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사람들의 알로하

 

 

최 숙희

 

 

아들이 인턴을 한 회사에서 졸업 후 오라는 제의를 받아서 축하하고 싶었다. 뉴욕에서 일하는 딸도 휴가를 낼 수 있다기에 가족여행을 계획했다. 공항 픽업과 150달러 식음료 크레딧, 전체 요금의 4퍼센트 리베이트 조건이 마음에 들어 코스트코 트래블을 이용했다. 호놀룰루 공항에 도착하니 원주민 아가씨가 향기로운 하와이 꽃 목걸이로 환영한다. 와이키키해변과 다이아몬드헤드가 보이는 전망 좋은 방도 마음에 들었다.

 

 

탐스럽게 핀 하와이 꽃 푸르메리아가 아침 인사를 건넨다. 꽃향기를 머금은 듯 달콤한 공기가 싱그럽다. 맛집 검색으로 찾은 우동집 마루카메로 걸어가는 길이다. 국수를 직접 뽑고, 삶아, 찬물에 헹구는 과정을 보여줘서 인가. 국숫발이 더욱 탱탱하고 쫄깃하게 느껴져 식감이 좋다. 가성비 최고의 식당이라더니 새우, 야채, 아스파라거스 등 갖가지 튀김에 주먹밥, 무수비, 우동을 배불리 먹어도 네 명이 50달러로 충분하다. 렌터카를 찾으러 가며 들른 베이커리의 코나커피와 주전부리로 산 몇 개의 스콘이 훨씬 비싸니 아이러니하다.

 

 

구글에 여행리뷰와 맛집 소개가 잘 돼있으니 25년 전 여행책자에 의지해서 남편과 둘이 헤매던 때와는 달리 많이 편해졌다. 어느새 커버린 아이들이 앞장서서 안내하니 든든하기도 하지만 이제 우리는 뒤로 물러날 때인가 싶어서 서글퍼지기도 한다.

 

 

일본의 폭격으로 슬픈 역사를 간직한 진주만을 찾았다. 해군이 제공하는 무료 페리를 타고 투어를 한 후 짧은 영화를 보았다. 전함들과 함께 수장된 꽃다운 청년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무겁다. 주인 의식일까. 과거 관광객으로 방문했을 때와 현재 이민자로서 느낌이 많이 다르다. 하나우마베이에서의 내 생애 최초 스노클링은 오래 기억될 것이다. 가족과 바닷물에서 첨벙 대며 즐긴 것이 얼마만인가. 사는 곳에서 차로 10분이면 태평양이지만 사는게 바빠 바다를 까맣게 잊고 살았다. 파도에 휩쓸려 산호초에 부딪쳐 다리 몇 군데 상처를 입었지만 이 또한 추억으로 남겠지. 노안으로 눈이 침침해 자세히 못 본 형형색색의 열대물고기도 와이키키 수족관을 방문하여 자세히 확인할 수 있었다. 디즈니 만화영화 주인공 니모도 있었다.

 

 

와이키키가 한 눈에 보이는 다이아몬드헤드 하이킹, 하와이 초록 거북이를 만난 터틀비치, 쥬라기공원, 고질라 등 할리우드 영화들을 촬영했다는 쿠알로아 목장, 중국인 모자섬, 파인애플 농장 등을 둘러보며 45일이 꿈같이 흘렀다.

 

 

호텔에 아이언 셰프가 운영하는 모리모토 아시아’라는 유명 식당이 있어서 식사 크레딧을 어디에 쓸까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원하는 음식들을 호기롭게 시켜먹었는데, 아니 이럴 수가. 공항 픽업 시간 확인을 위해 이메일을 보니 모리모토 아시아는 크레딧 제공에서 제외라고 깨알같이 작은 글씨로 쓰여 있다. 이메일 확인도 안했다고 가족의 원성을 들었다.

 

 

체크인 할 때 아무 식당에서나 식사하고 방 번호만 말하면 된다고 들었기에 억울했다. 호텔에 전화하여 사정을 설명하며 해결방법을 물었다. ‘모리모토 아시아는 호텔 직영 식당이 아닌 리스관계라 크레디트를 줄 수 없단다. 대신 하루에 35달러씩 부과되는 리조트요금 140달러를 면제해 주겠다는 제안을 한다. 이메일을 자세히 안 읽은 명백한 내 실수여서 솔직히 기대도 안했는데 뜻밖이었다.

 

 

하와이 사람들은 항상 미소를 지으며 알로하하고 인사한다. ‘알로하는 단순한 인사말 외에도 사랑, 평화, 연민의 뜻을 내포한다고 한다. 호텔에서 영어가 어눌한 아줌마의 입장을 배려하여 친절을 베푼 것도 알로하정신인가 보다. 하와이는 다시 가보고 싶은 장소가 되었다

 

미주 중앙일보 [생활 속에서] 10/07/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