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싶어

사건들로 가득하다. 신문을 펴면 주먹만 한 글씨로 새겨진 오늘의 제일 큰 뉴스의 제목이 눈길을 끌어당긴다. 사건 개요에 대한 설명이 전개된다. 학교에서 배운 그대로 육하(六何)원칙을 따른다. 그중에서 내가 관심이 있는 것은 바로 '왜(Why)'이다. 모든 일에는 원인이 있어 결과를 만들게 되고 반드시 그 이유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어려서부터 호기심이 많은 편이었다. 요즈음 부모들은 자라나는 아이들의 질문에 대해 정성껏 대답해 주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만큼 부모들의 교육수준도 높아졌고 육아에 대한 개념이 달라졌다. 나는 번번이 질문을 한 것에 대해 면박을 당한 기억이 있고 때론 별난 아이라는 취급을 당한 서러움도 잊히지 않는다. 나는 정말 알고 싶은데 어디서 그 답을 들어야 하는지 몰라 답답함에 가슴을 치기도 했다.

책을 읽었다. 책 속에서도 궁금한 것이 너무 많았다. 대답을 알아낼 방법을 터득하기 위해 애쓰던 중 '백과사전'이라는 엄청난 보물을 발견하였다. 어떤 질문을 내어도 척척박사인 것이 너무도 흐뭇했기에 틈만 나면 아무 페이지나 펼쳐 빠져들곤 했다. 그 안에서 내가 알고 싶은 것은 물론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많은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삶을 통해서도 답을 얻을 수 있다. 가족에게서 또는 이웃과의 만남 속에서 우리는 따뜻함을 배우고 왜 사랑해야 하는지를 깨닫는다. 기록해 놓은 많은 인류의 생활 역사를 통해 사람이 가야 할 참된 길을 알려 주지 않는가. 시행착오도, 때로는 승리의 진실도 우리의 앞길을 인도해 주는 기준이 된다. 시대가 바뀌고 환경이 변해도 긍정적인 삶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성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 듯 하다.

가림이 없는 시대다. 개인의 정보가 모두 드러나고 내 움직임이 숨김없이 감지되는 세상이다. 알고 싶은 문제를 풀기 위해 더는 책을 펼칠 필요도, 누구에게 질문을 던질 이유도 없다. 그냥 컴퓨터의 자판 위에서의 작은 손가락  놀림 하나면 즉시 눈앞에 답이 뜬다. 기다림의 두근거림은 잊은 지 오래다. 오히려 시간이 지체되면 견디지 못하는 지금을 사는 우리의 모습이다.

아직 찾지 못한 답이 있다. 내가 이 세상에 왜 온 걸까. 마음 깊은 저곳에서 들리는 끝없는 질문이다. 어째서 지금 나는 여기에 서 있는가. 무엇으로 끌어 어디로 가야 하는지, 어떤 마음가짐이 필요한 것인지. 백과사전에도 나와 있지 않고 아무리 컴퓨터를 헤집고 찾아도 알아낼 수 없는 정답은 무엇인가.
절대자에게 묻는다. 나를 창조하신 주인은 무언가 목적을 가지고 계실 테다. 나 자신 만이 들을 수 있나 보다.  가장 고요하게 정신을 가다듬고 아주 작은 소리를 알아 차려야 한다. 어찌 살아가야 하는가를 내면의 갈피 속에 기억하고 움직여야 한다. 매일 새로운 하루 또 하루씩 계속되어 가다가 멈추는 그 날까지. 오늘도 난 그 답이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