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사랑


오늘은 애인을 만나러 가는 날이다. 나의 애인은 하나도 아니고 둘이다. 그래서 더욱 설렌다. 어제저녁부터 목욕하고 아침을 기다린다.

둘이 너무나 닮아서 가끔은 헷갈린다. 이름을 서로 바꾸어 부르기도 하고 얼굴을 유심히 쳐다본 다음 이름을 부른다. 아직은 눈치채지 못하지만, 곧 제 이름을 잘못 부른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한 애인은 얼굴이 작고 다른 애인은 얼굴이 좀 더 통통하고 활동적이다. 그들은 다른 애인이 셋이나 있고 가끔은 둘이 되기도 하다. 그래서 나에게는 눈길을 주지 않는다. 무엇이든지 원하기도 전에 다 들어주니 아쉬울 것이 없어 나에겐 관심이 없다. 어쩌다  가까이 가면 무정하게 몸을 핵 돌려 도망간다. 그러나 한 번 빠진 내 사랑은 멈출 수가 없다. 나의 사랑은 변하지 않으니까.

요즈음 조금 달라졌다. 지난 일 년 육 개월간 여간해서 틈을 주지 않았는데 내 일편단심을 알아챈 것이다. 가끔 장난감을 가져와 손 위에 놓고 가기도 한다. 안아 보려고 하면 다른 애인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빙빙 돌며 피하기만 하더니 손을 뻗치지 않아도 슬그머니 다가온다. 그때는 그들의 애인이 없을 때이다.

가끔 미소를 보내기도 하고 가까이 다가오기도 한다. 드디어 나의 사랑을 받아준 것일까. 외면하던 눈길을 마주하며 살며시 미소 지으면 내 마음이 설렌다.

이즈음 나는 하필 두 번째 오십견이 와서 물 한잔을 들 수 없을 정도로 팔을 쓸 수가 없다.

 늘 기회가 있는 것이 아니라서 그 순간 나의 아픈 팔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때로는 두 애인이 서로 안아 달라고 보채기도 한다. 일주일에 하루 약속된 시간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면 그 댓가를 치러야 한다. 밤새도록 그 지독한 통증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고 며칠을 쩔쩔맨다.그래도 금요일 우리의 약속한 날이 돌아오면 간밤의 통증쯤은 잊어버린다. 오랫동안 나의 짝사랑을 알아주었다는 기쁨에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린다. 나의 사랑스러운 애인들을 만나러 가는 날은 언제나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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