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숙의 창작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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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백신 맞는 날 2
이희숙
Mar 19, 2021 51
백신 맞는 날 (3. 20. 2021 중앙일보 이아침에) 이희숙 경쾌한 목소리가 전화기에서 들려왔다. "나, 지금 코로나 백신을 맞고 왔어." 건강하고 행동이 민첩한 50년 지기 친구다. 그녀의 정보를 알려주는 소식이 고마웠지만 한편 두려운 마음이 앞섰다. 코로나...  
44 양난이 봉오리를 맺다 2
이희숙
Apr 23, 2021 65
양난이 봉오리를 맺다 이희숙 꽃이 졌다. 야들한 꽃잎이 모두 떠나간 가지는 메마른 몸을 겨우 지탱하고 서 있다. 작년에 나는 골반골절 수술을 했다. 그때 지인이 보내준 양난(Orchid)은 홀로 누운 나를 위로하기 위해 찾아온 친구였다. 연분홍, 진분홍, 하...  
43 마추픽추의 비밀 4
이희숙
May 04, 2021 51
마추픽추의 비밀 이희숙 구름이 벗겨지며 산의 형체가 드러난다. 구름이 비상하는 하얀 움직임을 바라본다. 신비에 싸인 산마루를 오르는 설렘에 심장의 박동이 빨라진다. 몇 년 전 우리 부부는 죽음의 문턱까지 다녀올 만큼 심한 건강 악화를 겪었다. 힘든 ...  
42 '신묘막측(新墓幕側)'이 새겨진 티셔츠
이희숙
May 29, 2021 26
'신묘막측(新墓幕側)'이 새겨진 티셔츠 (6. 14. 2021 중앙일보 이아침에) 이희숙 낭랑한 목소리가 귀에 들어왔다. "아빠, 아빠!" 소리에 솔깃하여 고개를 들어보니 두 살쯤 되어 보이는 아이가 우리 집 잔디밭에서 해맑게 웃으며 뛰어논다. 아이는 &#...  
41 그 시절, 그 물건, 그 마음
이희숙
Jun 12, 2021 33
그 시절, 그 물건, 그 마음 이희숙 요즈음 나는 긴장된 시간을 산다. 과학과 IT산업의 발달로 생활이 편리해지긴 했지만 새로운 지식을 취득하느라 숨이 가쁘고 벅차기 때문이다. 신발명품이 옛것을 밀어낸 탓에 유효하게 사용하던 물건도 사라진 지 오래다. ...  
40 월리 Wall-E의 동생이 된 두비 DooB-E
이희숙
Jun 25, 2021 30
월리의 동생이 된 두비 이희숙 새 가족이 또 생겼다. 두 살 된 작은 마티스다. Petco 쇼핑몰 울타리 안 많은 유기견 틈에서 조용히 앉아 있는 모습이 눈에 띄어 그를 입양했다. 새 식구의 이름은 이미 우리 집에서 귀여움을 받고 있는 강아지 월리 Wall-E의 ...  
39 월리와 두비의 두 번째 이야기
이희숙
Jun 25, 2021 60
가족이 되기 위해 훈육하다 (Wall-E와 Doo-B의 두 번째 이야기) 입양된 두비는 가족이 되기 위한 훈련의 시간이 필요했다. 대소변을 아무 데나 배설해 놓아 우리 가족을 당황케 했다. 용변을 보게 하기 위해 밖에 데리고 나가면 주위에 관심이 많아 통제가 안 ...  
38 작은 손가락일지라도
이희숙
Jul 13, 2021 25
작은 손가락일지라도 이희숙 우리 집 빈터에 선인장 한 그루가 서 있다. 오래되어 아름드리나무처럼 큰 것이 넓적한 손바닥을 펴고 팔을 벌려 하늘의 기를 받은 듯 좌우 상하로 뻗어 나가는 모습이 장관이다. 우람한 자태와는 달리 꽃은 하늘거리는 얇은 노란...  
37 연결의 소리
이희숙
Jul 13, 2021 35
연결의 소리 이희숙 '으앙!' 울음소리가 공기를 흔든다. 한 생명이 세상에 자신의 존재를 알리며 터지는 소리다. 손자가 태어나는 날에 나는 딸을 걱정하며 병실 안을 안절부절 서성였다. 의사와 간호사는 아기의 숨쉬기를 확인한 후 바쁘게 가위로 아...  
36 내 삶의 내비게이션
이희숙
Aug 01, 2021 25
내 삶의 내비게이션 이희숙 커다란 가방을 밀며 로스앤젤레스 공항에 들어오던 때가 생각난다. 어린 두 딸의 손을 잡고 낯선 땅에 발을 디딘 지도 벌써 삼십여 년이 지났다. 그때는 American Dream을 이루기 위한 뚜렷한 계획도 미처 세우지 못한 채였다. 한...  
35 내 이웃이 되어 줄래요 2
이희숙
Aug 01, 2021 42
내 이웃이 되어 줄래요 이희숙 멀쩡하던 유치원 입구 강철 대문이 쓰러져있다. “아니, 이게 웬일이야?" 월요일 아침 출근한 나는 열쇠를 꺼내다가 놀라 어안이 벙벙했다. 지난 주말에 누군가가 차로 들이박은 흔적이다. 철공소에 전화하고 구부러진 철...  
34 제맛을 유지하려면
이희숙
Aug 12, 2021 26
제맛을 유지하려면 수평선 위로 둥근 해가 기지개를 켠다. 잠자던 바다는 붉게 상기된 볼처럼 반짝인다. 어두움이 물러가는 시간에 내가 즐겨 찾는 곳이 있다. 뉴포트 비치에 있는 120여 년 된 '도리 어시장'이다. 그곳을 찾을 때마다 나의 가슴은 콩...  
33 까치발을 하면 보이는 세상
이희숙
Aug 12, 2021 31
까치발을 하면 보이는 세상 이희숙 아빠가 아이에게 묻는다. "다음 중 종류가 다른 것은? 금붕어, 고등어, 상어, 사자 중 무엇일까?" 네 가지 동물 중에서 관계가 없는 다른 것을 고르는 사지 선다형 문제다. 아빠는 네 가지 동물 중에서 물고기가 아닌 사자...  
32 내 나이처럼 메모 노트도 변한다
이희숙
Aug 12, 2021 33
내 나이처럼 메모 노트도 변한다 이희숙 병실에서 홀로 지내던 무료한 시간이었다. 골반 골절 수술 후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아무도 방문할 수 없었다. 혼자 견뎌야 하는 두려움으로 병실의 공기는 무겁게 내려앉아 있었다. 침대에서 움직일 수 없는 처지였...  
31 편견과 한계를 극복한 올림픽 정신
이희숙
Sep 12, 2021 8
편견과 한계를 극복한 올림픽 정신 애초부터 그리 기대할 상황은 아니었다. 다양성을 인정하면서도 서로 화합하여 하나 되길 바라는 지구촌 축제에 불이 붙었지만, '다 같이 더 강하게! Together Stronger!'라는 슬로건조차 가슴에 와 닿지 않고 시큰...  
30 흐르는 강물처럼
이희숙
Oct 19, 2021 47
흐르는 강물처럼 먼 산이 하얗다. 올겨울엔 비가 많이 온 탓에 반가운 선물을 받은 듯하다. 로스앤젤레스는 일 년 내내 따뜻하지만, 비가 오면 인근의 높은 산이 눈으로 덮이는 장관이 연출된다. 우리는 그 하얀빛에 매료되어 눈을 찾아 떠난다. 연말 휴가를 ...  
29 공간의 여유
이희숙
Oct 19, 2021 26
공간의 여유 미지의 공간으로 여행을 떠났다. 낯선 곳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호기심으로 설레며 가방을 꾸렸다. 늘 똑같은 일상으로 잔잔하던 가슴에 파문이 일렁였다. 처음엔 간편하게 작은 가방을 선택했지만, 방문하는 세 나라가 위도의 차이로 날씨 변화가...  
28 빨강 신호등 앞에서 2
이희숙
Oct 21, 2021 36
빨강 신호등 앞에서 이희숙 하굣길에 어린이를 태우고 조심히 운전하고 있었다. 주변의 차와 같은 속도로 흐름을 유지하며 가는데 갑자기 앞차가 비상등을 켜며 섰다. 서 있는 차를 비켜 가야 하는 상황이 벌어져 순발력이 필요했다. 깜빡이를 켜고 수신호를 ...  
27 금메달의 땀
이희숙
Dec 02, 2021 32
금메달의 땀 이희숙 떠나는 여름이 기승을 부린다. 더위가 절정에 올라 수은주가 화씨 95도를 넘나든다. 노동절 연휴 아침 교외의 넓은 축구 경기장으로 향한다. 손녀가 Labor Day Tournament의 결승전 경기를 하기 때문이다. 말할 나위 없이 손주의 행사는 ...  
26 추억의 음식
이희숙
Jan 08, 2022 19
추억의 음식 내가 운영하는 어린이 학교를 졸업하며 떠나는 외국 엄마의 질문이다. "프리스쿨에선 잘 먹는데, 집에서 내가 해주면 안 먹어요. 이제 공립 킨더가든에 진학해서 점심 도시락을 싸 주어야 하는데 샌드위치 속에 어떤 재료를 넣었어요?"라고 묻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