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이른 아침이면 허밍버드가 찾아와 내가 만든 신선한 설탕 주스룰 마시는 모습을 보는 일은 즐거운 일이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보통 며칠은 유지하던 주스가 하룻밤 사이에 동이 나기 시작했다. 그것도 완전하게 바닥이 나버리는 것이었다. 도대체 누가 찾아와 허밍버드의 주스를 무례하게 훔쳐내는 것일까? 틈이 날 때마다 허밍버드 먹이 장이 있는 곳을 눈여겨 살펴보았지만 밝혀내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갑자기 묘한 소리에 잠에서 깼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무언가가 퍼덕이며 창 너머 보이는 허밍버드 먹이 장으로 날아들었다. 바로 시커먼 모습으로 야릇한 날개를 퍼덕이며 날아드는 것은 "박쥐" 였다. 여름이면 먼 남쪽 나라 멕시코 소노라에서 애리조나로 이동해 10월까지 머무르는 두 종류의 nectar bats에 속하는 southern long- nosed bat과 Mexican long- tongued bat이 바로 그 주범이다. 이들은 미국과 멕시코의 꽃길을 따라 산재해 있는 동굴과 광산에서 낮을 지내고, 밤이면 먹이를 구하기 위해 활동을 시작한다. 밤 동안 몇 마일을 헤매고 다니며 힘들게 먹이를 찾는 대신 손쉽게 마련된 허밍버드 주스를 찾아 슬쩍할 수만 있다면 마다할 리 없다. 게다가 발견한 맛 난 주스기 있는 곳을 동료 박쥐들에게 서로 알려주는 social network까지 가능하다니 가히 영특한 동물임이 틀림없다.
이제 곧 Holloween도 다가오는데 귀엽고 예쁜 허밍버드가 아닌 흉측한 박쥐를 키운다는 생각이 들어 어쩐지 으스스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