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산으로 옮겨 와서 나무와 새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자연은 내가 베푸는 조그만 것에도 등을 돌리는 일이 없이 언제나 정직하다. 아침에 그동안 소홀히 했던 새들의 물동이를 말끔히 청소해주고 신선한 물로 갈아 주었다. 오전에 볼일을 마치고 돌아왔더니 내가 없는 사이 “매” 가 찾아와 말끔히 닦고 새로 채워준 물동이에서 물을 마시며 오랫동안 시간을 보내다가 갔다고 했다. 오랫동안 찾아오지 않았던 반갑고 귀한 손님이다. 매의 특성으로 집안 가까이 들어 오는 일이 드물고 찾아와도 좀처럼 오래 머물지 않는데 혹시 내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려고 그렇게 오랫동안 그곳에서 나를 기다렸던 것은 아닐까? 그랬다면 아침 짧은 외출이 후회되고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