 당신을 받쳐줄 수만 있다면 내 행복은 그 뿐.
심연 속에 잠겨있는 구름처럼, 한줄기 바람에도 흔들릴 깃털 같은 사랑이지만 어쩌랴.
나 오랜 시간 그대 속에 침잠해 있음을.
오늘은 한줄기 소낙비라도 내렸음 좋겠다.
연잎 우산을 들고 영희와 철수처럼 달리고 싶다.
시간 속으로, 추억 속으로.
(사진:김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