쯧쯧쯧 / 최민자


 

 

남자들이 왜 여자의 육체를 끊임없이 염탐하려드는지 아는가? 그곳이 자신들이 할 수 없는 생명 창조의 작업이 일어나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그럴법하다고? 그렇고 말고다. 생명 출산이 몸 바깥에서 이루어지는 물고기들은 암컷의 몸 안을 그토록 끈질기게 궁금해 하지는 않는다. 결핍이 야기하는 질투어린 욕망 때문에, 저 비밀스런 우주적 동정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 때문에 사내들은 그렇게 암암리에, 또는 노골적으로 눈에 띄는 신대륙마다 상륙하고 시추하고 발굴해보려 하는 것이다.

누군가 그랬다. 남자란 70% 수컷과 30%의 인간으로 조성된 존재라고. 그럴법하다. 너무 어리거나 늙어 기운이 쇠한 남정네들만 명실공히 인간으로 산다. 인간뿐인가. 수사슴들도 그렇게 근사한 면류관을 이고서 하는 짓거리란 게 짝짓기를 위한 싸움박질뿐이다. 일생 암컷의 세계에서, 수컷들 간의 경쟁이나 전쟁은 암컷들의 환심을 사기 위한 쟁탈전에 다름 아니다.

창세기에 보면 하느님이 아담을 깊이 잠들게 한 뒤 갈빗대 하나를 취하여 이브를 만드셨다고 했다. 왜 하필 갈비뼈일까. 나는 가끔 그것이 궁금하다. 실제로 갈비뼈는 골막만 손상되지 않으면 몸 안에서 재생이 가능하다고 한다. 제거해도 다시 자라난다는 것이다. 이브의 탄생설화가 해부학적 근거에 기초한 것인지 아닌지 알 수는 없지만 여자의 주재료가 남자의 갈빗대라는 설정에 왈칵 동의할 마음은 없다. 천지만물의 주인이신 창조신이 무엇이 부족해 멀쩡한 완제품의 부속을 빼 내어 새 작품을 지으셨겠는가. 구약성서의 필진도 남자였을 터, 어떻게든 여자를 자신들의 종속물로 존치시켜두려는 가부장 사회의 음모를 함의하고 있는 듯하다.

까탈 부리지 말고 믿어두자고? , 그래도 상관은 없다. 기존 부품을 업그레이드해 새롭게 출시된 버전의 인간을 여자라 해 두자. 그렇다 해도 갈비뼈는 아니다. 까짓 없어도 되는 갈빗대 하나가 무슨 대수라고 이브를 처음 만난 아담이 이는 내 뼈 중의 뼈요 살 중의 살이라 했을 것인가. 갈빗대가 아니라 아기집이어야 옳다. 그래야 그나마 이야기가 된다. 그래야 그들이 그토록 집요하게 찾아 헤매는 게 무엇인가를 가까스로나마 설명할 수 있다. 잠든 사이 탈취당한 생명의 허브, 창조의 비의(泌義)를 간직한 중차대한 보물주머니를 어떻게든 탈환해 저들 몸 안에 복원시키고 싶어, 은근슬쩍 여체를 흘깃거리며 호시탐탐 도발해보려 용을 쓰는 것이다. 그것이 선대로부터 하달된 준엄한 신탁(神託)이며 소명이라도 된다는 듯이.

그러나 잊지 마시라. 여자는 남자의 상위버전이라는 것을. 세상의 어떤 위대한 남자도 평범한 여자들이 어렵잖게 수행해온 생명창조의 위업을 벤치마킹할 수 없다. 거추장스럽게 덜렁거리는 여분의 살점을 빌미로 갖은 공략을 펼쳐 봐도 원하는 물건을 회수해 갈 수는 없을 거란 말이다. 세상의 어떤 미련한 보살이 진신사리를 봉안할 적멸보궁을 송두리째 들어다 바칠 것인가. 탑돌이를 하며 대자대비를 염송(念誦)하는 비구처럼, 성소 주변을 빙빙 돌며 변죽이나 가끔 울려 볼뿐이다.

인간보다 일억 삼천 년 이상 앞선 개미왕국은 암컷과 비 생식개미 95%, 수명이 아주 짧은 5% 수컷으로 구성되어 있다. 개미와 비슷한 진사회적 동물인 꿀벌 역시 태생적으로 기능분화되어 있다. 어떤 벌은 교미만 하고 어떤 벌은 일만 한다. 에너지 절약에 철저한 진화의 방식이 집단의 효율적 생존을 위해 선택한 구조다. 디지털과 신 모계사회의 여러 징후들을 볼 때 인류 또한 개미처럼 여성화의 방향으로 진행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일단 로봇을 일게 되면 인간 남자는 다시 못 만날 거야.”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A.I.>에서 섹스로봇 지골로 조가 패트리샤에게 속삭이는 말이다. 머지않아 인류도 슈퍼히어로의 씨받이정자나 필요로 하는, 가모장(家母長)사회로 변모해갈지 모른다.

완벽한 파트너, 자상한 비서라 해도 반려로봇은 사랑하고 싶은데, 초식남이건 알파걸이건 순혈인간끼리 지지고 볶아야 하는데, 소리 없이 진격해오는 휴머노이드 로봇들이 현생인류의 존립조차 불안스럽게 위협한다. 자신의 아들 크로노스에 의해 남근을 절단당한 신화 속 우라노스처럼, 인류는 지금 자신들이 만든 창조물들에 의해 축출되고 궤멸될 위기에 몰려 있다. 이미 시작된 반란, 돌이킬 방책은 없는 것인가.

상생(相生)이 될지 공멸(共滅)이 될지, 로보사피엔스로 진화될 신인류만 살아남게 될지, 두 살 박이 손녀가 살아내야 할 A.I. 생태계가 우려스러운 이때, 시답잖은 곡괭이질로 갖은 분란을 일으키며 설화 속 보물찾기에나 정신이 팔려 있는 한심한 찌질이들만 뉴스 화면을 연일 어지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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