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모습 이 대로 / 정조앤
고국방문을 앞두고 있다. 여름철이 비지니스 성수기인데 꼭 가야 하느냐고 언짢아하던 남편이 비행기 티켓을 손에 쥐어 주었다. 미안한 마음에 그의 등을 어루만지며 다독거렸다.
남편은 주유소에서 차 정비를 하느라 손톱은 늘 기름때에 절어 있었다. 그 모습은 열심히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이다. 그러나 한국에 나갈 일이 생기면 부지런히 수세미로 기름때를 닦고 문질렀다. 거칠어진 손에도 듬뿍 로션을 발랐다.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에게 고생의 흔적을 보여주고 싶지 않은 마음에서였을 것이다.
나도 남편과 같은 마음이다. 고생한 티가 날까봐 스킨케어에 들렀다. 한국에 갈 일이 있어 피부관리를 받고 싶다 했더니 세 번 더 오란다. 그러면서 한국 여자들은 마사지를 자주 받아서 아기처럼 뽀송뽀송하고 백옥 같은 피부를 갖고 있단다. 미국에 사는 여자들의 피부는 거무칙칙하고 잡티가 많아서 동남아 여자로 착각한다나. 그 말을 듣는 순간 나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강렬한 태양 빛에 피부는 노출이 되고 시간에 쫓기며 살고 있으니 피부가 고와질 리 만무하다. 그날 돌아와 유심히 거울을 들여다보았다. 그동안 보지 못했던 주름과 잡티가 더 많이 보였다. 나도 영락없는 동남아 여인의 얼굴이었다.
미국 내에서는 청바지에 티셔츠 몇 장만 챙기면 가벼운 마음으로 여행을 떠날 수 있다, 고국 방문을 앞두고 현실적인 일들로 걱정이 많아졌다. 한국인의 문화에는 체면 문화가 있다. 그중 하나가 외모에서 보이는 모습으로 사람의 기준을 판단하는 경향이다. 그런 이유로 빚을 내서라도 외모를 고치고 꾸며야 대접을 받는다는 심리가 조성된 것 같다. 있는 그대로 각 개인을 존중하는 국민성을 지닌 사람들은 미국인들이다. 생활문화가 다르면 사고가 다르듯 나 역시 미국 생활의 연륜이 깊어지면서 체면과 시선을 별로 의식하지 않는다. 보다 자유스럽고 편한 쪽으로 생각하는 사고로 바뀌었다.
나무의 나이테를 들여다보면 어느 해는 비가 오지 않아 가물었고 어느 해는 충분한 햇살을 받았는지 그 나무가 살아온 흔적을 한눈에 읽힌다고 한다. 이처럼 사람 얼굴에도 그 사람의 삶의 내력이 배어있다고 한다. 젊음과 아름다움은 변하고 영원히 머무르지 않는다. 자연의 현상으로 생긴 흔적들이 단 시간 내에 피부 손질로 해결할 일은 아니지 않은가. 애쓰지 말자고 생각을 접으니 마음이 편안하고 한결 기분이 밝아졌다.
셰익스피어는 말했다. "얼굴이 아름다운 여인은 사람의 눈에 기쁨을 주고 마음이 아름다운 여인은 사람의 마음에 기쁨을 준다"고
중년으로 들어서면서 마음을 다스리는 나이가 되었다. 외모를 꾸민다 한들 무엇이 달라지겠는가. 젊어 보인다는 말에 얼마 동안은 위안을 받을지도 모른다. 시간이 지나면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올 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고국 방문길에서 만나는 지인들에게 내 모습 이 대로를 보이고 싶다, 가식 없이 투명한 사람으로 그들 가슴에 남기고 싶다.
2009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