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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이 주는 짜릿한 희열/ 정조앤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서 당신의 쉴 곳 없네'라는 가시나무 노랫말이 마음에 와닿는다. 껴안고 있는 것들을 쏟아내지 못하는 슬픈 덩어리가 내 속에 있기에.  

  내성적인 나는 친구들과 어울릴 때보다는 혼자 있을 때 마음이 편했다. 자신의 내면에 쌓인 버거움을 덜어내려는 욕구에서 오는 일종의 버릇이 아니었을까일기와 편지 쓰기그림과 글이 어우러진 낙서는 감수성이 예민한 나에게 좋은 친구가 되었다유년 시절을 농촌에서 자랐기에 한적한 시골 풍경은 나의 성장기 무대가 되어주었다. 그 시절, 책 읽기를 좋아하여 자아를 찾아가는 원동력이 되지 않았나 싶다. 책 속에서 만난 주인공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깊이 빠져들었다. 양서를 통해 얻는 상상의 날개는 문학을 동경하는 계기가 됐다.

  인생의 중요한 때마다 훌륭한 스승과 만남은 행운이요 축복이었다. 그들은 나의 인격을 형성하는데 큰 영향을 주었다. 성악에 재능이 있다는 초등학교 선생님의 그 한마디가 내 가슴에 각인되어 지금까지 합창단과 교회 성가대에서 꾸준히 봉사하고 있다. 스마일이란 별명을 붙여 주신 선생님을 어찌 잊을 수 있을까. 표정 없는 아이라고 집안 어른들께 꾸중을 들어 의기소침해 있었던 때였다별명을 가진 후부터 웃는 모습이 아름답다는 확신을 갖고 미소 짓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너에게 창의력이 있으니 개발하라며 용기를 주신 철학자 선생님의 진지한 말씀을 붙잡고 산다. 나를 인정해 주신 스승님의 가르침은 창조하는 삶의 아름다운 방법을 알려 주셨고 희망을 키워주셨다.

  나이와 상관없이 미풍에 흔들리는 나뭇잎만 봐도 눈물이 핑 도는 벅찬 감정들이 내 안에 살고 있다. 숱한 얘기들을 누군가와 나누고 싶어 수필 교실에 등록했고 K 선생님을 만난 인연으로 문학에 눈을 떴다포기하지 않으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명언 같은 그분의 말씀이 화살처럼 가슴에 꽂혔다그 후로 꿈을 위한 포부와 열정으로 창작 활동을 이어나갔다문학은 나의 인생에 새로운 전환점이 되어주었다.

 늦깎이로 문단 말석에 끼이게 된 나는 글쓰기에 주눅이 든다젊은 날의 번쩍이던 영감은 사라지고, 자연과 인생을 참신하고 올바르게 형상화시키는 일이 여간 버거운 게 아니다. 수필은 한 인간이 가지고 있는 영혼외로움과 그리움아픔 등을 솔직히 표현해야 하기에 조심스럽다. 잘 쓰려고 과한 욕심과 재주를 부리는 자기도취의 글이 아닌 울림이 있는 따뜻한 글을 쓰고 싶다내가 쓰는 글이 비록 신변잡기에 불과할지라도 다듬고 다듬어 나만의 독창성을 갖으련다. 내 안에 잠재된 무언가를 끄집어내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으리.  

 글쓰기의 가장 큰 장점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라 생각한다먼저 내 가슴이 흠뻑 젖도록 외로움이 주는 짜릿한 희열에 침몰해야 하리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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