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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이런 일이

                                                                                    

   몇 년 전 부터 우리 집 처마 밑에 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벌 소탕작전을 벌이려고 하다가 포기하고 말았다. 지구 온난화로 벌이 많이 사라져 농작물이 많이 줄어든다고 해서 살려 두기로 했었다. ‘벌과의 전쟁’이란 수필을 쓰기도 했다.

   그런데 벌이 줄어들지 않고 계속 많아지고 있었다. 정원사가 잔디 깎기가 무섭다며 불평을 하기 시작했다. 나도 뒤 마당에 나가면 벌을 피해 다니느라 정원에 제대로 물주기도 힘들고 정원을 가꾸기도 힘들게 되었다. 궁리 끝에 기왓장 밑을 폼(Form)을 사다가 메꾸고 별별 수단을 동원하여 벌을 쫓아내려 했지만 모두가 허사였다.

   몇 년 전에 죽이지 않기로 했던 것을 이번에는 하는 수 없이 깡그리 죽이기로 했다. 하는 수 없이 Bee Buster 회사를 불렀다. 지붕 밑 버팀 목을 자르고 캐미칼 약을 뿌렸다. 부엌에도 벌이 많이 들어오기 때문에 부엌 다이닝 룸 천장을 뜯기로 했다. 집안에 벌이 어떻게 들어 올 수 있었을 까하고 물어보았더니 전등을 타고 밖으로 나온다고 했다.

   천장을 직사각형으로 길게 잘랐다. 천장 속에 벌집이 꽉 차 있었다. 수천 마리가 벌집에 꿀을 저장해 놓고 진을 치고 있었다. 왁스(wax)를 일꾼이 끄집어내는 데 끝도 없이 계속 나왔다. 5 갤런 버켓에 세 통이 가득 나왔다. 꿀이 흘러내리고 집이 엉망이 되었다.

   아니 천장 속에 벌들이 왕국을 이루고 여왕벌을 중심으로 그동안 살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나는 너무나 놀랐다. 아니 이럴 수가 있담. 그 무거운 벌집에도 불구하고 천장이 내려앉지 않았는 것이 오히려 다행스렀다. 십 년 묵은 체증이 떨어져 나간 기분이다. 벌이 신기하게도 자취를 감추고 한 마리도 얼씬하지 않는다. 속이 후련하고 시원하다.

   그 많은 집 가운데 하필이면 왜 우리 집에다 벌집을 짓고 여왕벌을 섬기며 수천 마리가 살고 있었을까. 기왓집이 우리 동네에도 많은데 왜 왜 우리집만 벌들이 진을 치고 살았을까. 풀리지 않는 의구심이 끊이지 않고 일어난다. 작년에는 터마이트가 집안에 들어와 부엌 캐비넷을 갉아 먹어 다 뜯어내고 새로 캐비넷을 설치하는 소동을 벌렸는데 왜 곤충들이 나를 괴롭힐까.

   요나가 니느웨 성에서 하나님이 주신 박넝쿨밑에서 니느웨가 망하는 것을 보려고 했다. 하나님이 벌레를 보내어 박넝쿨을 뜯어 먹게 해서 더위에 요나가 고생을 했다. 니느웨에 있는 죄인들도 다 회개하고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하나님의 섭리가 있었다. 요나가 하나님이 주신 박 넝쿨을 사랑했듯이 하나님은 죄인 한 사람이라고 죽이기를 싫어하셨다.

   요나에게 벌레를 보내셨던 하나님이 나에게도 벌레를 보낸 것인가. 아 어찌 나에게 이런 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