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권하는 한인 사회 

-앞 다투어 일제를 소비할 까닭이 없다.

 

작은 녀석 차를 바꿔야하게 생겼다.

지프 2004년형 중고를 구입해 타고 다녔는데, 애초에 낡은 차를 사 줘서 그런지 덜덜 거리는 것이 영 불안해서 안 되겠다. 고속도로에서 예고 없이 서 버리기도 하고 브레이크가 잡히지 않아 위험한 순간도 있었다 하니, 애 보다 내가 더 스트레스를 받는 지경이 되었다.  하는 수 없이 차를 바꾸기로 하고 한인타운 내의 딜러십을 몇 군데 둘러보았다. 그러다가 희한한 사실을 발견했다. 그들은 왜 한결같이 일본차를 권하는가.  가전제품 매장에 가도 한국인 직원은 일본제품을 권한다. 한인타운 내의 화장품 가게들은 대부분 시세이도 간판을 걸어놓고 장사를 한다. 한국 사람들이 일제를 특히 좋아하는 것인지, 어떤 상업적 이유로 일본제품이 팔기에 좋은 것인지는 알 수가 없지만 의문이 꼬리를 문다.  왜 한인상권의 상인들은 일제구매를 부추기는가!

한인타운을 벗어나 타인종 상권에 있는 딜러십을 방문해 보았다. 아이를 위한 소형차를 찾고 있다, 추천해 달라고 똑같이 주문했다.  그들이 추천한 것은 혼다나 토요타가 아니다. 쉐보레 소닉, 아우디 A3, 폭스바겐 등으로 다양했다. 쉐보레 소닉, 가격도 저렴하고 무엇보다 미국의 자동차 충돌 안전성 테스트에서 1등을 했다고 한다. 글로벌 경쟁 시대다. 애국심만을 내세워 한국산을 고집할 필요는 없겠다.  그러나, 아베 집권 후 그들의 행태를 보라. 아베의 뻔뻔한 역사의식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니 백 버너(back burner)로 옮겨둔다 치고, 최근의 엔화절하는 한국산 제품의 수출에 치명타를 안기고 있다.  지진에 쓰나미에, 아소산 화산폭발까지, 자연재해로 멀미를 앓고 있는 일본으로서는 자구책을 내 놓은 것인데 우리가 앞 다투어 일제를 소비해 줄 까닭이 없다.

개발도상국 반열에 있을 때의 우리는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급했다.  소비자는 좀 더 싼 물건을 찾아 움직였고, 상인은 큰 이윤을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보다 높은 가치를 추구할 때가 되었다.  국력은 국민의 의식구조로 완성된다. 일본 제품이 화려한 수사로 마케팅을 하고 가격을 좀 더 떨어뜨렸다고 해서 일본시장으로 몰려가는 건 우리 스스로 격을 낮추는 일이다.

 

우리에게는 세계 어디에 내 놓아도 꿀리지 않는 격조 높은 정신문화가 있다. 양반으로 대변되는 선비문화다. 우리의 해안을 노략질 하던 야만민족에게 국토를 수탈당하고 한 세대를 넘기는 긴 시간 지배를 받음으로써 우리의 정신문화는 크게 왜곡되었다.  격조 있는 양반문화는 허영으로, 질박한 서민문화는 몽매 무지한 것으로 보게 되었다.  왜인들의 문화말살정책의 결과다. 얼어 죽어도 겻불은 쬐지 않던 것이 양반이었다. 꾼 보리 서 말만 있어도 처가 신세를 지지 않던 것이 양반이었다. 서민문화에도 이런 성품이 있다. 투박함 속에 자존심이 있어 체통에 어긋나는 일을 삼갔다. 이것이 격조다. 선비의식이다. 약자 앞에서 바로 서고 강자 앞에서는 연신 허리를 굽실거리는, 왜인들과는 기질적으로 구별된다.

어려운 때는 지났다. 나 스스로에게, 한인사회 공공에게 바란다. 일본에 대하여 우리는 확고한 역사의식과 분명한 현실인식을 가져야 한다. 그들의 상술에 휘말려 선비의 자존심을 버려서야 되겠나. 국격을 높이는 일은 몇몇 위정자들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우리들 각자가 할 일이다. 

결자해지(結者解之)고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 매듭은 묶은 자가 푸는 것이고, 일은 바른 데로 돌아갈 것이다. 일본은 현재 우리의 이웃이 아니다. (9.2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