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것이 아름답다
몇 해 전 이스라엘 성지순례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예루살렘을 비롯 성경에 기록된 여러 곳의 땅을 밟으며 오랫동안 막연하게 들었던 사실들을 확인할 수 있었지요. 타브가 지역에 위치한 '오병이어' 기념 성당에 들렀습니다. 보리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 명이 먹고도 열 두 광주리가 남았다는 기적의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성당 제대 앞 바닥에 모자이크로 새겨진 물고기 두 마리의 형상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실제로 많은 사람이 얼마큼 배불리 먹었는지는 그리 중요하게 생각되지 않았습니다. 지극히 소중한 자신의 먹을거리를 내어놓은 그 어린이의 마음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아주 작은 마음이 위대한 결과를 만드는 단초가 된 까닭이었습니다.
겨울비가 흠뻑 내렸습니다. 지난 6년 겨울 동안 그렇게도 기다리던 비가 캘리포니아를 적셨네요. 작은 물방울들이 모여 만들어 내는 빗줄기가 너무도 반갑습니다. 가뭄 해갈에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하니 감사한 마음이 솟습니다.
우리 속담에 '티끌 모아 태산' 이라는 말이 있듯 하나씩 보아서는 그 가치를 알 수 없지만 오랜 시간 함께 모여 이루어 내는 힘은 짐작하지 못할 만큼 큽니다. 한 곳에 모여진 물의 떨어지는 힘으로 전기를 만들고, 반복해서 한 방울씩 떨어진 물이 바위에 구멍을 뚫어내듯 말이죠.
새해가 시작되고 우리 협회도 새 일꾼들이 힘을 모읍니다. 미약하지만 올바르고 확실한 목표를 향해 모두가 하나 될 것을 다짐합니다. 봉사할 마음의 자세를 가다듬고 회원 한 분 한 분을 귀한 마음으로 대할 겸손함을 가질 것입이다.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달려갈 준비를 갖추고 기다리겠습니다. '수필' 이라는 글쓰기의 공통분모를 갖고 만난 우리가 올바른 인간관계를 통해 삶을 나누는 아름다운 단체로 커나갈 것입니다.
주위를 돌아 봅니다. 한 눈에 큰 것이 별로 띄지 않습니다. 소소한 일상에 필요한 생활도구들, 좋아하는 그림, 책과 연필, 어느 것 하나 엄청난 부피를 내세우지 않고 하루를 살아내는 역할을 감당하고 있군요. 결코 자랑하지 않으며 알아 달라는 요구도 없습니다. 아기의 작은 손가락, 무한한 하늘에 떠 있는 조각구름, 천 조각을 잇대는 바느질 실뜸, 바닷가 모래밭의 조가비, 깜깜한 숲속의 반딧불, 이 모두가 작은 것이기에 아름답습니다.
얼마 전 많은 희생자를 낸 비행기 추락 사고가 작은 불량 나사 한 개 때문이었다는 소식은 충격이었습니다. 시애틀에 있는 보잉사를 견학했을 때 한 대의 비행기를 만드는 데에 450만 개의 부품이 필요하다는 것도 처음 알았습니다. 누구도 짐작할 수 없었던 작은 모퉁이에 어마어마한 사건의 실마리가 숨어 있었던 비극이었던 거죠.
작은 것에 충실하지 못할 때는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비가 그치고 환한 봄빛이 대지를 채우면 우리의 가슴도 따뜻해올 것입니다.
각자가 내어놓는 작은 격려와 사랑, 이것이 우리 재미수필문학가협회를 이끌어 가는 값진 힘입니다. 작은 손 맞잡고 함께 나아갑시다. 한 걸음, 한 걸음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