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창작

김영교
2019.09.02 22:35

주걱

 

처음 사람 손에 내 목이 잡혔을 때

나뭇결이 뽀송하게 살아있는 난

수줍게 앳된 시절이었네

 

사시사철 아침저녁 하루에 세 번

차려야 하는 가족 밥상이

달래고 어르고 나를  키워

어른스럽게 자란 어느 날부터

 

뜨거운 밥알이 온몸에 붙는

한증탕 밥솥 출입이 잦은 일과

예사가 된, 닳아 살결은 윤기 잃어도 

수돗물에 얼굴 한번 비비고 씻으면

저절로 다 낫곤 하는게 너무 신기해

 

세월 따라 닳아버린 손바닥 얼굴

이제 늙어

새 식구가 들어와 밀쳐낸다

 

가족 밥상 차리는데

주인 음성 너무 쨍쨍하다


이사할 때 내다 버린 나의 어머니 밥주걱

어머니를 버린 듯

 

뜸 들었다빨리 밥퍼라

어머니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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