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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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커스터부인의 편지 1
최숙희
Sep 06, 2017 96
커스터 부인의 편지 최 숙희 이사 후 짐정리가 만만치 않다. 직장 때문에 뉴욕에 살고 있는 딸아이 방을 정리하다가 옛날 편지를 모아둔 상자를 보았다. 손 편지가 귀한 세상이니 나중에 추억이 될 듯하여 버리지 못하고 가져온 것이다. 우리 가족이 미국에 온...  
66 산행에서 마주친 소녀
최숙희
Dec 19, 2017 95
  산행에서 마주친 소녀 최 숙희   밤사이 내린 비로 나뭇가지마다 매달린 빗방울들이 보석처럼 빛난다. 아름드리나무들이 울창한 숲속에 지그재그로 나있는 트래일을 걷는다. 산에 오를 때 주위에 펼쳐지는 풍광이 좋다. 아득히 멀리 보이는 산봉우리 위로 ...  
65 시집살이를 하다
최숙희
May 19, 2019 94
시집살이를 하다     한국의 시부모님이 한 달간 방문하신다는 소식이다. 워낙 윤나게 살림을 잘 하시는 어머니라 아무리 애를 써도 티도 안날 것이 뻔하다. 책과 옷가지들을 치우고 꽃이나 사다 꽂는 것이 고작이다. 항상 식재료를 한국에서 가져와 아버님과 ...  
64 부부라는 이유로 2
최숙희
Feb 06, 2017 93
부부라는 이유로 텔레비전을 덜 보자고 케이블을 끊었는데 더 많은 한국 채널이 24시간 내내 잡힌다. 아침 설거지를 하며 한국 텔레비전 보는 것이 어느덧 일과가 되었다. 오늘은 'TV 특종 놀라운 세상'을 보게 되었다. 루게릭병에 걸려 거동 못하는 ...  
63 하와이 사람들의 '알로하'
최숙희
Oct 21, 2018 93
하와이 사람들의 ‘알로하’     최 숙희     아들이 인턴을 한 회사에서 졸업 후 오라는 제의를 받아서 축하하고 싶었다. 뉴욕에서 일하는 딸도 휴가를 낼 수 있다기에 가족여행을 계획했다. 공항 픽업과 150달러 식음료 크레딧, 전체 요금의 4퍼센트 리베이트 ...  
62 늘보의 뉴욕 행
최숙희
May 27, 2019 93
늘보의 뉴욕 행   딸의 어릴 적 별명은 늘보였다. 우연히 늘보 인형을 보고 귀여운 생각에 사 주었는데, 아이가 특별히 좋아하여 항상 가지고 놀기에 장난삼아 늘보라고 부르곤 했다. 별명 때문이었을까, 아이는 매사에 느긋하여 급한 걸 몰랐다. 모든 부모가 ...  
61 사랑이라면
최숙희
Jan 28, 2017 89
사랑이라면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뛰다 못해 가슴이 저린 사람과 결혼을 꿈꾸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꿈일 뿐 현실은 내게 그다지 친절하지 않았다. 주말마다 성사율이 높다는 리버사이드호텔 커피숍에 나가 맞선보기에 진력이 날 때쯤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  
60 빈둥지 부부의 식생활 1
최숙희
Mar 06, 2018 88
빈 둥지 부부의 식생활 최 숙희 내가 일하는 근처에는 점심을 먹을 식당이 마땅치 않아 매일 도시락을 싼다. 혼자인 아침시간을 느긋하게 즐기며 여유를 부리다 반찬을 만드니 어느새 출근시간이다. 뒷정리를 못하고 집을 나선다. 저녁식사 후 내가 스포츠센...  
59 남편의 휴가
최숙희
Oct 21, 2018 88
남편의 휴가 최 숙희         온 가족이 함께 여행한 것이 얼마 만인가. ‘Cirque de solei'의 ’O쇼‘가 볼만하다기에 미술전공을 하는 딸에게 도움이 되겠다싶어 라스베이거스에 다녀온 것이 마지막이었다. 공지영 책에서 “오늘 행복하지 않으면 영영 행복은 없...  
58 역지사지를 생각하며
최숙희
May 19, 2019 88
역지사지를 생각하며     최숙희     서울 방문 중 친구 두 명과 하얏트호텔 인근 이태리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오랜만이라 장시간 수다를 떨고 싶어 주차에 시간제한이 없다는 이유로 그곳을 정했다. 샐러드, 봉골레 파스타, 피자, 해물 리조또를 시켰으나...  
57 슬기로운 은퇴 생활 3
최숙희
Oct 07, 2023 87
슬기로운 은퇴 생활   최숙희   출근을 안 하니 그날이 그날이다. 에스프레소 커피머신의 버튼을 누르는 대신 커피를 천천히 내려 마신다. 나른하고 여유로운 은퇴자의 아침이다. 졸음이 채 가시지 않은 머릿속을 카페인이 깨운다. 조기 은퇴하면 빨리 늙는다...  
56 우리 같이 걸을까요
최숙희
Feb 07, 2017 85
우리 같이 걸을 까요     어젯밤 모처럼의 단비로 초록 봄기운이 더욱 짙어졌다. 공기가 촉촉한 이런 날은 산책하는 즐거움이 배가 된다. 집 근처에 여러 산책로가 있지만, 몇 년 전 한 친구가 이곳을 안내한 이후로는 여기만 찾게 되었다. 길 전체가 키 큰 유...  
55 천천히 자라지만 쉬지 않으리 1
최숙희
Jul 18, 2018 83
천천히 자라지만 쉬지 않으리     최 숙희     몸을 움직이는 운동은 보는 것도 하는 것도 싫어했다. 운동과 담쌓고 살다 보니 군살이 찌고 맵고 짠 것을 좋아하는 식성 탓에 혈압도 생겼다. 운동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테니스와 골프를 배웠지만 운...  
54 고마워요, 영옥씨
최숙희
Feb 05, 2017 82
고마워요, 영옥씨 그녀를 처음 보았을 때, 혼혈인가 했을 정도로 서구적인 인상이었다. 은빛의 매우 짧은 커트머리가 잘 어울리는 작은 얼굴이 예뻤다. 그녀가 혼자 배낭여행한 경험담을 들으며 같이 산행할 때는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등과 가슴에 배낭 하...  
53 결국 남는 건 부부뿐인데...
최숙희
Jan 30, 2018 82
 결국 남는 건 부부뿐인데... 최 숙 희 학교와 직장으로 떨어져 사는 아이들이 집에 오는 연말연시가 되면 우리 부부는 기대와 설렘으로 분주해진다. 애들이 가려고나 할까 하면서 신문의 여행사 광고를 기웃거리고, 어디 가서 뭐 먹을까 하며 맛집 검색을 한...  
52 엄마의 오래된 인연 2
최숙희
Nov 29, 2022 82
엄마의 오래된 인연 최숙희   친정아버지가 소천하셔서 한국을 방문했다가 오래된 흑백사진을 찾았다. 엄마는 삼선교 한옥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하고 의대생 두 명에게 문간방을 세 놓았다고 한다. 지금의 내 딸보다 훨씬 어린 앳된 새댁인 엄마가 두루마기를 ...  
51 찢어진 배낭
최숙희
Feb 27, 2019 80
찢어진 배낭     최숙희         LA도심에 비가 오면 산에는 눈이 내린다. 올해는 유독 비가 많아 홍수주의보가 발령되고 침수피해가 속출한다는 뉴스를 접하지만 프리웨이를 운전하며 멀리 눈 덮인 산을 보면 가슴은 기대감으로 콩닥콩닥 뛴다.     나뭇가지...  
50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아들
최숙희
Dec 12, 2020 79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아들 최숙희 다운타운에 살던 아들이 아파트 리스가 끝나자 집으로 들어왔다. 코로나로 재택근무를 하니 회사 근처에서 비싼 집세 내며 살 필요가 없게 된 이유이다. 체육관 문을 닫아 밖에서 달리기를 하는데 늘어난 홈리스 때문에 사...  
49 당뇨는 '슬픈'병이다 2
최숙희
Jul 16, 2022 79
당뇨는 ‘슬픈’병이다   최숙희   ‘안녕하세요. XXX 내과입니다. 최숙희 님의 예약 날짜는 06/15/2022 @10:30 AM입니다. 재진 환자분들은 화상 진료도 가능하오니 연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주치의로부터 정기검진 예약 알림 문자가 왔다.   혈당수치가 제일 걱...  
48 반성문
최숙희
Jan 28, 2017 78
                                              비누 곽을 닦는다. 솔로 박박 문지르니 원래의 고운 분홍빛이 살아난다. 세면대위 거울 속에는 걱정을 털어내려고 손을 바삐 움직이는 낯익은 여자가 나를 바라본다. 십년 넘게 가게를 하면서 화장실 청소를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