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페 누 이 아! (양상훈 수필)


 하와이는 약 2,800년 전에 화산폭발로 탄생한 화산섬이다. 수도 호놀룰루의 오하우섬을 비롯 하여 8개의 큰 섬을 포함한 137여개의 섬과 산호초로 이루어져 있다. 하와이제도를 구성하는 군도는 화산폭발로 용암이 쏟아져 나와 빚어진 절묘한 산맥과 해안 계곡 등으로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형성한다.

1년 내내 시원한 무역풍이 에메랄드 빛 바다를 타고 불어와 습도가 없는 쾌적한 날씨. 맑다 못해 투명한 하늘과 따뜻한 햇살로 인한 청명함은 하와이 아니고는 맛보기 힘들다. 현란한 알로하셔츠와 반바지 차림의 자유로움, 빨간색 히이비스커스(Hibiscus,하와이를 대표하는 꽃))를 머리에 꽂고 해변을 거니는 낭만, 오염되지 않는 자연과 신비로운 폴리네시안 문화, 활기 넘치는 다양한 해양스포츠와 완벽한 레저시설 등은 오늘의 하와이를 지상 최고의 관광 휴양지로 손꼽게 하는 매력이리라.

 나는 뉴욕에서 29년간 거주하다가 은퇴하여 추운 겨울을 벗어나고자, 산과 바다가 정겹고,

기온이 따뜻한 하와이로 이사 오게 되었다. 뉴욕에 오래 살면서 한국적인 사계절에 친숙해지고 정이 들어 제2의 고향이 되었다. 하지만 아이들이 성장하여 동부에서 학업을 마치고 가정을 이루어 흩어지면서 더는 그곳에 거주할 명분이 없어졌다. 하와이 정착 후, 사방의 산과 바다가 이마에 닿는 듯한 자연환경 속에서, 물고기가 물을 만난 것처럼 그런대로 잘 적응하고 있는 편이다.

 하와이 제도는 아름다운 산맥으로 이어져 있어 하이킹 코스로 유명하다. 그러나 산맥들이 겉으로는 온순하고 수려해 보이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만만치 않다. 전문가도 아닌 나는 처음에 겁도 없이 도전하다가 낭패를 당할 뻔 했다. 화산용암으로 빚어낸 가파른 산길 곳곳에는, 빽 빽한 수림(樹林)으로 가려진 낭떠러지가 숨어져 있어 위험하다. 또한 나무뿌리들이 염치없이 길바닥에 울퉁불퉁 솟아나와 있어 미끄럽기에 주의해야한다.

 하와이의 유명산 대부분은 정상에 화산이 폭발한 휴화산 분화구가 있어 즐거움을 준다. 신혼부부들이 하니문으로 인기 있는 마우이섬의 할레칼라산은 백두산보다 높은 2,968m로 숨 막힐 듯한 낭만적인 하이킹 코스를 자랑한다.

그리고 유일하게 하와이에서 눈을 볼 수 있는 곳, 빅아일렌드의 휴화산 중 하나인 마우나케이 산은 높이4,200m로 하얀 눈으로 덮은 백설의 장관에 눈을 떼지 못한다.

 하와이의 문호인 오하우섬의 호놀룰루는 하와이 제도 인구 80%가 거주하는 행정, 항구도시로서 하와이의 수도이다. 오하우 섬에는 가장 오래된 하이킹 코스로 유명한 두 개의 휴화산이있다. 하나는 호놀룰루 시내를 내려 다 볼 수 있는 와이키키해안의 다이아몬드 헤드 분화구이고, 또 하나는 하나우마 베이와 샌디비치를 내려다보고 있으며, 2차 세게대전의 상흔이 남아 있는 코코헤드 분화구이다. 1048개의 천국계단을 밟고 올라가야 하는 코코해드 분화구는 해돋이로 유명한 마카푸우 전망대, 마카푸우 포인트(Makapu'u Point)와 연결되어있다.

 

 새해에는 마카푸우가 하와이 연례행사인 첫 하이킹 데이를 기념하는 장소로 잡혔다.

해변을 따라 오르는 완만한 코스인 마카푸우 전망대는 일출을 보기 위한 사람들로 붐비는 곳이다. 특히 새해 첫날에는 가장 인기 있는 곳으로 인파가 몰린다.

하와이로 이사 온 지 7년 만에 2019년 새해를 맞아 첫 하이킹‘First Day Hike’ 행사에 합류하기로 했다. 오하우섬 동쪽 끝 카이비 해안선 뒤쪽에 위치한 유명한 마카푸우 등대에서 새해 첫날 새벽 동트기 전에 모여 첫 해돋이를 기념했다. 이런 이색적인 행사에는 처음으로 참가하는 거라, 평소보다 감회가 깊었다.

 태양이지만 분명 어제와 다른 태양이 바다와 하늘이 맞닿은 끝 저편에서 찬란한 빛을 쏘아올렸다. ‘새해 첫날 하이크( First Day Hike)’ 라 불리는 이날 이벤트는 하와이만의 행사가 아닌 미국 50개주 전체에서 이루어지는 전국적인 이벤트(national event) 였다.

미국 내에 있는 주립공원들을 홍보하고 건강증진을 위한 야외활동을 관장하는 취지로 기획한 해맞이 행사였다.

해가 뜨는 시각. 왠지 영혼을 집중하게 하는 울림의 하와이언 소라고둥 소리가 동서남북을 향해 울렸고 하와이언 노래 (Oli)가 새벽을 깨었다. 그리고 둥, 두 둥 울리는 소리가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를 깨우는 듯한 타이코 드럼(Taiko Drum) 퍼포먼스가 뒤를 따르며 내 심장도 함께 울리며 설레고 두근거리게 했다. 새해를 맞이하는 대표곡으로 자리 잡은 올드 랭 사인(Auld Lang Syne)’을 연주하는 스코틀렌드의 백파이프(Bagpipe) 소리는 지나간 2018년의 좋은 기억을 추억하고 좋지 않은 기억을 떠나보내게 하려는 듯이, 왠지 아련하게 들려왔다.

행사가 진행한 동안 공원관리인, 동식물 연구원, 자원봉사자들이 함께 참여해 주변지역의 자연환경과 문화적 특색을 설명했다. 그들의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새로운 해가 떠오르는 건 어쩌면 판도라의 상자에서 인간 세상에 마지막으로 튀어나온희망과 맥을 같이 하는지도 모른다. 비록 어제까지는 많이 힘들었어도 오늘은 그렇지 않을 거라는 희망, 오늘까지는 정말 죽을 것 같았어도 내일은 괜찮을 것 같다는 밝은 희망,

드디어 2019년의 첫 해가 찬란하게 떠오르는 것을 바라보며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의 스카렛 오하라처럼 생각해본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떠오를 태니까.(Tomorrow is another day)” 고전 영화에 나오는 마지막 명대사처럼 내일은 또 다른 하루이다. 오늘은 견디기 힘들었어도 내일은 또 다른 기회가 찾아오고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내포한 뜻이리라


 매년 새해에는 만나는 사람들에게 알로하(Alhoa) 정신으로 환한 웃음과 함께 해피 뉴 이어!(Happy New Year)’를 하와이 언어로 인사해보자. 하와이 원주민처럼 자연스럽게!

하우올리마카히키오우(Hau'oli Makahiki Hou) 하페누이아! (Hape Nu'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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