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숙의 창작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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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남태평양에서
이희숙
Nov 25, 2019 51
남태평양에서 이희숙 가슴이 두근거렸다. 강렬한 태양이 올라오며 붉은 기운이 바다를 덮는 모습이라니. 비행기 창밖의 풍경에 나는 흠뻑 빠져들었다. 하늘 위에서 날짜 변경선을 지나며 이틀을 보내고 있는 중이었다. 일상에서 벗어나 일과 책임을 내려놓고 ...  
24 마추픽추의 비밀 4
이희숙
May 04, 2021 51
마추픽추의 비밀 이희숙 구름이 벗겨지며 산의 형체가 드러난다. 구름이 비상하는 하얀 움직임을 바라본다. 신비에 싸인 산마루를 오르는 설렘에 심장의 박동이 빨라진다. 몇 년 전 우리 부부는 죽음의 문턱까지 다녀올 만큼 심한 건강 악화를 겪었다. 힘든 ...  
23 백신 맞는 날 2
이희숙
Mar 19, 2021 51
백신 맞는 날 (3. 20. 2021 중앙일보 이아침에) 이희숙 경쾌한 목소리가 전화기에서 들려왔다. "나, 지금 코로나 백신을 맞고 왔어." 건강하고 행동이 민첩한 50년 지기 친구다. 그녀의 정보를 알려주는 소식이 고마웠지만 한편 두려운 마음이 앞섰다. 코로나...  
22 이별과 그리움을 넘어 4
이희숙
Feb 03, 2021 53
이별과 그리움을 넘어 이희숙 막새 바람이 분다. 나무 몸통에 붙어 있던 잎을 미련 없이 털어내며 이별한다. 지구의 중심을 향해 자신의 몸을 던지는 무욕의 계절이다. 하늘은 잎새 한 장도 허투루 떨구지 않는다고 하던가. 벌거벗은 나무들 사이로 뒷집의 형...  
21 여행길에서 만난 다리
이희숙
Nov 22, 2019 54
여행길에서 만난 다리 이희숙 고국 방문길에 올랐다. 설레는 마음을 안고 차창을 내다보니 강이 흐른다. 서울이 조선 시대 한양으로부터 최대 도시가 된 중심엔 한강이 있었다. 민족의 젖줄인 한강 물결이 지나온 세월을 말하는 듯했다. 한강을 가로지르는 다...  
20 햇살 좋은 가을을 떠나보내며
이희숙
Nov 25, 2019 55
햇살 좋은 가을을 떠나보내며 (퓨전수필 가을호 2019) 이희숙 수확이 끝난 늦은 가을이다. 이른 아침 우리 내외는 오크 글랜 Oak Glen 사과 과수원 산기슭으로 오른다. 한철에는 자녀의 손을 잡고 사과를 따는 체험을 하기 위해 많은 가족이 찾아오는데 그들...  
19 금지된 꿈
이희숙
Jan 29, 2020 55
금지된 꿈 (1.29.2020. 중앙일보 열린광장에 실림) 이희숙 한 해를 보내는 마지막 토요일에 영화관을 찾았다. 미국 복판에서 우리말로 한국 영화를 볼 수 있다니 영상이 돌아가기 전부터 감동이 몰려왔다. 제목은 천문 天問 (하늘에게 묻는다), 영어로 금지된...  
18 투석 2
이희숙
Oct 23, 2020 58
투석 이희숙 피하고 싶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듯했다. 의사의 권면에 이어 마지막 경고까지 견디었는데 더는 위험하다고 했다. 식이요법만으론 한계에 이른 것이다. 남편의 43년 외길 목회자의 삶이 긴장과 고난의 길이었던가? 한국전쟁 시 갓난이로 엄...  
17 쥐구멍에 볕들 날
이희숙
Jan 22, 2022 60
쥐구멍에 볕들 날 이희숙 올해는 경자년 쥐띠이다. 우리 가족 중에도 쥐띠가 여러 명 있어 친근한 동물이다. 옛날 설화에 하느님이 열두 동물의 순서를 정하기 위해 경주를 시켰다. 소가 맨 처음 들어왔는데, 쥐가 꾀를 피워 소뿔에 매달려 있다가 약삭빠르게...  
16 월리와 두비의 두 번째 이야기
이희숙
Jun 25, 2021 60
가족이 되기 위해 훈육하다 (Wall-E와 Doo-B의 두 번째 이야기) 입양된 두비는 가족이 되기 위한 훈련의 시간이 필요했다. 대소변을 아무 데나 배설해 놓아 우리 가족을 당황케 했다. 용변을 보게 하기 위해 밖에 데리고 나가면 주위에 관심이 많아 통제가 안 ...  
15 우리를 청춘으로 살게 하는 것들
이희숙
Nov 22, 2019 61
우리를 청춘으로 살게 하는 것들 (11. 19. 2021 중앙일보 이아침에) 밤새 바람이 불었다. 곱게 물들었던 감잎이 우수수 떨어져 늦가을의 쓸쓸함을 더해준다. 토요일 아침, 사람이 붐비는 시간을 피해 일찍 미용사와 예약했다. 너무 이른 탓인지 미용실 안은 ...  
14 한여름 속 크리스마스
이희숙
Dec 26, 2019 63
한여름 속 크리스마스 (12.25.2019. 중앙일보 열린 광장에 실림) 이희숙 12월 달력을 넘긴다. 추위를 더 느끼는 계절이다. 상자를 열면서 흥분된 손이 사르르 떨리며 크리스마스트리를 꺼내 조립하고 장식한다. 스타킹, 리본, 종, 루돌프 장식물을 나무에 달...  
13 양난이 봉오리를 맺다 2
이희숙
Apr 23, 2021 65
양난이 봉오리를 맺다 이희숙 꽃이 졌다. 야들한 꽃잎이 모두 떠나간 가지는 메마른 몸을 겨우 지탱하고 서 있다. 작년에 나는 골반골절 수술을 했다. 그때 지인이 보내준 양난(Orchid)은 홀로 누운 나를 위로하기 위해 찾아온 친구였다. 연분홍, 진분홍, 하...  
12 챗GPT와 글쓰기 (중앙일보 열린광장 6/17/2023) 3
이희숙
Jun 17, 2023 66
챗GPT와 글쓰기 이희숙 새롭게 맞이한 해의 그림자가 훌쩍 반을 드리운다. 칠십이라는 꼬리표를 단 채 문명의 기기를 손에서 다루며 따라가기에 숨차다. 그 거리를 좁혀보고자 『ChatGPT와 글쓰기』라는 책을 관심 있게 읽었다. 컴퓨터 링크에 접속하여 회원...  
11 '미나리' 속 할머니 3
이희숙
Feb 16, 2021 83
'미나리' 속 할머니 (2.15.2021 중앙일보 이아침에 실림, 오렌지방 합평) 이희숙 영화 '미나리'를 보았다. 1980년대 남부 아칸소 시골에 이민 온 가족의 이야기다. 아버지가 농장을 이룰 꿈을 갖고 캘리포니아로부터 이사하는 장면으로 스크...  
10 무엇에 감사하는가?
이희숙
Aug 08, 2019 85
무엇에 감사하는가? 이희숙 빵 한 조각을 앞에 놓고 감사하는 주름 잡힌 손에 눈길이 간다. 가족이 둘러앉아 소박한 밥상 앞에서 고개 숙인 모습이 경건하게 다가오는 계절이다. 추수감사절에 정성을 기울여 터키를 굽는다. 누리끼리 구워진 칠면조의 고소한 ...  
9 파도타기(Surfing) /8.12.2022 중앙일보 오피니언 이 아침에 2
이희숙
Aug 12, 2022 88
파도타기(Surfing) (8/12/2022 중앙일보 오피니언 이 아침에) 이희숙 고국의 광복 8월을 맞이하며 지나온 많은 이야기를 손주에게 하고픈 여름밤이다. 고난과 시련을 이겨내고 고요 속 긴 역사의 자부심을 이어온 할아버지의 나라에 대해서다. 이국땅에서 태...  
8 징검다리를 건너며 3
이희숙
Feb 25, 2019 93
징검다리를 건너며 이희숙 비가 그친 후 흰 눈산이 선명하게 펼쳐있다. 유난히 비가 많던 겨울, 물이 충만할 계곡을 그려 보며 폭포(Santa Anita Sturtevant Falls)를 찾아갔다. 예전에 다녀온 적이 있어 쉬운 코스로 생각하고 별다른 준비 없이 출발했다. 배...  
7 부뚜막에 걸린 주머니
이희숙
Aug 08, 2019 99
부뚜막에 걸린 주머니 이희숙 내 어릴 적의 부엌 부뚜막 위에는 헝겊 주머니가 걸려있었다. 어머니는 쌀을 씻기 전, 쌀 분량의 1/10을 떼어 주머니에 담았다. 가족을 위해 기도하면서 정성을 기울였고 끼니마다 주머니 속에 쌀이 소복이 쌓여갔다. 일요일에 ...  
6 비빔밥 4
HeeSookYoo
Jan 17, 2019 100
비빔밥 (재미수필문학가협회 신인상 수상 작품) 이희숙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은 사이에 비빔밥이 놓였다. 소고기와 김치를 넣은 비빔밥이 두 정상의 식사로 선택된 싱가포르 음식점 포스터다. 전 세계로 퍼지는 뉴스 한가운데에서 비빔밥도 덩달아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