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훈장
20년 넘게 남편의 훈장이 걸려있던 빈 벽면
설핏, 잠이 들었다가 문 앞에 버리려고 놔 둔
그 훈장이 가슴속에서 푸른 돌처럼 끓어올랐다
이번에야말로 속살을 도려내듯
족쇄를 끊으려고
짐을 끌며 쓰레기장으로 서둘렀다
모두가 잠든 시각, 번쩍 들어서
쓰레기 통속에 던져 버렸다
정적의 유리가 커다랗게 깨지면서
내 가슴에서 쿵, 하는 그 비명소리가
슬픔과 비통의 아케론 강을 건너고
탄식과 비탄의 코퀴토스 강도 건너고
증오의 스틱스 강까지 다 건너고
망각의 먼 레테의 강물까지도
이미 다 건너갔을 남편의 가슴에서도
쩍, 하고 금 가듯이 흔들렸으리라
곱게 간직했던 남편의 훈장....
버리는 그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절절한,
그러나
절제된 슬픔이
느껴지는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