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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노신사의 인생 역전 드라마                                        

 

   고국에 병상에 계신 오라버니를 뵙고 20일 만에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다리가 아파 앞 좌석으로 배당받아 탔는데 바로 옆좌석에 타신 노부부와 동승을 하게 되었다. 한국 사람이라 반가워 서로 인사를 나누고 대화를 하는 도중 두 분 다 서울대 동문이란 사실을 발견하고 매우 기뻤다. 남자분은 79세이고 여자분은 80세였다. 남자분은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화학과를 졸업했고 여자분은 약학대학을 졸업했다고 했다. 나이에 비해 남자분은 아주 건강해 보이는데 여자분은 좀 연약해 보였다. 남편이 늘 옆에 따라다니며 모든 일을 극진히 보살펴 주어 남편에게 늘 고마움을 느낀다고 했다. 여자분은 자기가 맏딸인데 밑으로 남동생 셋이 모두 서울대를 나왔다고 자랑을 했다. 남자 분은 미국 와서 전공을 바꾸어 칼 폴리 대학을 다시 들어가 농과를 졸업했고 다른 주에 가서 농과계통 박사 학위를 받았다고 한다. 화원을 운영해 많은 돈을 벌어 10 에이커의 땅을 사서 갖가지 과일나무를 심어 풍성한 과일 수확을 거둔다고 했다. 

   이 노부부는 자녀가 없어서 학업을 마친 후 계속 여행을 다닌다고 했다. 전 세계 유명한 곳은 모두 관광을 다녀왔다고 자랑을 했다. 자기가 관광을 다녀 본 결과 뉴질랜드 남섬이 제일 아름답다고 했다. 역사 유적지를 볼려면 유럽을 가야지만 자연경관을 보려면 뉴질랜드가 최고라고 했다. 남미 여행은 절대 하지 말라고 했다. 자동차가 못 다녀 늘 비행기를 타야 하는데 밤 비행기 값이 싸 여행사에서 밤 비행기로만 여행을 다녀 잠을 제대로 못 자서 죽을 지경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릴 적 시절을 회상하면서 눈시울을 적시며 말문을 열었다. 

   원래 고향은 이북 평양 근교에 자리 잡고 있어서 고등학교 일 학년까지 고향에서 살았다고 했다. 6.25 전쟁이 발발하자 공산군이 트럭을 학교로 몰고 와서 학생들을 깡그리 싣고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고 했다. 차가 어디론가 정처 없이 달리고 있는데 틀림없이 전쟁터로 가고 있다고 생각이 들자 정신이 바짝 났다고 했다.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을 바에는 도망이나 치자 생각하고 모두가 곤하여 잠이 든 사이 차에서 뛰어내려 도망치기 시작했단다. 캄캄한 밤에 방향 감각을 몰라 북두칠성을 보고 동서남북을 헤아려 남쪽으로 계속 달려왔단다. 낮에는 베어진 나무의 나이테를 보고 촘촘한 나이테가 있는 쪽이 남쪽이고 성 그게 있는 쪽이 북쪽이라 생각하고 방향을 잡아 남으로 남으로 뛰었단다. 

   (중략)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아 38선을 넘어 남하는 했지만 16세의 어린 나이에 전쟁 직후라 일자리가 없어서 살길이 막막했단다. 하는 수없이 거지들과 어울려 밥을 동냥하며 도둑질을 하다가 감방에 수없이 드나들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보육원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나이가 16세라 어린 고아들과 어울리기는 좀 어려웠다고 했다. 보육원 원장 동생도 자기 나이 또래인데 빈둥빈둥 놀고 있으니 YMCA에 가서 영어라도 배우라고 동생을 막 닦달하는 바람에 동생은 영어 배우러 YMCA를 나가게 되었단다. 동생은 혼자서 다니기 심심하다며 같이 다니자고 해서 울며 겨자 먹기로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따라다녔으나 영어 배우기가 점점 재미있어서 영어를 배워야겠다고 결심을 하게 되었단다. 

   혈혈단신 고아로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영어라도 열심히 배워야겠다고 결심하고 공부를 열심히 한 결과 지방에 있는 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 이왕이면 서울대학교를 들어가야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열심히 공부한 결과 서울대학교를 입학하게 되었단다. 1960년도에 대학을 졸업하고 곧바로 교육부(그 당시는 문교부였다.) 유학 시험에 합격하여 미국유학의 꿈이 이루어졌다고 했다. 미국 와서 나이 40세가 되도록 공부만 했단다. 공부가 끝나자 사업을 시작해 돈을 많이 벌자 여행을 결심하고 지금 나이에도 계속 여행 다닌다고 했다. 

   나이가 80이 다가오니 인생의 무상함을 느껴 4년 전부터 교회에 나가기 시작하는데 아직 구원의 확신이 없다고 했다. 열심히 교회에 나가고 있으니 언젠가 구원받게 될 것이라는 확신을 하고 살아가고 있단다. 아직은 하나님 말씀이 잘 믿어지지 않는다며 안타까워했다. 나는 이 두 노부부에게 열심히 기도하고 성경 읽고 찬송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성령님이 내주하셔서 예수 믿게 될 테니 실망 말고 부지런히 신앙생활에 열심을 내라고 권유했다. 

   나는 비행기 속에서 흥미진진하게 인생 역전 드라마를 듣는 동안 지루한 줄도 모르고 밤을 꼬박 새웠다. 더 듣고 싶어도 시간이 모자라 다 듣지 못했지만 정말 감동 그 자체였다. 집에 돌아와서 이 노부부를 곰곰이 생각해 보니 특히 남자분이 대단한 분이란 생각이 들었다. 어린 나이에 부모님 슬하를 떠나 용감무쌍하게 목숨 걸고 공산군을 피해 북한을 탈출 남하하는 데 성공하였다. 부산까지 내려와 거지로 전전긍긍하며 감옥을 내 집 드나들 듯했지만, 보육원에 들어가게 된 것이 인생 역전의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이북에서도 초등학교 다닐 때 공부를 썩 잘했다고 했다. 

   거지로 살며 밥을 동냥하며 살아남기 위해 도둑질을 밥 먹듯 했지만, 미국에 와서 박사 학위까지 받고 훌륭한 삶을 살아가는 이 노부부에게 고개가 절로 숙어졌다. 여생을 그리스도 안에서 남에게 더욱 베풀며 사랑을 나누는 귀한 삶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얘기를 듣는 동안 하나님께서 이 남자분의 목숨을 구해주시고 오늘에 이르기까지 인도해 주신 주님의 놀라운 은혜와 사랑과 섭리를 느낄 수 있었다. 부디 주안에서 복된 여생이 되기를 기원해 본다. *이 노부부는 ‘Church of Every Day’에 출석하고 있고 목사님 성함은 최흥주 목사님이라고 했다. 교인이 한 삼천 명이 모이고 말씀에 은혜를 받는다고 했다. 나도 복음방송을 통해 설교를 들어 보았는데 마음의 감동을 주는 설교였다. 부디 남은 여생 두 부부가 주님의 은혜 가운데 행복한 삶을 살기를 간절히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