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에이에 사는 딸아이가 추수감사절 연휴를 함께 보내려고 왔다. 이번에 딸이 올 때는 Tucson 에서 Phoenix 로 이어지는 I- 10 high way 에 펼쳐있는 목화밭을 꼭 보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딸아이는 해가 진 후에 도착하고 해가 뜨기 전에 떠나야 해서 창밖으로 펼쳐진 목화밭을 볼 수 없어 아쉬웠다.
이맘때면 이곳은 끝없이 펼쳐진 목화밭에 하얀 눈송이 같은 열매가 소복이 나무를 덮었다. 이전까지만 해도 막연히 미국의 역사를 더듬으며 목화를 생산하는 곳은 중남부 어느 한주가 아닐까 생각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애리조나가 캘리포니아 다음으로 목화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주라고 했다.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넓게 펼쳐진 이곳의 목화밭을 볼 때마다 나는 묘한 향수를 느꼈다. 아마도 초등학교 때 국어 교과서에서 읽었던 문익점의 이야기가 떠오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다.
딸아이를 떠나보내고 돌아오는 길에 날이 밝아서 눈송이처럼 하얗게 뒤덮인 목화밭 옆에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어 엘에이에 도착하자마자 볼 수 있도록 서둘러 보내주었다. 딸아이에게 목화밭은 아무것도 아닐지 모른다. 그저 엄마 맘과 같으려니 하는 생각에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