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께서 성전에서 나와서 가실 때에 제자들이 성전 건물들을 가리켜 보이려고 나아오니 대답하여 이르시되 너희가 이 모든 것을 보지 못하느냐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돌 하나도 돌 위에 남지 않고 다 무너뜨려지리라"(마 24:1~2)
이곳에선 1년 365일 통곡이 끊이지 않는다. 초정통파 유대교인 하레딤 등 많은 유대인이 매일 이곳을 찾아 통곡하며 기도하거나 토라를 독송한다. 그들의 한 맺힌 소리는 허공에 메아리치고 애달픔이 엄습한다. 이곳이 서쪽 벽(Western Wall)이라고 불리는 이른바 '통곡의 벽'이다.
예루살렘 올드시티에 있는 통곡의 벽은 옛 성전 터의 서쪽 벽, 정확히는 성전 터를 떠받드는 축대다. 현재 남아있는 예루살렘 성전 터의 흔적 중 규모가 가장 크다.
통곡의 벽 역사는 구약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솔로몬의 예루살렘 성전, 즉 제1성전이 그 시작이다. 통곡의 벽이 유대인에게 매우 상징적이고 중요한 장소인 이유다.
성경에는 제1성전에 관해 상세히 기록하고 있다(왕상 5~6). 솔로몬은 기원전 957년 성전산에 하나님을 위한 성전을 지었다. 성전 건축은 솔로몬이 재위한 지 5년째, 이스라엘 민족이 출애굽한 지 480년 되던 해 시작됐다. 완공까지 장장 7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제1성전은 압도적인 규모와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줬다.
통곡의 벽 위로 성전산의 바위 사원이 보인다.
제1성전은 길이 60규빗(1규빗 약 50㎝), 너비 20규빗, 높이 30규빗으로 금을 씌었고 보석으로 꾸몄다. 성전 안쪽의 바닥부터 천장까지 백향목 널판으로 둘렀고, 박과 활짝 핀 꽃을 조각해 놓았다. 또 성소 전체의 벽을 둘러 가며 그룹(하나님의 보좌를 지키는 천사)과 종려나무, 꽃이 핀 형상을 아로새겼다(왕상 6:1~38). 성전은 솔로몬의 부귀영화와 권력을 상징했다.
그러나 찬란한 시절은 오래가지 않았다. 솔로몬의 마음에 순전한 믿음이 사라졌다. 하나님의 놀라운 축복으로 부귀영화를 누렸지만 만족하지 않았다. 솔로몬은 국력과 왕권을 견고케 하기 위해 하나님을 거역하고 인본주의로 돌아섰다. 1,000여 명의 이방 여인을 처첩으로 맞았고, 그들이 데리고 온 이방신들을 숭배했다.
하나님께서 말씀한 대로 우상숭배의 결과는 처참했다. 이스라엘 왕국은 주전 931년 남과 북, 반으로 분열됐다. 남유다의 예루살렘 성전은 주전 586년경 바빌로니아 왕 느부갓네살에 의해 파괴됐고, 디아스포라의 시작인 바벨론 유수가 발생했다(대하 36:18~20). 이스라엘 백성은 성전의 파괴와 추방을 예언의 성취로 여겼고, 성전을 중심으로 종교적․정치적 신념을 강화했다.
바벨론 포로로 갔던 이스라엘 백성이 귀환하면서 성전은 재건됐다. 그리고 헤롯에 의해 제2성전이 증축되면서 과거의 화려함을 되찾았다. 당시 제2성전을 두고 "헤롯 성전을 보지 못한 사람은 진정한 아름다움을 가진 건물을 보지 못 한 것"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제2성전 역시 주후 68년 로마제국에 의해 불에 타 소실됐고 통곡의 벽만 남았다.
통곡의 벽은 길이 488m로 이중 약 8분의 1인 55m가 기도 광장이다. 통곡의 벽은 돌마다 시대가 다르다. 아래로 갈수록 돌의 크기가 커진다. 바닥에서 일곱 번째 줄까지의 돌이 가장 큰데, 2,000여 년 전 헤롯이 지은 축대의 흔적이다. 맨 위에 있는 돌은 영국이 위임통치 당시 조성한 것이다.
1967년 6일 전쟁 후 이스라엘이 서안지구를 점령하고 예루살렘 통치권을 회복하면서 당시 통곡의 벽 앞에 있던 아랍인 마을을 밀고 지금의 통곡의 벽 광장을 세웠다. 하지만 이스라엘 점령 후에도 성전 산의 관리를 이슬람 재단이 맡게 되면서, 통곡의 벽은 성전산의 출입이 금지된 유대인에게 옛 성전에서 기도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가 됐다.
유대인은 매일 이곳을 찾아 성전을 잃은 애환과 메시아를 기다리는 갈망, 구원과 부활의 소망을 담아 기도한다. 벽에 머리를 대고 통곡하며 기도하는 유대인의 모습은 무척 인상적이다. 벽의 돌 틈새마다 빼곡하게 들어차 있는 쪽지도 눈길을 끈다. 유대교에서는 기도나 소원을 적은 쪽지가 통곡의 벽에 보관되면 하나님에게 가는 길을 찾을 수 있다고 믿는다.
통곡하며 기도하는 여성 하레딤
성전의 진정한 본질은 하나님이 임재하시고 영원히 거하시는 곳이다. "거하신다"는 원어로 '장막을 피다'라는 뜻이다. 솔로몬은 하나님을 위한 성전을 지었다. 하지만 솔로몬의 마음에 순전함은 사라졌다. 우상 숭배와 형식적인 제사가 만연했다.
주님께서는 예루살렘에 입성해 모든 매매하는 자들을 쫓아냈다. '만민이 기도하는 집'인 성전이 장사의 소굴이 됐다고 꾸짖었다. 당시 사람들은 성전의 영광이 영원하리라 믿었다. 하지만 하나님은 본질이 훼손된 성전을 돌 하나 남기지 않고 파괴하셨다.
통곡의 벽은 애통하다. 유대인의 간절한 기도를 보고 듣노라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그들의 기도가 신실해서가 아니다. 예수 그리스도가 없는 그들의 간절한 기도는 "헛되고 헛되도다 모든 것이 헛되도다"라는 솔로몬의 고백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성전의 본질을 잃어버린 채 하나님의 심판으로 무너진 성전의 흔적을 갈망하고, 물리적인 제3의 성전을 지으려 하는 유대인의 우상 숭배가 그야말로 통곡해야 할 일이다. 메시아는 이미 오셨는데 하나님의 심판으로 무너진 성전벽을 붙들고 통곡하고 있는 그들이 불쌍하기만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