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트뷔네 콘서트

유숙자

지난 주말 할리웃 보올에서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의 연주가 있었다. 5개의 차이콥스키 작품을 선택했는데 그날이 마침 광복절이라 1812 서곡 연주하며 내뿜는 축포와 불꽃이 8. 15 경축 행사를 위한 같았다.

피아노 협주곡 1 루마니아 피아니스트 미하엘라 우루술레사(Mihaela Ursuleasa) 연주했다. 뛰어난 재능을 인정받은 그녀는 활기 넘치는, 열정적 연주와 풍부한 감성을 보였다.

 

LA 명소인 할리웃 보올은 세계 최대의 야외음악당으로 좋은 연주가 많아 시즌마다 한두 번은 찾게 되는 곳이다. 무대 전면에 대형 스크린이 설치되어 있고 저렴한 가격의 티켓으로 만족스러운 공연을 있다. 다만, 음악당으로 향하는 주변이 독일의 발트뷔네처럼 울창한 나무숲으로 둘러싸여 있다면 얼마나 운치있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발트뷔네 콘서트는 연주도 연주려니와 그곳 너른 잔디밭에 앉아 낙조에 물들어가는 숲의 장관을 보며 관람할 있는 것이 행복이라 하겠다. 유럽에 살며 가장 즐거웠던 것은 거의 주말마다 , 음악회가 열리고 야외 음악당이 곳곳에 있어 클래식 음악을 즐길 있는 점이다. 여행객이더라도 기회를 잡으면 여행 콘서트 관람이 가능했다.

 

베를린 필하모닉은 년에 3 특별연주회를 한다.

5 1 베를린 창립기념일에 유럽의 유명건축물에서 갖는 <유럽 콘서트>, 6 마지막 일요일 베를린 발트뷔네에서 갖는 <픽크닉 콘서트>, 12 31일에 갖는 <송년음악회>. 그중에서 특히 유명하고 사랑받는 콘서트가 발트뷔네 픽크닉콘서트. 매년 최정상의 지휘자나 성악가를 초청하여 연주회를 갖는데 주로 소품 위주의 대중적인 레퍼토리를 선정하여 인기가 있다.

 

발트뷔네(Waldbuhne) 베를린 교외의 샤를로텐부르크(charlottenburg) 있는데 발트(Wald=), 뷔네(Buhne=무대) 라는 그대로 속에 설치된 야외무대다. 근처에 있는 올림피아 파크와 함께 1935 히틀러가 나치의 선전 활동을 위해 설립된 시설이다.

2 2 명의 관객을 수용할 있는 이곳은 1936 베를린 올림픽에서 체조경기장으로 사용했었다. 바그너가 라엔치 이곳에서 공연하여 음악의 장소로 변했으나 전쟁으로 암흑기를 겪으며 폐허가 되었다. 1970년대에 보수해서 1980년에 다시 문을 열고 처음에는 주로 콘서트가 열렸으나 1982 무대 위에 지붕을 설치하고 조명도 음악에 맞게 배치하여 1984 베를린 필의 연주 이후로는 클래식 연주의 빈도가 높아졌다.

 

독일의 통일을 목전에 두고 1990 6 30일에 발트뷔네 야외음악당에서 다니엘 바렌보임 지휘로 베를린 필이 여름밤 공연을 열었다. 그때 이후 날짜가 매년 6 마지막 일요일로 고정해서 피크닉 콘서트를 개최한다. 픽크닉 콘서트란 말에 어울리게 관객들은 캐주얼 차림으로 각자 도시락을 들고 와서 와인잔을 기울이며 연주를 즐기는 것이 LA 할리웃 보올과 비슷하다.

발트뷔네는 황혼이 장관을 이룬다. 이른 저녁 연주를 시작하여 서서히 빛이 잦아들며 변하는 노을과 나무의 실루엣이 묘한 조화를 이룬다. 이윽고 양이 서서히 스러져 어둠에 묻힐 때까지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주변 경관이 가슴이 정도로 아름답다.

밤으로 빠져들며 풍경은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관객은 미리 준비한 불꽃을 하나둘 켜기 시작한다. 연주가 고조됨에 따라 불꽃이 파도처럼 너울대고 음악과 불꽃과 검은 숲이 한데 어우러져 환상의 극치를 이룬다. 콘서트의 마지막은 항상 린케의 베를린의 숨결(Berliner Luft) 마무리한다. 광활하게 펼쳐진 하늘엔 무수히 반짝이는 별들이 은가루를 뿌려 놓은 흐르고 발트뷔네의 관중은 연주와 하나 되어 인간 물결을 이룬다.

 

역대 연주회 인상에 남는 것은 1996 클라우디오 아바도의 이탈리안 나이트이다. 그날 비가 내렸는데도 관중은 미동도 없이 우산을 쓰고 관람에 임했다. '윌리엄 서곡' 연주할 때에는 흥분의 극치를 이루어 우산을 들먹이며 장단을 맞추었다. 클라리넷과 풀륫의 명연주가 번갈아 반복되는 모습을 클로즈 해서 기교가 돋보였다.

 

2001 스페니쉬 나잇'에서 사라 장이 사라사테의 '찌고이네르바이젠' 마스네의 '타이스의 명상곡' 연주했다. 우아한 비취색 드레스로 성장한 사라 장은 가냘픈 몸매에서 도저히 뿜어 나올 같지 않은 열정으로 완벽에 가까운 기교를 보여 주어 관중을 매료시켰다. 지고이네르바이젠은 비범한 기술을 필요로 하므로 사라사테 생존에 이것을 완전히 연주해 있는 사람이 없었다고 정도다.

 

1부는 로맨틱한 멜로디에 집시의 우울을 내포하고 있으며 온화하고 섬세한 정취를 그려 준다. 2부는 부드럽게 때론 난폭하게 집시들의 분방한 피와 격렬한 정열, 밑바닥에 흐르는 그들 특유의 애수와 우울을 담았다. 사라 장은 알레그로의 가쁜 연주 중에도 순간순간 지휘자의 호흡을 눈에 담는 달인의 경지를 보여 베를린 필하모닉 연주자들이 활을 두드리며 열광했다. 1950년대에 뛰어난 연주로 기교가 신기라고 할만한 야샤 하이페츠 이후의 명연주자로 사라 장을 꼽는데 인색하지 않았다.

 

가장 인지도가 높았던 공연은 2006 발트뷔네 피크닉 콘서트. 2 2천여 관중을 열광시킨 콘서트는 베를린 콘서트라는 타이틀로 이탈리아 제노아 출신의 지휘자 마르코 아밀리아토 (Marco Armiliato) 지휘했다. 베를린 도이치 오퍼 오케스트라 (Orchester Der Deutschen Oper Berlin) 베르디의 나부코 서곡으로 막을 올렸다. 2006 독일월드컵 개막식 이벤트 콘서트로 플라시도 도밍고, 안나 네트렙코, 롤란도 빌라존이 무대를 장식할 성악가로 선정되었다.

 

세계적으로, 월드컵 하면 떠오르는 것이 1990 이탈리아 월드컵부터 이어온 3 Tenors’ 4차례 공연으로 루치아노 파바로티, 플라시도 도밍고, 호세 카레라스가 무대에 섰다.

독일월드컵에서는 3 Superstars a Berlin’이라는 제하에 플라시도 도밍고, 안나 네트렙코, 롤란도 빌라존이 결승 이틀 전인 7 7(현지시각) 베를린의 발트뷔네 야외 음악당에서 성황리에 공연이 열렸다. 백발이 성성한 오페라계의 황제 플라시도 도밍고가 30대의 성악가 못지않은 가창력과 여유로 관록 있는 무대 매너를 보여 주었다.

 

러시아의 성악가 안나 네트렙코는 가창력이 뛰어난 소프라노다. 청순한 얼굴과 글래머러스한 몸매, 연기력 , 무엇하나 빠지는 것이 없는 외모로, 시대의 연인임을 입증했다. 영국의 타임스지는 'The 20 Best Classical Divas'라는 제하의 글을 썼고, 2005 '올해의 여성 아티스트 ' 받았으며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 국민훈장' 수여했다. 세계적인 성악가 네트렙코가 혜성같이 나타나 프리마 돈나의 길을 걸은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마린스키 극장의 마루 닦기를 했다고 밝힌 그녀는 극장 청소를 하다가 행운을 잡은 신드렐라다. 그녀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간데없이 시원하게 뿜어져 나오는 맑고 청아한 음성에 빠져 설레는 가슴을 진정시켜야 했다.

 

공연에서 테너 롤란도 빌라존이 그의 성악적 기량을 마음껏 발휘했다. 멕시코 출신의 성악가로 단단하게 명성을 구축한 촉망 받는 테너다. 깊이를 없는 풍부한 성량, 반듯한 체격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는 로시니의 라단짜() 부를 극에 달하여 물이 오를 대로 오른 라틴계 테너로서 터질 듯한 열정을 과시했다.

 

네트렙코는 도밍고와 오텔로 중에서 이중창 밤의 정적 속으로 소란은 사라지고 불렀다. 빌라존과 라보엠 중에서 상냥한 아가씨여, 웨스트사이드 스토리에서 투나잇 등을 노래했다. 도밍고와 빌라존은 비제의 진주 조개잡이 신성한 사원에서 쿠루티스의 잊지 마세요.’ 함께 노래했는데 비제의 곡에서는 도밍고가 젊은 후배를 위하여 바리톤을 택했다.

앙코르곡으로 트라비아타 중에서 축배의 노래 선사했다. 듣기만 해도 흥이 나는 노래를 와인 잔을 높이 들고 흥겨운 한마당으로 관객들과 함께 호흡했다. 레하르의 오페레타 미소의 나라 그대는 나의 모든 부를 도밍고는 장난기 서린 모습을 보여 관객들에게 유쾌한 웃음을 선사했다. 일상에서의 모든 스트레스를 한순간에 날려버리는 듯한 휘날레의 고음은 과연 도밍고 정도로 관중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고 갔다.

 

발트뷔네 역대 지휘자의 연주와 테마는 1992 죠르쥬 프레트르가 지휘한 프렌치 나이트부터 2009 사이먼 래틀의 지휘로 펼쳐진 러시안 리듬까지 참으로 다양하고 볼만한 음악회가 많았다.

대표적인 야외 음악당으로는 베를린의 발트뷔네 비롯하여 호주의 시드니 야외음악당, 영국의 하이드 파크 주변에 장미가 많아 장미의 정원으로 유명한 '리젠트 파크, 뉴욕의 '센트럴 파크', 이탈리아의 베로나 야외음악당 등을 꼽는다. 자연 속에서 펼쳐지는 야외 음악은 편하게 즐길 있어 많은 음악 애호가들이 열광하고 선호한다.

 

생애에 음악이 없었다면 얼마나 인생이 무의미했을까. ‘밥은 굶어도 음악 없이는 없다 14 소녀의 음악 열정은 뜨겁고 충만한 삶으로 나를 이끌어 주었다. <모든 예술은 한결같이 음악의 상태를 동경한다.> 쇼펜하워가 말했듯이 음악은 모든 예술의 최고의 자리를 사양하지 않아도 마땅하다. 음악은 이해되기보다 감지할 있을 , 감동을 주느냐는 언어로 표현하기 어렵다. 느낌이 오는 대로 감상하면 된다. 음악은 나로 하여금 꿈꿀 없는 것을 꿈꾸게 하고 상상할 없는 것을 이해하게 하였다.

 

외롭고 불행한 사람에게 위안과 용기를 주고, 절망한 혼에 힘과 빛을 던져주는 음악. 작곡가들의 인간적 고뇌의 산물로 태어나는 음악이 있기에 감사할 아는 눈물을 흘리곤 한다.

시원한 여름밤을 수놓는 음악의 향연에 젖어 최고의 예술을 감상하고야 비로소 계절을 보낼 있을 같다.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