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의 이른 새벽
헬레나 배
유월의 이른 새벽을 그으며 타자나로 향한다. 새벽 시간은 신령스럽고 경건하다. 동이 트는 모습을 바라보면 황홀하기만 하다. 새벽 일찍 일어나 밖에 나가 하늘을 바라본 사람은 알 것이다.
ㅌ 샌터에 도착하니 먼저 도착한 여러 사범과 주요 회원들이 정렬한 메트위에서 고요히 큰절을 드리고들 있었다. 천부경 독송이 은은히 울려 퍼지는 가운데 오늘 있을 예식을 시작하기 전 자신의 몸과 마음을 정화하며 예비하는 모습이다.
마침내 연보라색 도복 차림으로 곱게 단장한 지역장이 입장하여 천제를 거행하기 시작하였다. 천제는 하늘에 계신 우리 조샹님들에게 바치는 제사와 같은 것이다. 한 달에 한 번씩 각 센터에서 돌아가며 드리고 있는데 이번에는 타자나 센터에서 울리게 되었다.
각종 향기로운 과일과 떡과 술이 국화꽃과 함께 멋진 장식을 이루었다. 먼저 촛불을 밝히고 향을 피운다. 부정적인 기운을 정화하고 세상을 밝히는 환한 존재가 되고픈 염원을 담은 뜻이다. 천,지,인 - 하늘, 땅 그리고 인류에게 술을 세번씩 따라 바친다.
다시 다 함께 큰절을 올린다. 숨을 들이키며 양손을 합장하여 머리 위에서 일곱 차크라 라인을 따라 서서히 내려앉으며 머리를 조아리고 양손으로 다시 땅을 짚으며 일어나는 동작을 103번 한다.
천부경 81자( 천부경 일시무시 일석삼극 무진본 / 천일일 지일이 인일삼 /일적십거 무궤화삼 / 천이삼 지이삼 인이삼/ 대삼합 육생칠필구운 /삼사성환 오칠일/ 묘연만왕만래 용변부동본 /본심본 태양앙명 /인중천지일/ 일종무종일 )에다 홍익인간 이화세계 ,천지기운 천지마음의 염원을 심어 다시 천, 지,인 삼배로 끝내니 합 103배가 되는 것이다.
한 삼십명 정도 모였는데 물론 거의 모두 외국인이다. 한국인은 지역장님과 각 샌터 원장 서너 명 정도뿐, 나머지는 모두 외국 회원들이지만 이 자리에서는 모두 한 마음이다. 이런 자리의 일원인 나는 한국인의 한 사람으로서 감회가 특별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인임에 감사하고 이런 귀한 문화와 전통을 물려준 우리 조상님들에게 매번 감사드린다. 함께 묵묵히 절을 올리고 있는 이들과 함께 하는 이 시간의 큰 의미를 소중하게 여며 본다. 어떤 보이지 않는 인연으로 나와 함께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 자신을 지키고 또 세상을 함께 보호하기 위하여 기도하고 있다.
새도나의 볼택스인 밸록산의 사진이 그려진 제단을 바라보며 의식을 드리는 동안 마치 우리가 밸록에 정말 와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신기가득한 분위기에 취해 잠시 시공을 초월해 원시의 순수한 기쁨을 느낀다. 아름다운 세상에 대한 열정과 희망이 다시 샘솟는다.
유월을 위한 각자의 소망과 지향이 담긴 봉투를 단군 할아버지에게 올려 바치니 그 분이 빙그레 웃으며 나를 따뜻하게 안아주시는 것 같다. 내게 있어 유월은 칠월에 있을 행사를 위한 준비 기간이기도 하여 정성을 다하여 깨어있기를, 그래서 내 작은 임무를 잘 수행하기를 간절히 구하였다.
의식이 끝난 후 함께 둘러 앉아 잡채, 불고기, 김치 등의 한극 음식뿐만 아니라 ㅌ 샌터장인 로즈메리가 만든 알미니언 스타일의 가지전과 각종 올리브와 치즈등의 별미를 맛있게 먹었다. 함께 과일을 깎아 화채를 만들어 먹으니 정겨운 추역거리가 되기도 하였다.
돌아가며 잠시 소감을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그날 처음 이 모임에 온 사람이 이 모든 것에 대한 감탄을 연발하며 너무 아름다운 예식에 눈믈이 나왔다고 고백하기도 하였다. 이란 여인 파나즈는 자기가 받은 그 신령스러운 느낌을 언어로 다 표현하지 못해 아쉬워 하기도 하였다. 나 또한 이제는 이기적이고 소극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좀더 적극적이고 용기있는 큰 사랑으로 지구와 세상의 평화에 공헌할 수 있기를 원한다고 고백하였다.
행사를 마치고 나오니 정오쯤 되었다. 갤리포니아의 뜨거운 유월, 그 첫 일요일의 시작은 새롭고 신선하다. 인생은 아름답고 내가 창조하는 대로 이루어진다. 나의 삶을, 아니 우리 모두의 삶을, 사랑한다.
유월과 그렇게 포옹하였다. 웰컴, 유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