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숙의 창작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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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흐르는 강물처럼
이희숙
Oct 19, 2021 47
흐르는 강물처럼 먼 산이 하얗다. 올겨울엔 비가 많이 온 탓에 반가운 선물을 받은 듯하다. 로스앤젤레스는 일 년 내내 따뜻하지만, 비가 오면 인근의 높은 산이 눈으로 덮이는 장관이 연출된다. 우리는 그 하얀빛에 매료되어 눈을 찾아 떠난다. 연말 휴가를 ...  
64 내 나이처럼 메모 노트도 변한다
이희숙
Aug 12, 2021 33
내 나이처럼 메모 노트도 변한다 이희숙 병실에서 홀로 지내던 무료한 시간이었다. 골반 골절 수술 후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아무도 방문할 수 없었다. 혼자 견뎌야 하는 두려움으로 병실의 공기는 무겁게 내려앉아 있었다. 침대에서 움직일 수 없는 처지였...  
63 까치발을 하면 보이는 세상
이희숙
Aug 12, 2021 31
까치발을 하면 보이는 세상 이희숙 아빠가 아이에게 묻는다. "다음 중 종류가 다른 것은? 금붕어, 고등어, 상어, 사자 중 무엇일까?" 네 가지 동물 중에서 관계가 없는 다른 것을 고르는 사지 선다형 문제다. 아빠는 네 가지 동물 중에서 물고기가 아닌 사자...  
62 제맛을 유지하려면
이희숙
Aug 12, 2021 26
제맛을 유지하려면 수평선 위로 둥근 해가 기지개를 켠다. 잠자던 바다는 붉게 상기된 볼처럼 반짝인다. 어두움이 물러가는 시간에 내가 즐겨 찾는 곳이 있다. 뉴포트 비치에 있는 120여 년 된 '도리 어시장'이다. 그곳을 찾을 때마다 나의 가슴은 콩...  
61 내 이웃이 되어 줄래요 2
이희숙
Aug 01, 2021 42
내 이웃이 되어 줄래요 이희숙 멀쩡하던 유치원 입구 강철 대문이 쓰러져있다. “아니, 이게 웬일이야?" 월요일 아침 출근한 나는 열쇠를 꺼내다가 놀라 어안이 벙벙했다. 지난 주말에 누군가가 차로 들이박은 흔적이다. 철공소에 전화하고 구부러진 철...  
60 내 삶의 내비게이션
이희숙
Aug 01, 2021 25
내 삶의 내비게이션 이희숙 커다란 가방을 밀며 로스앤젤레스 공항에 들어오던 때가 생각난다. 어린 두 딸의 손을 잡고 낯선 땅에 발을 디딘 지도 벌써 삼십여 년이 지났다. 그때는 American Dream을 이루기 위한 뚜렷한 계획도 미처 세우지 못한 채였다. 한...  
59 연결의 소리
이희숙
Jul 13, 2021 35
연결의 소리 이희숙 '으앙!' 울음소리가 공기를 흔든다. 한 생명이 세상에 자신의 존재를 알리며 터지는 소리다. 손자가 태어나는 날에 나는 딸을 걱정하며 병실 안을 안절부절 서성였다. 의사와 간호사는 아기의 숨쉬기를 확인한 후 바쁘게 가위로 아...  
58 작은 손가락일지라도
이희숙
Jul 13, 2021 25
작은 손가락일지라도 이희숙 우리 집 빈터에 선인장 한 그루가 서 있다. 오래되어 아름드리나무처럼 큰 것이 넓적한 손바닥을 펴고 팔을 벌려 하늘의 기를 받은 듯 좌우 상하로 뻗어 나가는 모습이 장관이다. 우람한 자태와는 달리 꽃은 하늘거리는 얇은 노란...  
57 월리와 두비의 두 번째 이야기
이희숙
Jun 25, 2021 60
가족이 되기 위해 훈육하다 (Wall-E와 Doo-B의 두 번째 이야기) 입양된 두비는 가족이 되기 위한 훈련의 시간이 필요했다. 대소변을 아무 데나 배설해 놓아 우리 가족을 당황케 했다. 용변을 보게 하기 위해 밖에 데리고 나가면 주위에 관심이 많아 통제가 안 ...  
56 월리 Wall-E의 동생이 된 두비 DooB-E
이희숙
Jun 25, 2021 30
월리의 동생이 된 두비 이희숙 새 가족이 또 생겼다. 두 살 된 작은 마티스다. Petco 쇼핑몰 울타리 안 많은 유기견 틈에서 조용히 앉아 있는 모습이 눈에 띄어 그를 입양했다. 새 식구의 이름은 이미 우리 집에서 귀여움을 받고 있는 강아지 월리 Wall-E의 ...  
55 양난이 봉오리를 맺다 2
이희숙
Apr 23, 2021 65
양난이 봉오리를 맺다 이희숙 꽃이 졌다. 야들한 꽃잎이 모두 떠나간 가지는 메마른 몸을 겨우 지탱하고 서 있다. 작년에 나는 골반골절 수술을 했다. 그때 지인이 보내준 양난(Orchid)은 홀로 누운 나를 위로하기 위해 찾아온 친구였다. 연분홍, 진분홍, 하...  
54 백신 맞는 날 2
이희숙
Mar 19, 2021 51
백신 맞는 날 (3. 20. 2021 중앙일보 이아침에) 이희숙 경쾌한 목소리가 전화기에서 들려왔다. "나, 지금 코로나 백신을 맞고 왔어." 건강하고 행동이 민첩한 50년 지기 친구다. 그녀의 정보를 알려주는 소식이 고마웠지만 한편 두려운 마음이 앞섰다. 코로나...  
53 이별과 그리움을 넘어 4
이희숙
Feb 03, 2021 53
이별과 그리움을 넘어 이희숙 막새 바람이 분다. 나무 몸통에 붙어 있던 잎을 미련 없이 털어내며 이별한다. 지구의 중심을 향해 자신의 몸을 던지는 무욕의 계절이다. 하늘은 잎새 한 장도 허투루 떨구지 않는다고 하던가. 벌거벗은 나무들 사이로 뒷집의 형...  
52 내일의 나무를 심는다 2
이희숙
Feb 03, 2021 40
내일의 나무를 심는다 (12/31/2020 중앙일보 이 아침에 실림) 이희숙 나이 탓일까? 그동안 해오던 일상이 벅차게 느껴져 손을 놓고 싶다. 몸도 약해져 의욕을 잃고 침울해진다. 복막투석을 집에서 하는 남편의 간호사 역할도 큰 몫을 한다. 은퇴해야겠다는 마...  
51 사랑의 릴레이 2
이희숙
Feb 03, 2021 22
사랑의 릴레이 (Meal Train) (12/18/2020 중앙일보, 그린에세이 1월호에 실음) 이희숙 귀를 의심했다. 딸이 알레르기 테스트를 하면서 유방암이 발견되었다고 했다. 나에게는 아직 어린아이 같은데 가정을 꾸려나가는 모습이 애처롭고 대견하게 생각했었다. ...  
50 그분의 계획
이희숙
Feb 03, 2021 20
그분의 계획 이희숙 많은 일이 쓰나미처럼 몰려왔다. 새해를 맞이하며 남편의 목회 생활 43년을 마무리하는 은퇴 예배 날짜를 정했다. 그는 몸을 돌볼 겨를 없이 외길을 걸어왔기에 건강이 좋지 않았다, 그의 곁에서 남은 시간을 함께하기 위해 나도 은퇴를 ...  
49 집이 주는 위로
이희숙
Feb 03, 2021 29
집이 주는 위로 이희숙 '집의 편안함을 누리세요!' ' Enjoy the comforts of home!'이라는 문구가 눈길을 끈다. 신장 투석 크리닉 벽에 붙어있는 포스터다. 남편이 혈액투석을 시작한 지 석 달을 지난다. 생전 처음 겪는 어려움에 긴장했지만...  
48 그땐 그랬다 2
이희숙
Feb 03, 2021 24
그땐 그랬다 이희숙 나만의 해결 과제가 있다. 2 년마다 비전 드라이브 테스트를 치러야 한다. 왼쪽 눈의 시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12월에 예약하고 눈 정밀 검사 서류(DL 62 Vision Form)를 제출하여 4월에 운전 실기 시험 날짜가 잡혔다. 코비드 19로 인해 ...  
47 마추픽추의 비밀 4
이희숙
May 04, 2021 51
마추픽추의 비밀 이희숙 구름이 벗겨지며 산의 형체가 드러난다. 구름이 비상하는 하얀 움직임을 바라본다. 신비에 싸인 산마루를 오르는 설렘에 심장의 박동이 빨라진다. 몇 년 전 우리 부부는 죽음의 문턱까지 다녀올 만큼 심한 건강 악화를 겪었다. 힘든 ...  
46 운동회의 추억
이희숙
Feb 03, 2021 19
운동회의 추억 ( 9/26/2020 중앙일보 독자 마당에 실림) 이희숙 5월은 가정의 달이다. 달력 속에 어린이날과 어머니날이 들어 있다. 우리 어린이학교는 매년 가정의 달이면 운동회를 개최한다. 자카란다 보랏빛 꽃그늘이 공원을 물들일 무렵. 어린이들이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