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배우의 죽음 / 이정호

  배우 이선균이 사망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타살의 흔적이 없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했다. 공원 주차장 차 안에서 죽은 채로 발견됐다. 차량안에서는 번개탄이 피워진 흔적이 발견되었다. 나로서는 착잡한 심정이었다. 며칠전에도 텔레비전에서 수사를 받기 위해 포토라인에 선 그의 모습을 보지 않았던가. 담담하게 선 그의 모습을 보았는데 갑자기 죽었다고 보도가 나오니 멍해졌다.

  많은 사람이 자살을 한다. 2022년 한국 자살 사망자 수는 12,906명이다. 하루에 35명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것이다. 적은 숫자가 아니다. 보도가 되지 않아서 그렇지 우리 주변에는 그런 사람들이 많이 있다. 유명한 사람들이 죽을 때 우리는 자살에 대해 더 느끼고 생각한다. 그런 사람이 죽었을 때 나도 충격을 받은 기억이 있다. 그것은 노무현 대통령이 자살을 했을 때이다. 일하는 곳 파킹장에서 그 소식을 들었다. 그때 충격을 받아서 파킹장 차 안에서 한 5분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하니 앉아있던 기억이 있다. ‘왜 자살까지 하지? 내가 좋아했던 오만하지 않고 소박하고 수수한 대통령인데. 한국에 들어가면 봉하마을에 가서 그 대통령을 꼭 뵙고 싶었는데.’

  그리고 마광수 교수가 자살을 했을 때도 내 마음은 착잡했고 이제 또 배우 이선균이 죽은 것이다. 그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배우가 아닌가.  한국이 최초로 아카데미 상을 탄 영화 기생충에 나왔던 배우가 아닌가. 사실 나는 그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선균이 바로 그 배우라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인간은 왜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할까. 고통이 극에 달하면 인간은 그것을 생각하게 된다. 그것은 육체적 고통일 수 있고 정신적인 고통일 수도 있다. 인간이 신체적으로 힘들어 지면 죽음을 생각하게 된다. 사실 나도 교통사고가 나서 병원에 오래 있었을 때 육체적으로 힘들었 던 때가 있었다. 그리고 하나님에게 바랬던 것이 있다. ‘하나님, 저를 빨리 데려가 주세요.’ 몇 번인가 그랬던 기억이 있다. 인간이 정신적으로 힘들 때도 그렇다. 그 고통이 심해서 아무것도 하기 싫다. 밖으로 나가기가 싫다. 집에만 있고 싶다. 그리고 아무것도 하기 싫다. 몸을 조금도 움직이기 싫다. 손도 움직이기 싫다. 그냥 누워만 있고 꼼짝도 하기 싫다. 그래서 그 심화된 우울증은 인간을 자살로 내몬다.

  나는 배우 이선균의 심정을 이해한다. 그가 왜 그렇게 했는가를. 그가 왜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가를. 우리 사회가 그를 조금 더 도와졌으면.  한 번 갇힌 테두리 안에서는 빠져나오기 힘들다. 그 테두리에 갇힌 생각에서는 빠져나오기가 힘들다. 그러나 그 순간을 누군가가 도와준다면, 그 고비만 빠져나오게 도와줄 수 있다면 인간은 극단적 선택을 면할 수 있을 것이다.

  배우 이선균은 마약 혐의를 받고 경찰의 수사를 받아왔다. 그는 마약 혐의를 부정했고 또 몰랐다고 했다. 공인으로서 그가 받은 심적부담은 우리가 받는 것보다 훨씬 컸으리라. 앞으로 이 사회가 조금 더 힘든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고 도와주며 슬픔이 덜 해지는 세상이 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