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받고 싶다
이성숙
내 생일은 음력 정월
꽃을 받기엔 비싼 계절이다
언젠가, 남편이
붉다 못해 검은 장미 다발을 안겨 주었다
그땐 왜 그리 화가 나던지
꽃 중에 제일 비싼 겨울 장미
빠듯한 월급으로 살기도 갑갑한데
며칠이면 시들 꽃을
수십 송이나 사 들고 오다니
그 후로 남편은
선물에 소극적인 사람이 되었다
올 생일에도 그는
속옷을 건넸다
형편이 좀 나아졌으므로
유명 브랜드 제품을 샀다면서
그러나,
이제 나는 꽃을 받고 싶은 걸
값비싼 장미가 아니어도 좋다
돌아 올 생일에는
향이 진한 꽃다발을 받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