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달러 때문에

최 숙희

 

 

타겟(Target)에 갔다. 딸을 보러 뉴욕에 다녀왔더니 할 일이 많아 낮에 시간을 낼 수가 없었다. 10시가 넘었지만 두루마리 휴지가 떨어져 더 이상 미룰 수는 없었다. 오랜만에 간 매장에는 공산품 외에 다양한 식료품이 갖춰져 있었다. 온라인 쇼핑 때문에 매출 감소를 겪는 대형 소매체인의 고육지책이겠지만 같은 건물에 있는 미국마켓 랄프스는 손님을 잃을 텐데, 무한경쟁 시대에 상도의는 이미 사라졌다. 소매업을 하는 나도 원스톱 쇼핑의 편리함이 마냥 반가울 순 없고 씁쓸하다.

 

 

아이들이 집을 떠나고 부부만 살기에 예전처럼 코스트코를 자주 갈 일이 없다. 큰 포장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대신 집에서 가깝고 월마트처럼 복잡하지 않은 타겟을 이용한다. 몇 년전 아들을 기숙사에 데려다 주며 학교 앞의 타켓에서 생활용품을 샀는데 타겟신용카드를 만들어 쓰면 5퍼센트의 할인을 즉석에서 해준다기에 카드를 만들었었다.

 

 

휴지, 아이스크림, 우유, 맥주, 세제 등을 사니 100달러 정도가 나왔다. 지불은 당연히 타겟 카드다. 어찌된 영문인지 안 된다. 셀프 계산대라 직원도 없고 기계는 요지부동이다. 아이스크림이 녹을까 염려되고 밤도 늦어 다른 카드로 지불하고 집에 돌아왔다.

 

 

왜 이리 늦었냐는 남편에게 타겟에 다녀왔고 카드결제가 안 되더라고 무심히 얘기했다. 100달러면 할인 금액이 5달러인데 매니저를 불러서 해결하고 와야지 그냥 왔냐고 화를 벌컥 낸다. 스스로 해결하는 힘을 안 기르고 매사에 의존적으로 살다가 갑자기 자기가 죽기라도 하면 어쩔 거냐며 오버다. 5달러가 무슨 대수라고, 이렇게 편협하고 옹졸한 남자라니. 갱년기 들어 갈수록 쎈언니가 되가는 나도 질 수 없어 응수하니 야밤에 말다툼이 시작된다. 남자들은 남성호르몬의 감소로 나긋나긋해진다는데 이 남자는 왜 점점 뻣뻣해지고 말이 많아지나, 뭐하나 설렁설렁 넘어가는 법이 없다.

 

 

카드회사에 알아보니 우리 집 이사 때문에 메일이 반송되어 카드를 정지시켰다는 설명이다. 어차피 카드 블록이 풀렸는지도 알아볼 겸 매장에 가서 상황을 설명하고 영수증을 보여주니 문제의 5달러를 간단히 현금으로 거슬러준다. 별일도 아닌 걸로 언성을 높였다.

 

 

친구가 남편이랑 파리에 가며 한 좌석만 비즈니스 클래스로 승급되자 남편에게 양보했단다. 의아해하는 내게 체격이 큰 남자가 편한 자리에 앉는 게 당연하지 않냐는 설명이다. 30년 결혼 생활 중 나는 몇 번이나 남편에게 양보했을까. 뿌리내리고 생존하기에도 벅찬 이민생활, 어느 작가의 말처럼 슬픈 외국어를 써야하는 피곤한 하루하루 아닌가. 양보는커녕 귀찮고 힘든 일을 모두 떠넘기고 살았다. 남편이 드디어 지쳤나보다.  앞으로 30년은 나도 다르게 살아보겠다. 30년이 남기는 했을까

 

미주 중앙일보 [생활 속에서] 2018/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