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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집안 풍경 / 정조앤

 

  집을 장만한 지도 20년이 넘었다. 리모델링을 하고 싶었지만, 마음뿐이었다. 뜻밖에 건축업을 하는 남편의 친구가 가게를 들렀다. 주택 담보 대출 사태의 여파로 인해 건축업자들의 한숨이 깊어가던 때였다. 일감이 끊겨 큰일이라며 말하는 그의 얼굴에는 걱정스런 표정이 역력했다미국 온 이래 이처럼 당황해 보기는 처음이라며 한숨을 지었다우리 집을 수리하는데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 견적을 내 봐달라고 부탁했다.

 나라 전체가 어려움을 겪는 데 우리라고 예외일 수는 없었다. 가게 매상도 급격히 줄었다그런 와중에 집을 수리한다는 것은 무리다 싶어 결정하기가 쉽지 않았다. 몇 번 만나 의논하던 중, 건축 자재비와 인건비를 내는 것으로 합의를 봤다이번 공사는 직원들에게 일을 주기 위해서고 자신은 무료봉사자라며 말했다. 호경기에는 이런 조건으로 도저히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그분의 마음 씀씀이에 고마웠다.

 안방 옷장과 화장실을 완전히 걷어내고 새로 하는 한편위 아래층 화장실을 새로 바꾸기로 했다. 물결무늬가 있고 튼튼한 잣나무로 된 부엌 찬장은 기계로 한 겹을 벗겨내고 투명한 색상을 입히니 새것이나 다를 바 없어 보였다. 바닥은 대리석 무늬 타일로 정하고 싱크대와 오븐 카운터는 고급스러운 화강암으로 멋을 내기로 했다. 공사가 진행되는 과정을 바라보면서 앞으로 새롭게 변할 집안 풍경을 마음속에 그려보았다만족해하는 주부의 모습을 떠올리니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이맘때가 되면 페인트로 새 단장을 하는 집들이 부쩍 눈에 띄었는데올해는 불경기 탓으로 골목 안이 조용하다. 정원에 화초를 심는 이웃들의 모습도 눈에 띄지 않는다. 따뜻한 봄이 왔겄만 꽃샘추위가 가시지 않는 분위기다. 한적한 주변을 망치 소리와 기계 광음 소리에 불편을 준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다. 오히려 집 수리에 관심을 갖고 동네 집값이 올라가는 일이라며 기뻐해 준 이웃들이다. 그들에게서 따뜻한 동네 인심을 느꼈다.  

 지난주 집수리가 마무리되어 수북이 쌓인 먼지를 털어내고 닦아 내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오랜만에 앞치마를 두르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집안 정리가 끝나는 대로 집수리를 해준 남편 친구 부부를 초대하기로 약속했다근사해진 부엌을 배경으로 촛불을 밝힌 식탁에 마주 앉아 그간의 고마움을 정성 들여 만든 음식에 담아내야겠다. 감사의 선물과 말 한마디도 잊지 말아야지.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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