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에 미국 시인 루이즈 글릭…자전적 얘기로 존재 보편성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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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20/10/08 08:08

문학상 여성 수상자 역대 16번째
『와일드 아이리스』 등 12권 펴내



루이즈 글릭


올해 노벨문학상은 미국 시인 루이즈 글릭(77)에게 돌아갔다. 8일(현지시간) 스웨덴 한림원은 “소박한 아름다움을 갖춘 명징한 시적 목소리로 인간 존재를 보편화시켰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또 그의 작품에 대해 “명확성이 특징”이라며 “어린 시절과 가족의 삶, 부모와 형제자매의 밀접한 관계에 시의 초점을 맞추면서도 보편성을 추구했다”고 평했다. 글릭은 노벨문학상의 역대 16번째 여성 수상자다.

1943년 미국에서 태어난 글릭은 1968년 ‘맏이(Firstborn)’로 데뷔했고, 현재 예일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퓰리처상(1993)과 내셔널 북 어워드(2014) 등을 수상했다. 퓰리처상 수상작 『와일드 아이리스(The Wild Iris)』등 12권의 시집을 냈으나 국내에 번역된 책은 아직 없다.

정은귀 한국외대 영미문학 문화학과 교수는 “글릭은 고교 시절부터 거식증 등 육체적 병과 트라우마를 앓았고, 이런 문제들을 자연의 음절로 엮어 극복해 나갔다”며 “‘와일드 아이리스’는 꽃을 단순히 자연물로 바라본 생태시가 아니라 인간의 상실과 고통을 아우르는 목소리를 꽃에 부여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양균원 대진대 영문학과 교수는 “글릭의 목소리는 가장 개인적인 고통의 순간을 표현하면서도 그것이 보다 포괄적인 인간의 문제로 확장하도록 해 종래의 서정시에 새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노벨문학상은 2018년 심사위원 배우자의 성폭력 문제가 불거져 수상자 선정이 취소됐고, 지난해 수상자 페터 한트케는 유고 전범 지지 행적이 논란을 일으켰다. 이에 따라 올해는 정치이념적 논란이 없는 여성 작가의 수상이 예견됐다. 코로나19 여파로 올해 시상식은 각국에서 치러진다. 상금은 1000만 스웨덴크로나(약 13억원)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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