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유레카 !

                                                                                                                                                                                                                 김화진

 

          잃어버린 봄이었다. 예년처럼 캘리포니아 드넓은 평원에 만발하는 야생화 카펫을 밟아볼 기회도     

          갖지 못했다. 햇볕은 점점 뜨거워지는데 세계 전염병 확산으로 침묵의 시간을 지나고 있다.

          한몸으로 묶여 돌아가는 지구에 찾아온 불청객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이다. 활동을 하려면 밖으로

          나가야 하는데 발이 묶였다. 인간의 심리는 누군가에게 통제를 당하게 되면 창의성과 기억의 상실을

          경험한다. 사회적 관계가 이어지지 않는 삶은 동력이 꺼져버린 공장과 같다. 지금 문앞에 있는

          찬란한 여름이 우리에겐 멀기만 하다.

 

          선택이 없는 오늘이다. 원래 나돌아 다니기를 좋아한하는 성격인지라 집에 머무르는 시간에 대해

          불안한 생각마저 들었다. 어떤 일로 하루를 만들어내야 할까. 어린 시절 방학 첫날이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하루 일과표를 그려 책상 머리에 붙여놓는 것이었다. 기억하건대 한번도 계획표대로 방학을

          지낸 때는 없었다. 비록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맞닥들인 이번 강제 칩거의 시간이지만 실패를 되풀이

          하지 지내보자고 마음 먹었다. 이만큼 살아온 삶에서 얻은 체험을 모아서 행복을 싶다.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다. 어린아이의 내 뜻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모든 일은 이미 결정된 대로 난

          그저 따라 하면 됐다. 때론 내 생각과 다른 이유를 묻고 싶었지만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그리 대단한

          의견이 아닐지언정 어린 마음엔 아쉬움과 의문이 오래 남았다. 그래서였는지 두 딸을 키우면서 늘

          아이들의 생각에 귀를 귀울이고 최대한 이해하려 노력했다. 어른들만의 세상이 아닌 것을 인정해야

          함에도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좁은 시야를 벗어나지 못하는 듯 하다.

 

          매일이 깨달음의 삶이다. 아니 매 순간 문득 떠오르는 새로운 깨침에 나 자신도 놀랄 때가 많다.

          옛 아르키메데스가 임금님 황금 왕관의 순도를 풀어내야 하는 숙제를 놓고 고심하던 중 욕조의 물이

          넘치는 순간 번뜩 떠오른 원리를 깨닫고 벌거벗은 채 뛰어나가며 외쳤다는 유레카’ (바로 이거야 ! ).

          오늘 나는 삶 안에서 무엇을 새로이 발견했는가. 새로움은 우연히 맞닥드리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늘 마음 안에 깊이 새기며 집중하고 있을 때 준비된 이에게 찾아온다고 믿는다. 그 행복감과 희열의

          가치는 참으로 거룩하다. 누구도 대신 안겨줄 수 없는 오직 내 안에서 부화되어 날개를 치고 하늘로

          솟구칠 힘이다.

 

          많이 살았다. 누가 삶의 날수를 헤아린다고 했나. 단지 오늘 주어진 시간을 하루의 단위로 살아온

          지난 날과 앞으로 얼마나 남았을지 모를 또 다른 하루를 이어갈 뿐이다.

          나이가 들면 새롭게 공부할 일이 없을 줄 알았다. 살아온 날 동안 얼마나 많은 지식과 교양을 늘리고자

          노력했던가. 그것은 단지 그때그때 최대의 효력을 발휘하여 생을 유지하는 원동력에 기여를 했을 뿐

          정작 내 삶을 성장시키고 채우기 위한 여분의 에너지는 아니었던 것이다.

          이젠 세상이 달라졌다. 새로운 지식과 사회 변화를 익히기 위해서 책을 읽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훨씬 편리하고 빠른 방법이 있다.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가 그것이다. 특별한 컴퓨터 이용기술이 아니라도

          쉽게 접속할 수 있으니 정말 편리하다.

 

          문득 오래 전 할머니의 모습이 떠오른다. 고등학교 시절 우리집엔 텔레비젼과 전화가 있었다.

          부유한 살림은 아니었지만 그럭저럭 세태의 흐름에는 따라가는 정도였다. 주말 연속극이나 레슬링 게임이

          방송되는 날엔 온 동네 사람들이 마당의 평상을 차지하고 우리집 전화는 모든 가정의 연락망이 되었다.

          할머니는 그 작은 화면 속에 사람이 들어갔다는 생각에 놀라셨다. 수화기 속으로 들리는 목소리에는

          사방을 둘러보며 말하는 사람을 찾기도 하셨다. 내겐 과학의 원리를 알아 차리지 못하는 할머니가

          답답하고 조금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은퇴 후부터 열심히 동네 학교를 다녔다. 노인대학이라 부르는 게 썩 기분 좋은 이름은 아니었지만

          적은 비용으로 알찬 수업을 제공 받는다. 컴퓨터반에 등록하여 기본 지식을 익힌 것은 세대의 흐름을

          따라가기에 큰 도움이 되었다. 라인댄스반에서 재미있는 건강관리를 익혔다. 합창반에서는 노래도 배웠다.

          의지만 있다면 배움의 기회를 쉽게 찾아 누릴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 세월인가. 내가 새로움을 이해하지

          못하는 할머니가 안쓰럽게 느꼈던 그 마음을 내 아이들에게 갖도록 하고싶지 않은 것이다.

 

          괴테는 가장 유능한 사람은 항상 배움에 힘쓰는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지식을 많이 가진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끝없이 배우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일 게다.

          책을 통한 지식의 습득만이 공부는 아닐 것이다. 살아가며 매 순간 만나는 사람들이야말로 참 삶의 지혜를

          깨닫는 현장이 아닐까.

          아직은 사람들과 자유로이 만날 기회가 제약을 받고 있지만 곧 모든 생활이 제자리로 돌아오면 더욱 열심히

          유레카!’를 외칠 시간을 만들어야겠다.

 

          최고의 스승은 아름다운 삶을 이루어 가며 오늘도 노력하는 당신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