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일 훈련을 하다가 잠시 멈추어 섰다.
바람에 흔들리는 연초록 잎새가 마치 호수의 잔물결처럼 아름다웠다.
흔들리는 잎새가 아름다워 달려왔는데 가까이 와서 보니 빨간 열매가 방울방울 달려 멋을 더했다.
빨강과 초록.
완전 다른 두 색이 어울리니 보색 대비로 더욱 돋보인다.
마치, 새파란 잔디 위에 피어난 민들레 같이.
혹은, 쓸쓸한 가을 날 파란 잔디 위에 누운 노란 은행잎 같이.
언제나 눈길을 잡는 보색대비의 아름다움.
나는 그 앞에서 늘 생각에 잠기곤 한다.
여기저기서 색깔론을 들어 공격하는 인간군상을 떠올리며 잠시 미안해지는 순간이기도 하다.
맞아, 너희들은 공존하면서도 색깔이 다름을 다투지 않는구나.
언제나 자기 필 자리에 피었다가 질 때를 알아 조용히 지고 말면 그 뿐.
많은 사람들이 아름다운 잔디를 보존하기 위해 민들레를 뽑아 버리는 걸 보았다.
민들레를 꽃으로 보지 않고 잡초로 보기 때문이다.
난 그대로 둔다.
명도 높은 민들레꽃이 내 맘을 환하게 해 주는 기쁨도 있지만, 잔디와 함께 있는 민들레의 보색대비가 퍽이나 아름답기 때문이다.
우린 저마다 색깔을 지니고 있다.
다른 색깔이라 해서 배척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공존의 덕을 익힘으로써 우리는 우리 민족 고유의 오방색을 자아내는 것이다.
무지개도 저마다 색깔이 다르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요, 오색 조각보도 저마다 색깔이 다르기 때문에 더욱 멋지다.
눈을 들어 풍경화를 보라.
저마다의 색깔로 저마다의 위치에 존재하기에 한 폭의 아름다운 풍경화를 선사하는 게 아니겠는가.
마음을 열고 수용하면, 모든 게 미적 화합의 장이 된다.
예술적 품격을 지니게 된다.
한줄기 바람이 스쳐가자, 다시 여린 잎새들이 일렁인다.
잔잔이 흔들린다.
빨간 방울 열매들이 그 모습도 예쁘다는 듯이 미소를 보낸다.
그 미소에 나도 따스한 미소를 보탠다.
마음에 꽃물이 들고 조용한 평화가 늑골 사이로 결 따라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