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한인 후보다

 

 

 오랜만에 온 딸이 현관문을 밀고 들어오며 한마디 한다. “길가에 써니 박 네거티브 캠페인 사인이 많네. 이 사인을 보는 순간 오히려 써니 박에게 투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후후후그렇다. 얼마 전부터 ‘No Sunny Park, Carpetbagger'라는 사인 판이 동네 어귀에 등장했다. 선거 당선을 위해 거주하지도 않던 지역으로 옮겨 앉은 정치인이라는, 부에나 팍 시의원으로 출마한 그녀를 향한 화살이다. 자기 공약만 선전하면 되지 왜 상대 후보를 비난하나 싶어 언짢았는데 다른 사람의 마음도 역시 그런가 보다.


 연방하원의원으로 출마한 영 김 씨를 향한 모함도 마찬가지다. ‘영 김은 트럼프의 고무도장’(Young Kim is Trump rubber stamp)’이라며 ()트럼프주의프레임을 씌운 전단지가 날아오기도 한다. 뉴저지에서는 연방하원의원으로 출마한 앤디 김 후보를 향한 공세의 하나로 아시아계를 비하하는 선거 전단지가 무더기로 발견되었다.

 

11월 미국의 중간 선거를 앞두고 가끔 후보자에 얽힌 에피소드가 화젯거리로 등장한다. 미담도 있지만 부정적인 말도 많다. 선거자금 모금에 얽힌 이야기도 있다. 개인적인 비리를 들추어내기도 하지만, 나는 말한다. 개인적인 감정이나 판단은 일단 유보하고, 민주당이니 공화당이니 하는 이념은 접어두고 무조건 한인 후보에게 표를 몰아줘야한다고. 멜팅팟 미국에서 한인만을 고집하는 것은 민족주의거나 인종차별적이라고 한다면 할 말은 없다. 그러나 우리의 소리를 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이 길 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면 마음이 옹졸해진다.

 

 사회에 발을 갓 디딘 조카가 한 말이 생각난다. 몇 달 전, 캐나다 밴쿠버의 모임에 참가했다가 돌아오는 길이었다고 했다. 국경을 지나올 때 흑인 동료가 운전하는 차는 한 시간 반이나 기다리며 조사를 받았지만 백인 동료가 운전하는 차는 단 5분 만에 통과가 되었다. 그들은 모두 같은 변호사였다. 여기서 태어나고 자란 우리 2세의 삶에도 여전히 인종에 대한 차별은 있다. 개인적으로 아무리 능력이 탁월하고 훌륭해도 알게 모르게 마이너리티의 대우를 받는다. 비켜갈 수 없는 환경이고 사회적인 인식이다. 그 속에서도 우리 자녀는 미국을 내 나라로 만들며 살아 내어야 한다. 인정을 받으며 살 수 있는 환경을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그들이 아무리 유능해도 힘의 결집이 없으면 곳곳에서 반짝이다 사라지는 이슬이다. 그러나 한 방울 한 방울 모여서 작은 개울이라도 이룬다면 곧 큰 회오리를 만들며 흘러가는 강이 될 수 있다. 그 강은 이미 우리 1세로 부터 시작이 되었다. 우리가 살아온 세월과 땀이 그 물길을 열었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 누가 뭐라고 해도 한국 사람을 진정으로 도울 사람은 결국 한국 사람이다.

 똘똘 한마음으로 뭉쳐서 한인 시의원은 물론 연방 하원의원까지 배출하는 무서운 커뮤니티. 얼마나 자랑스러운가. 적극적인 투표로 방글라데시 커뮤니티로부터 한인타운을 지켜낸 우리의 저력이 이번 선거를 통하여 다시한번 발휘되면 좋겠다.