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숙의 창작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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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귀 빠진 날
이희숙
Aug 08, 2019 372
귀빠진 날 이희숙 진달래가 온 산을 분홍빛으로 물들인다. 메말랐던 산천초목이 부활하는 계절이다. 내 귀가 빠진 날은 봄 한가운데 있다. 자연이 새롭게 피어나듯 작은 생명이 태어났다. 세상에 나와 한 달 후 엄마의 품에 안겨 부활절 예배에 참석했다고 한...  
84 가장 따뜻한 이불
이희숙
Aug 08, 2019 231
가장 따뜻한 이불 이희숙 멀리 산에서 불어오는 눈바람 탓인가. 이른 아침에 차 문을 여는 손끝이 시리다. 유리창에 낀 성에가 두꺼워 히터를 튼 채 기다린다. 따뜻한 기온이 차 안에 퍼진다. 뉴스를 듣는다. 지구 곳곳에서 혹한으로 인해 일상생활이 마비되...  
83 관점의 차이
이희숙
Jan 28, 2019 176
관점의 차이 이희숙 커피잔에 빠진 파리 커피 내음이 온 방에 그윽이 찬다. 구수한 향이 긴장을 풀어주고 분위기를 부드럽게 해 준다. 수필을 공부하기 전, 간단한 점심을 나누며 커피를 마시는 시간이다. 어디선가 파리 한 마리가 들어와 윙윙거린다. 눈앞에...  
82 울타리가 없는 집
이희숙
Aug 08, 2019 164
울타리 없는 집 (4. 15. 2021 중앙일보) 이희숙 우리 집은 울타리가 없다. 비가 갠 후, 탁 트인 옆집의 잔디가 한층 푸르게 보인다. 가끔 멀리서 말 울음소리가 ‘히이잉’ 들려온다. 빈 마당엔 옛 마구간의 여물통이 놓여 있다. 넓은 공간은 산토...  
81 열쇠가 주는 의미
이희숙
Aug 08, 2019 123
열쇠가 주는 의미 이희숙 나는 여러 개의 문을 열며 하루를 시작한다. 밤새 잠겼던 철문을 활짝 열고, 돌아가며 교실 문을 연 다음 창문을 젖히어 시원한 바람으로 환기를 시킨다. 곧이어 현관문을 열며 엄마 손을 잡고 등원하는 아이를 반갑게 맞이한다. 열...  
80 비빔밥 4
HeeSookYoo
Jan 17, 2019 100
비빔밥 (재미수필문학가협회 신인상 수상 작품) 이희숙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은 사이에 비빔밥이 놓였다. 소고기와 김치를 넣은 비빔밥이 두 정상의 식사로 선택된 싱가포르 음식점 포스터다. 전 세계로 퍼지는 뉴스 한가운데에서 비빔밥도 덩달아 주...  
79 부뚜막에 걸린 주머니
이희숙
Aug 08, 2019 99
부뚜막에 걸린 주머니 이희숙 내 어릴 적의 부엌 부뚜막 위에는 헝겊 주머니가 걸려있었다. 어머니는 쌀을 씻기 전, 쌀 분량의 1/10을 떼어 주머니에 담았다. 가족을 위해 기도하면서 정성을 기울였고 끼니마다 주머니 속에 쌀이 소복이 쌓여갔다. 일요일에 ...  
78 징검다리를 건너며 3
이희숙
Feb 25, 2019 93
징검다리를 건너며 이희숙 비가 그친 후 흰 눈산이 선명하게 펼쳐있다. 유난히 비가 많던 겨울, 물이 충만할 계곡을 그려 보며 폭포(Santa Anita Sturtevant Falls)를 찾아갔다. 예전에 다녀온 적이 있어 쉬운 코스로 생각하고 별다른 준비 없이 출발했다. 배...  
77 파도타기(Surfing) /8.12.2022 중앙일보 오피니언 이 아침에 2
이희숙
Aug 12, 2022 87
파도타기(Surfing) (8/12/2022 중앙일보 오피니언 이 아침에) 이희숙 고국의 광복 8월을 맞이하며 지나온 많은 이야기를 손주에게 하고픈 여름밤이다. 고난과 시련을 이겨내고 고요 속 긴 역사의 자부심을 이어온 할아버지의 나라에 대해서다. 이국땅에서 태...  
76 무엇에 감사하는가?
이희숙
Aug 08, 2019 85
무엇에 감사하는가? 이희숙 빵 한 조각을 앞에 놓고 감사하는 주름 잡힌 손에 눈길이 간다. 가족이 둘러앉아 소박한 밥상 앞에서 고개 숙인 모습이 경건하게 다가오는 계절이다. 추수감사절에 정성을 기울여 터키를 굽는다. 누리끼리 구워진 칠면조의 고소한 ...  
75 '미나리' 속 할머니 3
이희숙
Feb 16, 2021 83
'미나리' 속 할머니 (2.15.2021 중앙일보 이아침에 실림, 오렌지방 합평) 이희숙 영화 '미나리'를 보았다. 1980년대 남부 아칸소 시골에 이민 온 가족의 이야기다. 아버지가 농장을 이룰 꿈을 갖고 캘리포니아로부터 이사하는 장면으로 스크...  
74 챗GPT와 글쓰기 (중앙일보 열린광장 6/17/2023) 3
이희숙
Jun 17, 2023 66
챗GPT와 글쓰기 이희숙 새롭게 맞이한 해의 그림자가 훌쩍 반을 드리운다. 칠십이라는 꼬리표를 단 채 문명의 기기를 손에서 다루며 따라가기에 숨차다. 그 거리를 좁혀보고자 『ChatGPT와 글쓰기』라는 책을 관심 있게 읽었다. 컴퓨터 링크에 접속하여 회원...  
73 양난이 봉오리를 맺다 2
이희숙
Apr 23, 2021 65
양난이 봉오리를 맺다 이희숙 꽃이 졌다. 야들한 꽃잎이 모두 떠나간 가지는 메마른 몸을 겨우 지탱하고 서 있다. 작년에 나는 골반골절 수술을 했다. 그때 지인이 보내준 양난(Orchid)은 홀로 누운 나를 위로하기 위해 찾아온 친구였다. 연분홍, 진분홍, 하...  
72 한여름 속 크리스마스
이희숙
Dec 26, 2019 63
한여름 속 크리스마스 (12.25.2019. 중앙일보 열린 광장에 실림) 이희숙 12월 달력을 넘긴다. 추위를 더 느끼는 계절이다. 상자를 열면서 흥분된 손이 사르르 떨리며 크리스마스트리를 꺼내 조립하고 장식한다. 스타킹, 리본, 종, 루돌프 장식물을 나무에 달...  
71 우리를 청춘으로 살게 하는 것들
이희숙
Nov 22, 2019 61
우리를 청춘으로 살게 하는 것들 (11. 19. 2021 중앙일보 이아침에) 밤새 바람이 불었다. 곱게 물들었던 감잎이 우수수 떨어져 늦가을의 쓸쓸함을 더해준다. 토요일 아침, 사람이 붐비는 시간을 피해 일찍 미용사와 예약했다. 너무 이른 탓인지 미용실 안은 ...  
70 월리와 두비의 두 번째 이야기
이희숙
Jun 25, 2021 60
가족이 되기 위해 훈육하다 (Wall-E와 Doo-B의 두 번째 이야기) 입양된 두비는 가족이 되기 위한 훈련의 시간이 필요했다. 대소변을 아무 데나 배설해 놓아 우리 가족을 당황케 했다. 용변을 보게 하기 위해 밖에 데리고 나가면 주위에 관심이 많아 통제가 안 ...  
69 투석 2
이희숙
Oct 23, 2020 58
투석 이희숙 피하고 싶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듯했다. 의사의 권면에 이어 마지막 경고까지 견디었는데 더는 위험하다고 했다. 식이요법만으론 한계에 이른 것이다. 남편의 43년 외길 목회자의 삶이 긴장과 고난의 길이었던가? 한국전쟁 시 갓난이로 엄...  
68 쥐구멍에 볕들 날
이희숙
Jan 22, 2022 58
쥐구멍에 볕들 날 이희숙 올해는 경자년 쥐띠이다. 우리 가족 중에도 쥐띠가 여러 명 있어 친근한 동물이다. 옛날 설화에 하느님이 열두 동물의 순서를 정하기 위해 경주를 시켰다. 소가 맨 처음 들어왔는데, 쥐가 꾀를 피워 소뿔에 매달려 있다가 약삭빠르게...  
67 금지된 꿈
이희숙
Jan 29, 2020 55
금지된 꿈 (1.29.2020. 중앙일보 열린광장에 실림) 이희숙 한 해를 보내는 마지막 토요일에 영화관을 찾았다. 미국 복판에서 우리말로 한국 영화를 볼 수 있다니 영상이 돌아가기 전부터 감동이 몰려왔다. 제목은 천문 天問 (하늘에게 묻는다), 영어로 금지된...  
66 햇살 좋은 가을을 떠나보내며
이희숙
Nov 25, 2019 55
햇살 좋은 가을을 떠나보내며 (퓨전수필 가을호 2019) 이희숙 수확이 끝난 늦은 가을이다. 이른 아침 우리 내외는 오크 글랜 Oak Glen 사과 과수원 산기슭으로 오른다. 한철에는 자녀의 손을 잡고 사과를 따는 체험을 하기 위해 많은 가족이 찾아오는데 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