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03598014_77ec327fe9_o.jpg

 

호랑이의 기백    

 

   밝아오는 새해는 우리 민족의 기상과 혼과 용맹을 상징하는 경인년 호랑이해다. 호랑이는 예로부터 용맹함으로 우리 민족의 드높은 기상을 상징하는 영물 중의 영물이다. 그것도 60년 만에 한 번씩 돌아오는 백호의 해로 아주 귀중한 경인년이라 호랑이 띠로 태어난 각계인사들은 자기들 세상 만났다고 웅비의 기지개를 켜며 큰 꿈이 성취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저마다 기대에 부풀어 있다.    

   짐승 가운데 힘만 자랑한다면 사자가 으뜸이 될지 모르지만 사자는 영물이 못 된다. 호랑이는 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눈이 유별나게 반짝이고 수정같이 맑다. 거울처럼 사람이 비취일 것 같은 투명한 반사체로 눈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인간이 자기도 모르게 빨려 들어가는 것 같은 신비한 영험을 하게 된다. 그리하여 호랑이를 영물로 취급하여 우리 민족은 호랑이를 무척 사랑하고 귀하게 다룬다.       

   고래로부터 우리나라 화가들이 그리는 벽화나 산수화나 묵화 등을 보면 호랑이 그림을 많이 볼 수 있다. 그만큼 호랑이는 우리 민족의 역사 속에 문화 속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우리 민족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으면서 우리 민족의 기상과 혼과 용맹을 과시하는 동물로 묘사되어 있다. 우리 속담에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란 말이 있다. 

   이 말은 어떻게 힘센 호랑이한테 잡혀서 살아남을 수가 있겠는가 하고 의문이 생기겠지만, 호랑이는 영물이기 때문에 인간의 눈빛을 통해서, 조용한 대화를 통해서, 호랑이가 뭔가 느끼고 깨달아 그 사람을 잡아 먹지않고 살려준다는 놀라운 뜻이 담겨 있는 말이다.  

   호랑이는 힘이 매우 세다. 특히 호랑이의 앞발은 엄청난 위력이 있어서 소, 멧돼지, 노루같은 덩치 큰짐승도 단 일격에 두개골을 부수어 버릴수 있다. 또 하루 저녁에 천 리를 달릴 수 있고 제 몸무게만큼 되는 먹이를 입에 물고 높이가 3m나 되는 담을 뛰어넘을 수가 있다. 호랑이의 이 엄청난 힘은 바로 뼈에서 나온다. 호랑이 뼈는 단단하기로 소문나 있다. 특히 호랑이의 앞정강이 뼈는 강철만큼이나 단단하여 도끼로 내리치면 도끼날이 부러지고 쇠톱을 갖다 대면 톱날이 망가져 버린다. 

   호랑이의몸 전체의 힘이 앞다리에 모여 있으므로 앞정강이 뼈가 이처럼 단단하다고 한다. 나도 호랑이띠라 호랑이 뼈를 닮았는지 내 나이에 골다공증도 없다. 특별히 뼈가 좋아지는 약을 먹은 적도 없는데 내 뼈는 참 튼튼하다고 한다. 마루가 미끄러워 대나무 마루로 바꾸어 깔았는데도 두 번이나 마룻바닥에서 미끄러져서 엉덩방아를 찧으며 뒤로 넘어져 응급실로 실려 가는 소동을 벌였지만, 박살이 나야 할 내 엉덩뼈는 금하나 간데 없이 정상이었다. 

   의사가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내 나이에 비해 신기하리만큼 뼈가 튼튼하다며 큰 축복이라고 했다. 고관절을  다치면 대부분 죽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나는 호랑이띠로 태어난 것을 천만다행으로 생각했다. 임꺽정이나 수호지에 나오는 호걸 무송도 호랑이처럼 기운이 세 맨손으로 호랑이를 때려잡은 얘기가 나오는데 호랑이처럼 통뼈나 고리 뼈를 이들은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런 사람은 몇천만 명에 하나꼴로 매우 드물게 태어난다는 얘기다.    

   우리 속담에 ‘사람은 죽으면 이름을 남기고 호랑이는 죽으면 가죽을 남긴다.’란 말이 있다. 호랑이는 종류도 많아 색깔도 다르고 털 무늬도 달라 호랑이 털은 가죽과 함께 아주 귀한 털가죽으로 인간에게 애용되고 있다. 특히 표범 털가죽은 색깔이 알록달록해서 더욱 인간에게 사랑받는 털가죽이다.    

   다사다난했던 기축년 한해도 다 저물어 가지만 내년은 60년 만에 돌아오는 백호 해를 맞아 우리 민족의 웅지를 펴는 놀라운 한 해가 되어 백호란 말 걸맞게 우리나라가 도약하고 발전하기를 바라 마지않는다. 나에게도 얼마나 소망이 되는 해가 될 것인가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뛴다. 나는 호랑이띠로 태어났기 때문이다. 

   내년에는 나에게 정녕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나님 믿는 사람이 미신이라고 평생을 띠 얘기만 나오면 일축해 버렸지만 띠는 미신이 아니고 통계라고 얘기해준 어떤 목사님을 기억하고 나 자신 위로해 보면서 마음껏 호랑이처럼 활기차게 뛰어 보고 싶다. (12월 30일 2009년 중앙일보 오렌지카운티 판 문예마당에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