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나의 ‘이런 날도 있다’ 를 읽고 / 이정호
이리나의 ‘이런 날도 있다’ 책을 얻었다. 2023년 재미수필 출판기념회에서 였다. 그 책이 나온지 1년 반 정도후에 가지게 된 것이다. 사실 이리나의 출간 책을 읽고 싶었다. 그러나 그럴 기회가 없었다. 개인적으로 책을 달라고 부탁할 까 하는 와중에 이번에 책을 가지고 나온 것이다.
사실 나는 그녀의 출판 기념회 날을 기억한다. 2022년 4월 30일 토요일 강남회관에서 였다. 대부분은 큰 식당에서 하는데 조촐하게 강남회관에서 한다고 했다. 나도 나중에 출판 기념회를 하면 그런 식으로 할 수도 있지 않을 까 하면서 꼭 그 출판 기념회에 가보고 싶었다. 그러나 가보지를 못했다. 내가 기억하기로는 중환자실에서 카톡에서 동네방에 올라 온 것을 볼 뿐이었다. 큰 교통사고가 나서 생사의 갈림길에서 한 고비를 넘기고 또 수술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다행히 머리는 다치지 않았기 때문에 침대에 누워서 휴대폰을 본 것이다. 그리고 그 출판 기념회가 어떨 것인가를 상상해 보았다.
이리나의 수필은 신선하다. 직장생활에서 일어났던 일. 가족 주변에서 생겼던 일, 교회생활에서 발생하는 일들을 새로운 관점과 생각으로 풀어냈다.
‘R.J.의 디너’에서 테네시주의 주도인 내슈빌에 출장을 갔을 때 직장동료들과 같이 식사를 갔는데 흑인인 R.J. 음식만 유독 나오지 않았다. 마지막 사람이 식사를 끝마칠 때 까지도 나오지 않았다. 먹은 음식을 계산하고 식당을 나오는데 지배인이 R.J.의 음식을 투고 박스에 가져왔다. 굳은 안색의 그가 “No”하며 식당 문을 박차고 나갔다. 그리고 작가는 말한다. 그후 내가 민주당원이 되는 데 얼마의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고.
‘노라, 나의 일그러진 영웅’에서는 선한 갈색 눈동자를 한 선망의 대상이었고 당당하던 직장 동료가 어떻게 망가지고 냄새나는 옷을 입고 마약에 취해 살게 되었는 가를 보여준다. 남편이 금발을 좋아한다며 항상 머리를 물들였고 아기를 갖고 싶어 했지만, 치과의사인 그녀의 남편이 원치 않자 애완용 개를 자기 아들이라 기른 그녀. 그런데 하루 아침에 나이 어린 히스패닉계의 간호사가 자기 아이를 가졌다며 이혼을 요구한 그녀의 남편, 그녀는 전혀 눈치 채지 못했고 이혼 소송으로 이어져 지칠 대로 지쳤고 그리고 우울증을 가지게 되면서 그녀는 변해 간 것이다.
‘그해 겨울의 풍경소리’에서는 스님이 된 이모에 대해 묘사한다. 산 중턱에 자리한 앞이 훤히 트여있는 작은 산사, 저 멀리 점처럼 보인 움직임이 점점 뚜렷해 졌다. 새벽 예불을 끝낸 스님이 내개 천천히 다가오는데 고운 선과 부드러운 자태가 드러난다. 출가한 작가의 이모셨다. 작가는 이모의 모습을 보고 눈물을 흘린다. “왜 우니.” “세상이 너무 한스럽게 아름다워서요.” 스님인 이모가 하도 정다워서 더는 눈물을 담아 둘 수가 없는데 차마 이모 때문이라고 말하지 못한다.
‘새가 난다’에서 작가는 성가대에서 나오는 찬양의 소리를 새가 우는 소리, 영혼이 우는 소리로 표현한다. 동녘에 해가 뜨고, 석양이 물들고, 보름달이 기울고, 구름이 흐르고, 눈이 내리고, 잎사귀가 초록으로 변하고, 오렌지가 익어가고, 아이의 키가 커가고, 머리가 세어가고, 나의 사고가 깊어지는, 이 모든 일이 고운 선율이 되어 옷자락 사이로 흐르며 새의 음악과 합쳐진다.
작가는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을 소설식으로 전개하여 감동 있는 글로 만들어 내간다. 작가가 상상의 나래를 편다면 그녀는 멋있는 소설을 써 내려 갈 것이다. ‘일등석 승객’에서 탑승 줄에 서있던 저스틴은 어떤 엄마가 어린 젖먹이와 산소탱크를 끌고 가는 것을 보고 그의 일등석을 양보했다. 이날은 저스틴의 생일이었다. 자신에게 준 생일 선물인 일등성을 양보하고 그는 “It was the best day.”라고 말했다.
‘친구의 비석’에서는 백혈병으로 죽은 초등학교 친구의 우정을 나타낸다. 친구의 집이 여유가 없어 비석을 하지 못한 것을 알고 친구에게 마지막 선물로 비석을 해주기로 마음먹는다. 마크네 집도 경제적인 여유가 없었다. 마크는 집 근처에 사는 사람들에게 낙엽을 치워주겠다는 전단을 뿌렸다. 아들의 아픔을 옆에서 보아온 엄마는 마크가 이런 일을 통해 제일 친한 친구를 잃은 슬픔을 치유 받기를 원했다. 마크는 이렇게 일해서 모은 돈 구백 불은 친구의 어머니에게 전달하고 그녀는 비석을 사서 아들의 묘지에 꽂게 되었다.
이리나의 수필은 신선하고 감동을 준다. 앞으로 우리를 생각하게 하고 우리의 영혼을 만져주는 다음 수필집을 기대해 본다.
동료 수필집을 찬찬히 읽고 이런 따스한 수필을 쓰시다니 멋진 두 분께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Just wonderful and beautif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