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감무쌍한 아줌마 / 정조앤
이민 온 지 3년 만에 주유소를 인수했다. 외로운 생활이었지만 좋은 친구들도 만났다. 사업은 잘되어 집도 장만하고 중고 차에서 새 차를 몰게 되었다. 그런데 어느 정도 살 만해지니 욕심이 생겼다. 그리하여 고층 빌딩 안에 있는 샌드위치 가게를 인수하여 여 사장 소리를 들어가며 우쭐하기로 했다. 2년이 지나서 건물 3분의 1을 사용하던 주 정부 회사가 이사를 나가는 바람에 사업을 휘청거리고 급기야는 문을 닫게 되었다.
사업을 벌여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종종 듣기는 하지만, 누구나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사업 수완이 남달라야 하고, 영어도 능통해야 하는데, 부지런하고 상냥하면 되겠지 하는 안일함이 실패를 불러왔다. 이를 계기로 하여 미국 사회를 다시 배우게 되는 기회가 됐다.
22년 동안 해온 주유소를 매각하고 리커스토어를 인수헸다. 맥주나 와인은 일반 마켓에서도 판매하는 품목이지만, 위스키 등과 같이 알코홀 도수가 높은 술을 주류판매 허가증을 갖춘 리커 상점에서만 구매할 수 있다. 이처럼 허가증이 필요한 곳은 개인 기록이나 신용이 나쁘면 할 수 없다. 현찰 장사라는 매력 때문에 인기 순위 상위권에 들어가는 사업이긴 하지만, 위험 부담이 있다.
한가한 오전 시간에 신문을 보고 있는데, 누가 들어오는 기척이 났다. 고개를 들고 보니 웬 여자가 야구모자를 쓰고 까만색의 선글라스를 쓴 채 큰 여행용 가방을 둘러메고 들어왔다. 불과 몇 초 사이에 권총이 들려 있는 손이 보였다. 총구를 내 머리 쪽에 겨누고 카운터에 가방을 내려놓더니 진열장 안에 빼곡히 채워진 담배와 캐시 박스 안에 현금을 가방 안에 넣으라고 위협했다. 그 순간에도 당황하면 안 될 것 같아 안경 너머 그 여자의 눈을 뚫어지게 노려보는 순간, 꾸물거리지 말고 행동을 개시하라며 욕설을 퍼부었다. 출입구 쪽에서 누군가 인기척이라도 내주길 간절히 바랐지만, 그림자 꼬리도 안 보였다. 강도는 내가 서 있는 카운터 안으로 들어오기 위해 몸을 돌려 잰걸음을 하는 사이, 젖 먹던 힘을 다해 카운터 탑을 훌쩍 뛰어넘어 밖으로 빠져나갔다. 도로 주변 차량을 향해 손을 흔들며 도움을 요청하는 사이, 더 놀란 강도는 황급히 상점을 나와 도망쳤다. 무슨 변을 더 당하라 싶어 강도를 뒤쫓아가니, 저만치 망을 보던 차에 몸을 싣고 달아나버렸다.
흥분된 얼굴로 넋을 잃고 바닥에 풀썩 주저앉아 있는데, 온몸이 떨려왔다. 그때야 손님들이 하나둘씩 들어왔다. 이상하다는 듯 나에게 무슨 일이 있냐며 물어 왔지만, 괜찮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강도가 들어왔었다 하면 그들도 불안해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다음 날로 방탄유리를 설치하는 공사를 했다.
목숨이 위태로운 경각의 순간에도 어떻게든 위험을 모면해 보려고 했었던 그 일로 인해, 나의 행동은 가족들과 친구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등 한동안 화제가 되었다. 강도보다 더 대단한 담력을 소유한 여자로. 그 상황에서 내가 취한 행동은 정말로 무모했다. 목숨보다 더 귀한 것이 없다지만 막상 앞에 닥치고 보니 너 같은 쓰레기 인간에게 내가 왜 당해야 하는가? 라는 오기가 발동했다. 또다시 그런 행동을 했다가는 가족뿐만 아니라 모든 것을 잃게 된다며, 주위에서 수없이 내게 충고를 한다.
방탄유리 속에 갇힌 앵무새와 같은 존재가 된 채, 하지만 명랑한 표정으로 오늘도 손님들과 마주하며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 "어떻게 지내셨어요?",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그리고 나 자신에게 이렇게 속삭인다. " 고마워, 살아있어 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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