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빔밥   (재미수필문학가협회 신인상 수상 작품)

 

                                                                                                                이희숙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은 사이에 비빔밥이 놓였다. 소고기와 김치를 넣은 비빔밥이 두 정상의 식사로 선택된 싱가포르 음식점 포스터다. 전 세계로 퍼지는 뉴스 한가운데에서 비빔밥도 덩달아 주목받는다. 나도 나물에 고추장을 넣고 쓰으쓱 비벼 먹고 싶은 충동이 일어난다.

 

  나이가 들어가니 나물을 즐겨 먹게 된다. 그윽하고 깊은 맛과 향에 매료된다. 나물은 씹히는 질감의 여운과 함께 고상한 향취를 풍긴다. 그 속에는 소박하고 정갈한 반갓집 여인의 모습이 묻어있다. 이민 생활 30년이 넘어도 여전히 비빔밥은 정겹다. 비빔밥은 각종 나물에 회, 육회, 달걀을 첨부한다. 한 숟갈 덧얹어 마무리하는 고추장은 마지막 점을 찍어 완성하는 화룡점정이다. 화려한 색감이 입맛을 돋운다. 정성과 애정까지 듬뿍 넣어 비비면 우리 특유의 정서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그 모습이 아름다워 화반이라 하고, 일곱 가지 재료가 단장한 것 같아 칠보 화반이라고 불린다.

 

  오래전부터 한국 항공 기내식으로 비빔밥이 등장했다. 작은 그릇에서 여러 가지 맛을 함께 또 다르게 음미하는 매력이 있다. 전 세계가 하나로 연결된 세상에서 다리 역할을 하는 듯. 우리의 문화와 혼을 세계에 알리는 음식으로 두각을 나타냈다. 비빔밥은 이제 세계인이 인정하는 건강 음식으로 사랑받는다.

 

  우리가 사는 캘리포니아는 여러 인종이 어우러져 비빔밥과 같은 공간이다. 한 그릇 속에서 많은 종족이 서로 삶을 비비며 살아간다. 피부색, 언어, 문화가 다른 민족이 자신의 맛을 지니고 한 그릇에 모인 셈이다. 마침내 새롭고 독특한 맛을 만들어 낸 것이 아닐는지. 각 민족의 소리가 연합하여 거대한 미국을 이끌어간다.

 

  그 속의 작은 터. 우리 어린이학교에선 18개국이 넘는 어린이가 성장하고 있다. 언어, 피부색, 음식과 문화가 다른 가정에서 자란 탓에 서로 적응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공동체 안에서 규칙을 익히고 사회성을 기르려 부단히 애쓴다. 함께 놀고 프로그램에 몰두하며 서로를 바라보는 눈망울 속에 같은 꿈을 공유한다. 지혜가 자라며 서로를 이해한다. 사랑을 나누고 허물까지 보듬는다. 다민족 어린이가 눈높이를 맞추고 어깨동무한다. 커다란 칠보 화반 비빔밥을 만든다고 할까. 타문화를 존중하며 꽃을 피우는 다채로운 정원이 된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속담이 있듯이 함께하면 나누어진 힘을 능가하는 힘이 생긴다. 어느 분야에서든 팀워크(team work)는 힘의 원동력이 된다. 공통된 비전을 향해 함께 일하는 능력으로 비범한 결과를 낼 수 있다. 비빔밥은 각각 개성적인 맛을 가진 재료들이 뒤섞여 한 가지의 오묘한 맛을 낸다. ‘협동, 단결, 협력, 화합으로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음을 비빔밥은 맛으로 보여준다.

 

  지난겨울, 조국에서 따뜻한 소식이 불어왔다. 대한민국의 남과 북이 마주하며 민족 화합의 노래를 불렀다. 남북 정상회담으로 종전을 기대하며 평화의 염원을 품을 수 있게 되었다. 거기에 더하여 612일에는 미북 정상회담이 싱가포르에서 열렸다. 세계의 이목 속에서 새 역사를 썼다. 완전한 비핵화 실현에 한 걸음 다가섰다. 완전한 목표(CVID)를 실현키 위한 방법론 등 많은 과제가 남아 있지만, 우린 소망한다.

 

  한반도에서 울려 퍼진 비빔밥의 하모니가 평화통일로 이어질 수 있기를.

 

 

  

  

8.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