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즐겨가던 Tohono Chul Park에 갔다가 뜰앞에 곱고 예쁜 모습으로 가득히 피어난 Hummingbird Trumpets에 매료되었다. Tohono Chul Park 은 아름다운 가든, 허밍버드와 갖가지 새들, 브런치를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과 예쁜 기념품들을 파는 작은 갤러리가 함께 모여 있는 곳이다. 작년에 그 곳애서 연중행사로 열리는 초목 쎄일을 기다렸다가 Hummingbird Trumpet을 한그루를 사서 뒤뜰에 심었는데 잘 자라주어 초가을부터 예쁜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Hummingbird Trumpet은 원산지가 애리조나로 사막의 기후에 잘 견뎌내고 이름 그대로 허밍버드와 나비들을 불러 모은다. 뒤뜰 화단에 피어난 모습이 너무 곱고 아름다워서 올가을 초목 쎄일에 가서는 욕심을 내어 Hummingbird Trumpet 을 모아둔 곳에서 보이는 대로 초목을 집어 들고 카트에 옮겨 놓았다. 흐뭇한 마음으로 초목을 싣고 집으로 돌아와서야 그중에 Hummingbird trumpet 이 아닌 비슷한 것이 함께 끼어 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정신없이 나무들을 카트에 옮겨 심으면서 제대로 확인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미 되돌아가 바꿀 여유가 없던 터라 이름도 알지 못하고 어떤 꽃을 피울는지도 모르는 어린나무 앞에서 주의 깊게 확인하지 못했던 나를 책망하고 불평하면서 한구석에 그 초목을 심었다. 돌이켜보면 그때 내가 쏟아냈던 가시 같은 말들을 듣고 어린것이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 미안한 생각이 든다. 그런데 며칠 전 뜰에 나갔다가 그 초목이 꽃을 피운 것을 발견했다. 다른 모습이긴 했지만 같은 붉은색으로 밉지 않았다. 오히려 한껏 사랑받으며 피어난 Hummingbird Trumpets 사이에서 꿋꿋하게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고 활짝 피어오른 그 꽃이 자랑스럽고 대견했다. 나는 그 꽃의 이름을 알 때까지 "미운 오리 새끼"라고 부르기로 했다. 진품이 아니라는 죄를 쓰고 한구석에 심어져 환영받지 못했지만, 훗날 아름다운 백조의 모습으로 활짝 피어올라 화단을 빛내줄 모습을 상상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