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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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사랑이라면
최숙희
Jan 28, 2017 89
사랑이라면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뛰다 못해 가슴이 저린 사람과 결혼을 꿈꾸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꿈일 뿐 현실은 내게 그다지 친절하지 않았다. 주말마다 성사율이 높다는 리버사이드호텔 커피숍에 나가 맞선보기에 진력이 날 때쯤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  
26 부부라는 이유로 2
최숙희
Feb 06, 2017 93
부부라는 이유로 텔레비전을 덜 보자고 케이블을 끊었는데 더 많은 한국 채널이 24시간 내내 잡힌다. 아침 설거지를 하며 한국 텔레비전 보는 것이 어느덧 일과가 되었다. 오늘은 'TV 특종 놀라운 세상'을 보게 되었다. 루게릭병에 걸려 거동 못하는 ...  
25 하와이 사람들의 '알로하'
최숙희
Oct 21, 2018 93
하와이 사람들의 ‘알로하’     최 숙희     아들이 인턴을 한 회사에서 졸업 후 오라는 제의를 받아서 축하하고 싶었다. 뉴욕에서 일하는 딸도 휴가를 낼 수 있다기에 가족여행을 계획했다. 공항 픽업과 150달러 식음료 크레딧, 전체 요금의 4퍼센트 리베이트 ...  
24 늘보의 뉴욕 행
최숙희
May 27, 2019 93
늘보의 뉴욕 행   딸의 어릴 적 별명은 늘보였다. 우연히 늘보 인형을 보고 귀여운 생각에 사 주었는데, 아이가 특별히 좋아하여 항상 가지고 놀기에 장난삼아 늘보라고 부르곤 했다. 별명 때문이었을까, 아이는 매사에 느긋하여 급한 걸 몰랐다. 모든 부모가 ...  
23 시집살이를 하다
최숙희
May 19, 2019 94
시집살이를 하다     한국의 시부모님이 한 달간 방문하신다는 소식이다. 워낙 윤나게 살림을 잘 하시는 어머니라 아무리 애를 써도 티도 안날 것이 뻔하다. 책과 옷가지들을 치우고 꽃이나 사다 꽂는 것이 고작이다. 항상 식재료를 한국에서 가져와 아버님과 ...  
22 산행에서 마주친 소녀
최숙희
Dec 19, 2017 95
  산행에서 마주친 소녀 최 숙희   밤사이 내린 비로 나뭇가지마다 매달린 빗방울들이 보석처럼 빛난다. 아름드리나무들이 울창한 숲속에 지그재그로 나있는 트래일을 걷는다. 산에 오를 때 주위에 펼쳐지는 풍광이 좋다. 아득히 멀리 보이는 산봉우리 위로 ...  
21 커스터부인의 편지 1
최숙희
Sep 06, 2017 96
커스터 부인의 편지 최 숙희 이사 후 짐정리가 만만치 않다. 직장 때문에 뉴욕에 살고 있는 딸아이 방을 정리하다가 옛날 편지를 모아둔 상자를 보았다. 손 편지가 귀한 세상이니 나중에 추억이 될 듯하여 버리지 못하고 가져온 것이다. 우리 가족이 미국에 온...  
20 주인을 잘 만나야
최숙희
Dec 28, 2016 97
주인을 잘 만나야 화창한 토요일 오후 쇼핑을 마치고 나오니 넓은 주차장에는 클래식자동차 전시가 한창이다. 오색 풍선이 바람에 휘날리고 아마추어밴드의 경쾌한 연주에 구경 나온 이들이 몸을 들썩인다. 주최 측에서 마련한 주황색 소형차는 동그란 지붕을...  
19 울고 싶어라
최숙희
Feb 07, 2017 98
울고 싶어라   수영장 사우나에서 받은 명함을 한참 만지작거리다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네 번 울리고도 안 받기에 얼른 끊었다. 연결이 안 되면 그만두자 생각이었으니까. 전화를 끊고 십 분쯤 되었을까, 리턴콜이 왔다.   “소개받고 전화 드리는데요. 피...  
18 서울 다녀온 후 무거운 마음
최숙희
Apr 10, 2019 98
  서울 다녀온 후 무거운 마음       최숙희     혼자 공항버스를 타고 간다는데도 엄마는 이사한 새 집을 내가 못 찾을까 염려하며 부득부득 공항에 나와 계셨다. 월세를 받아 노후대비를 하려고 마련한 아파트가 8개월 이상 세가 안 나가자 부득불 이사를 하...  
17 조금씩 놓아주기
최숙희
Feb 06, 2017 110
조금씩 놓아주기 아기 때 말이 좀 느렸던 것을 빼놓곤 한번도 기대를 저버린 적 없던 아들이었다. 말문이 터지고 청산유수로 능청스레 말을 잘 하는 것을 보고, ‘아, 이 아이가 자존심 강한 완벽주의자라서 그동안 말을 아꼈구나’하며 대부분의 ...  
16 물난리
최숙희
Feb 07, 2017 117
물난리 차고 문을 열었을 때 바닥이 흥건히 젖어 있었다. 놀라서 위를 쳐다보니 천장에 물방울이 수없이 맺혀있고 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다. 화들짝 놀라 차고 바로 위인 식당으로 뛰어 올라가 보니 카펫이 다 젖었고 식당 천장이 얼룩져있다. 교회에서 알게 ...  
15 엄마가 미안해
최숙희
Feb 06, 2017 125
엄마가 미안해 잠자는 딸의 방문을 살며시 열어본다. "엄마?" 아이의 목소리에서 불안함과 해방감의 복합적인 감정을 느꼈다. "얼른 자야 내일 일찍 일어나지." 대학을 졸업하고 집에 돌아온 딸과 6개월을 같이 지냈다. 멀리서 학교에 다녀 일 년에 고작 두서...  
14 무사하게 보낸 어느 날
최숙희
Oct 02, 2016 129
무사하게 보낸 어느 날 점심을 먹은 후 깜박 졸았나 보다. 언제 가게로 들어왔는지 모르는 건장한 체격의 여자가 마네킹 하나를 들고 계산대 옆에 서있다. 마네킹이 쓰고 있는 가발을 빨간색으로 달라고 한다. 재고가 마침 없어 주문해준다고 했으나 내일 아...  
13 아버님의 구두
최숙희
Apr 02, 2017 132
아버님의 구두 최숙희 신장을 정리하다가 먼지를 뽀얗게 뒤집어쓰고 있는 구두를 보았다. 여름에 한국의 시부모님이 왔다가 두고 가신 것이다. 수선해 두겠다고 했었는데 까맣게 잊고 있었다. 아침, 저녁으로 쌀쌀해진 날씨에 샌들을 신으신 어머니 발이 시려...  
12 비 오는 날 수영장 풍경 1
최숙희
Jan 25, 2019 138
    비 오는 날 수영장 풍경     최 숙희   겨울비로 날씨가 쌀쌀하다. 저녁을 든든히 먹었어도 진한 커피와 달콤한 고구마 케이크의 유혹에 넘어간 것은 추운 날씨만큼 마음도 춥고 허전해져서 일까. 아이들이 돌아간 후 다시 단순한 일상이다. 설거지는 자기...  
11 친정엄마와 열흘
최숙희
Feb 06, 2017 144
친정엄마와 열흘 친정엄마는 성격이 급하다. 어떤 생각이 들면 금세 행동에 옮겨야만 한다. "내일 가려는데, 뭐 필요한 거 있냐? 아침에 바쁠 테니 나올 거 없고 택시나 셔틀타고 들어가마" 항상 도착 하루 전에 전화하고 자기말만 하고는 끊는다. 이번 방문...  
10 뒤늦은 사과
최숙희
Oct 02, 2016 156
뒤늦은 사과 친정엄마의 전화를 받았다. 막내삼촌의 외아들이 목사안수를 받고 개척교회를 시작했단다. 오랫동안 내 가슴을 누르던 묵직한 돌덩이가 치워진 느낌이다. 엄마는 신혼 초부터 여중생이던 고모를 떠맡아 약대에 보내고 결혼시킬 때까지 십 여 년 ...  
9 이제 너무 늦었다(친구 H를 추억하며)
최숙희
Feb 07, 2017 156
이제 너무 늦었다(친구 H를 추억하며) 숙희야, 안 좋은 소식인데, H가 오늘 저세상으로 갔데. 밴드엔 게시 안 했어. 아프다 가는 친구 뒷 담화 하게 만들기 싫어서. 내일 우리 동기 네 사람만 조문 가려고, 안 좋은 소식 전해서 미안. 갑자기 받은 메시지에 ...  
8 남편은 갱년기
최숙희
Feb 05, 2017 188
남편은 갱년기 내가 알기로 가장 고루한 직장인 은행에 수 십 년 다니신 친정아버지는 집에 돌아오면 손 하나 까딱 안하셨다. 전화벨이 아무리 울려도 절대로 먼저 받는 법이 없어서 김치 버무리던 엄마가 손을 씻고 뛰어와서 받을 정도였다. 물을 마시려면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