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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 같은 인생                                                                                  

 

   올겨울은 날씨가 유난히 변덕스러워 을씨년스러운 겨울을 보냈다. 심술궂은 시어머니 얼굴처럼 걷잡을 수  없이 변해가는 날씨에 내 마음마저 우울해지기도 했다. 봄은 다 와도 꽃샘추위 탓인지 아직도 쌀쌀한 날씨다. 겨우내 잡초가 자란 장미꽃 화단이 보기가 흉해서 오랫만에  호미들고 잡초를 모두 제거 하기 위해 화단에 들어가 하나하나 뿌리째 뽑기 시작했다. 이름도 모르는 갖가지 종류의 잡초가 왜 그렇게도 많은지 호미로 땅을 깊이 파고 뿌리째 뽑으려고 안간힘을 써도 어떤 뿌리는 잘리고 만다. 씨를 한 번도 뿌린 적이 없는데 잡초는 어떻게 해서 이곳저곳에서 잘 자라게 되는지 나는 의아해하면서 잡초를 뽑고 있었다.   

   바람이 불 때 바람을 타고 잡초의 씨가 날라와서 심어졌는지 아니면 나도 모르게 누군가가 나 몰래 씨를 심고 갔는지 생각할수록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와도 같다. 나는 씨도 심지 않았고 비료도 준 적 없고 물도 준 적 없는데 어떻게 저절로 저렇게 잘 자랄 수가 있을 까하고 생각하면 도저히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그렇다고 주인에게 사랑을 받는 것도 아니고  눈총만 받고 미움은 독차지하게 되어 천덕꾸러기가 되어서 결국  뽑혀 죽는 운명을 맞이하게 된다. 참으로 서글픈 삶을 살다가 비참하게 죽어가지만 그래서 잡초는 절제를 모르고 제멋대로 자라나는 돌연변이 기형아를 보는 것 같다. 어차피 명대로 다 못살고 일찍 죽을 바에야 내마음대로 멋대로 살다가 가야지 ‘케세라세라’의 삶인 것 같다. 고집이 막무가내로 세다. 고분고분 말을 잘 들어야 하는데 자기 멋대로다.    

   잡초는 미운털이 박혀서인지 아름다운 꽃을 피우지 못한다.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고 사니 구태여 힘들이고 공들여 꽃을 피워 누구 좋은 일 시키려고 꽃을 굳이 피우겠는가. 잎사귀도 아름답지가 않다. 생김새부터가 막 생긴 것 같다. 하나님은 얼마나 많은 아름다운 꽃들과 식물들을 만드셨는 데 왜 하필이면 잡풀을 만드셔서 인간에게 고통을 주셨는가. 아담과 하와가 에덴동산에서 따먹지 말라는 선악과를 따먹음으로 하나님께 불순종의 죄를 범한 결과 동산에서 쫓겨나 가시와 엉겅퀴를 내는 땅에서 살게 하셨다. 

   만일 잡초가 없고 아름다운 꽃과 식물들만 있다면 우리가 아름다움을 아름답게 정말 볼 수가 있을까. 선이 있으면 악이 있듯이 미(美)가 있으면 추(醜)가 있게 마련이다. 서로를 비교함으로써 아름다움은 더욱 아름답게 보이고 추한 것은 더욱 추하게 보이는 것이다. 미는 추구하게 되고 추는 버리려고 애쓰는 것이다.   

   잡초를 뽑다 보면 구석구석 잘도 자라고 있다. 캐내고 캐내어도 얼마 못 가서 또 자라난다. 잡초 자라듯이 돈이 벌린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 인생도 잡초 같은 삶을 사는 사람들이 있다. 제거해도 독버섯처럼 돋아나는 잡초처럼 모든 사람에게 잘못을 하고 진절머리가 나도록 머리를 흔들게 한다. 급기야는 이 세상에서 살아지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하는 서글픈 인생들이 있다.    

   나는 1956년도에 상영되었던 영화 한 편을 인상 깊게 본 기억이 있는데 영화 제목은 ‘악의 종자(The Bad Seed)’ 였다. 그 당시 큰 화제를 일으켰고 아카데미 상4 개를 탔다. 사람들이 행하는 악한 행동들이 유전으로 기인 하느냐 아니면 주위 환경에 의해서 만들어지느냐 는등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했던 문제작이었다. 주인공 로다는 8세밖에 안되는 어린아이지만 세사람이나 죽이는 살인자가 된다. 양심의 가책도 전혀 느끼지 않고 잔인하게 살인한다. 

   글쓰기 대회에서 일등 한 같은 반 남자아이 클로드가 상으로 받은 목걸이가 탐이나 바닷가에 소풍 갔을 때 그를 유인해서 부둣가에 밀어 익사시키는데 어머니가 딸을 의심하면서 딸의 고백을 받아 낸다. 아파트 관리인도 눈치를 알아 차리고 캐묻자 그를 불에 태워 죽이는데 어머니가 그 장면을 아파트 주인과 목격하게 된다. 그리고 전에 살던 집 이웃 사람을 죽였다는 고백도 받아낸다. 예쁘고 순진하게만 보이던 딸이 상상할 수 없는 연쇄 살인자가 된 것에 큰 충격을 받고 어머니 크리스틴은 자기 자신의 뿌리를 캐기 시작 한다. 마침 찾아온 친정아버지로부터 자기가 양녀로 입양된 사실을 알아내었고 그녀의 어머니가 희대의 연쇄 살인자로 악명 높았던 것도 알게 된다.   

   그래서 그녀는 어머니로부터 물려 받은 유전인자와 더러운 피 때문에 자기 딸이 똑 같은 연쇄 살인자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더 이상 계속 악을 뿌리며 살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고 딸에게 수면제를 먹이고 자기 자신은 연발 권총으로 머리를 쏴 자살을 시도 한다. 병원에 도착해서 응급처치를 받고 두사람은 다 살아 나지만 딸은 어머니로부터 그 남자 친구의 목걸이를 살인 현장 부두에 버렸다는 소리를 듣고 그것을 찾으려고 부두에 갔다가 벼락을 맞고 죽는 것이 마지막 장면이다.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정말 잡초 같은 인생 – ‘악의 종자’로 태어난 여자 주인공은 잡초 같은 인생을 살다가 뿌리째 뽑혀 삶을 마감한 한 예라 하겠다. 매일 매일 신문 지상을 통하여 보도되는 흉악범들 즉 악의 종자들이 세상을 어지럽히고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선한 종자가 되기 위해 주위의 따듯한 보살핌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늘 남는다. 

   화단에나 밭이나 어디든 잡초가 깨끗이 제거되면 보기가 아름답고 식물들도 아름답게 잘 자란다. 잡초가 자란 다음 뽑으려고 하는 것보다 잡초가 자라지 못하게 미리 예방하는 일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잡초는 무섭게 번저 나가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방심해서는 안될 것 같다. 우리모두가 잡초가 되지말고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한그루의 사랑받는 꽃나무가 되어봄이 어떠할지 생각하는 하루가 되었다.    

   화단이 아주 깨끗하게 잡초가 사라지고 싱싱하고 예쁜 장미가 고맙게 주인을 반기는 듯 봄바람에 손을 살랑살랑 흔들며 웃고 있다. 아 마음이 상쾌하다,/미주문협 문학서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